[단독] 여성 의사 35% "남성 의사·환자로부터 성폭력 경험"

박다해 2020. 10. 6. 05: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성 의사 ㄱ씨는 다른 과와 함께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과장이 전공의의 허벅지를 만지고 몸을 밀착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여성 의사 3명 중 1명이 남성 의사나 환자로부터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경험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264명은 회식 자리에서 남성 교수 옆에 착석해 술시중을 요구받는가 하면, 업무 중에도 의사에 반하는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술시중·신체접촉·성적농담 피해
위계구조탓 공론화·징계 어려워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성폭력 사건 접수는 5년간 7건뿐
신현영 의원 "수평위 위원 구성 개선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여성 의사 ㄱ씨는 다른 과와 함께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과장이 전공의의 허벅지를 만지고 몸을 밀착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다음날 펠로(전임의)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회식 자리에 전공의를 참석시키지 않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여성 의사 3명 중 1명이 남성 의사나 환자로부터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여자의사회가 지난해 남녀 의사 11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계 성평등 현황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의사 747명 중 264명(35.3%)이 의료기관 재직 중 성희롱·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남성 의사는 423명 중 7명(1.7%)에 불과했다. 조사에 참여한 의사들을 직위별로 보면, 전공의가 72.4%로 가장 많았고 교수 15%, 봉직의 6.8% 등의 차례였다.

성폭력 경험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264명은 회식 자리에서 남성 교수 옆에 착석해 술시중을 요구받는가 하면, 업무 중에도 의사에 반하는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밝혔다. 펠로가 되는 걸 조건으로 교제를 요구받거나 룸살롱에서 열린 술자리 참석을 강요받은 이들도 있었다. 또 외모 및 몸매 평가, 성적인 농담이 빈번했으며 남성 환자가 성희롱·성추행을 했다는 답변도 나왔다.

문제는 ‘인턴-레지던트(전공의)-펠로-교수’로 구성된 병원의 수직적 위계구조 때문에 성희롱·성폭력을 당하더라도 공론화가 쉽지 않고 가해자 징계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여성 의사 ㄴ씨는 “인턴 동기가 회식 자리에서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으나 원내에서 회자되면 레지던트 선발에 악영향을 끼칠까봐 공론화를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공의법에 따라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처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기구인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최근 5년간 접수된 성폭력 피해 건수도 7건에 불과했다. 수평위에서도 병원 쪽의 대응이 적합했는지 여부만 점검했을 뿐 사건 조사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컨설팅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 의원은 “의료계 안에서 성폭력 사건을 제기하면 조직 안에서 낙인이 찍히고 사건도 은폐될 것이란 두려움이 있어 신고조차 못 하는 사례가 상당수 있다”며 “안전한 의료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수평위 위원 12명 가운데 여성이 단 2명(16%)인 점을 지적하며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특정 성별이 위촉직 위원 수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성평등한 환경 조성을 위한 전문가를 포함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채널 한겨레21 구독▶2005년 이전 <한겨레>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