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스크 벗고 '마린 원'에 두번 경례한 이유는

정재영 입력 2020. 10. 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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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왕의 귀환' 연출한 듯
복귀 후 경례하는 영상과 소감 트윗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받던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군 병원을 퇴원한 후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백악관에 도착, 마스크를 쓴 채 헬기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나흘간 입원한 월터 리드 군병원을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했다.

미 언론은 백악관 사우스론 쪽 2층 발코니에 서자마자 흰색 마스크를 벗는 장면과 대통령 전용헬기인 ‘마린 원’이 이륙할 무렵 두 번이나 거수경례하는 장면을 계속 내보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마린 원을 향해 10초 이상 거수경례를 유지하더니, 완전히 이륙한 뒤에 다시 경례하는 장면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두 번의 경례의 이유는 얼마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 올라온 두 건의 영상으로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영상을 찍어 강인한 지도자의 모습, 즉 ‘왕의 귀환’을 연출하려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38분 월터 리드 병원 문을 나섰다. 파란색 줄무늬 타이의 양복 차림에 흰색 마스크를 쓴 그는 ‘백악관에 감염자가 몇명인지, 자신이 슈퍼전파자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 “매우 감사하다”고만 답했고, 취재진을 향해 오른쪽 주먹을 쥐어보이거나 엄지를 들어보였다. 이어 차량으로 이동해 전용헬기 ‘마린 원’을 타고 백악관으로 향했다.

마린 원은 오후 6시54분 백악관 사우스론에 내렸다.
백악관 복귀하며 '엄지 척'하는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받던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을 퇴원한 뒤 마스크를 쓰고 백악관으로 복귀하며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3분 뒤 계단을 혼자 올라 성조기가 배치된 2층 발코니에 서서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어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다 헬기 쪽을 향해 10초 이상 거수 경례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헬기가 이륙하자 다시 짧게 거수 경례를 한 뒤, 손을 흔들고 엄지를 들어보인 후 오후 7시 백악관 건물로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린 원을 향해 두 번 경례한 이유는 얼마 뒤 확인됐다.

그는 백악관 복귀 후 웅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마린 원 착륙과 거수경례’ 장면이 담긴 37초짜리 영상과 복귀 소감을 담은 1분26초짜리 영상을 각각 트위터에 올렸다. 사실상 ‘왕의 귀환’을 연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이 당신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것,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그것을 물리칠 것이다. 우리는 최고의 의료기구, 모두 최근에 개발된 최고의 의약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코로나19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괜찮다”며 “위험한 상황에서도 나라를 이끌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 다른 어떤 지도자들도 내가 했던 것처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복귀한 뒤 트위터에 올린 37초짜리 영상에서 대통령 전용헬기인 ‘마린 원’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영상 캡처
그는 “지금 나는 20년 전보다도 좋다. 어쩌면 면역이 됐을 수도 있다”며 “그것이 당신 삶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라.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약품을 가지고 있다. 백신도 곧 나올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나라를 이끌기 위해 전면에 나섰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암시를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 등 대선의 승패를 쥔 경합주(州) 대다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 후보는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애리조나,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등 6개 경합주 모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지지 않았다. 바이든 후보는 위스콘신주에서 50%대 44%로 6%포인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선 각각 50%대 45%와 49%대 44%로 5%포인트, 애리조나주에선 47%대 46%로 1%포인트 트럼프 대통령에게 앞섰다. 플로리다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선 두 후보 지지율이 47%로 같았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복귀 직전 트위터에 “조만간 선거 캠페인에 돌아올 것”이라며 “가짜 뉴스는 오직 가짜 여론조사만 보여준다”고 혹평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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