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민자가 일자리 뺏지 않아
트럼프 反이민논리는 틀렸다
저소득층에 지원금 지급이
모럴해저드 유발 근거 없어
좋은 경제학은 팩트에 기반
이데올로기서 시작되지 않아
한국, 부채비율 아직은 양호
경제가 전속력으로 달릴수있게
재정정책 활용 전폭 지원해야
![지난해 10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MIT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이데올로기가 아닌 사실에 기초한 `좋은 경제학`을 펼쳐야 할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 Bryce Vickmark]](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010/06/mk/20201006170602317wmjp.jpg)
지난해 부인 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와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MIT 교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반(反)이민정책을 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했다. 바네르지 교수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 이어 또다시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적으로 이민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바네르지 교수는 "선정적 정치 공세를 지양하고 사실관계에 기초한 '좋은 경제학'을 펼쳐야 할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민자를 비롯해 근로중단 계층을 최대한 빨리 지원해야 경제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스웨덴 노벨재단은 코로나19 사태를 예견했던 것일까.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바네르지 교수가 주장해온 기본소득이나 취약계층 보조금 등은 장기간 추진해야 할 과제처럼 보였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앞에 다가온 현실이 됐다. 그는 개발도상국 빈곤퇴치를 위한 방안으로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연구해온 석학이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는 많은 지식인들이 그가 주장해온 '좋은 경제학'의 필요성에 더 공감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다음은 바네르지 교수와 문답.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경제봉쇄 조치는 상당 기간 경제활동을 전례 없이 위축시켰다. 이로 인해 원격근무를 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특별히 부담이 더 커졌다는 점이 문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흑인 사망률이 백인보다 3배 높게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퍼진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비유를 정당화하는 꼴을 낳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과 같은 큰 충격 속에서도 국가들은 다시 회복해왔다. 경제정책을 제대로 쓰면서 치료제를 개발하고 바이러스 확산을 막게 되면 회복은 이른 시일 내 이뤄질 수 있다. 위기는 구매력 부족과 수요 부족에서 초래되는 전통적 위기와 복합적으로 엮이게 된다. 정부가 생계수단을 잃은 국민을 지원하면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각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초유의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금 뿌리기에 나선 국가도 많다. 과연 의도한 대로 작동할까.
▷지원금을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런 수당을 받게 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일을 중단하는 식으로 '모럴 해저드'가 발생한다는 증거는 없다. 코로나19 여파를 가장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은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일을 중단해야 했던 국민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이다. 전염병이 통제되면 새로운 2차 파동이 생기지 않도록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경제활동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많아졌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취약계층을 위한 선별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원계층을 선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번과 같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는 그렇다. 그렇더라도 기본소득 지급과 선별적 지원은 둘 다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국가채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전시체제에 준해서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접근이 맞는다고 보나.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부의 재정조달 비용이 극단적으로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은 부채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 경제위기가 더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도 정부가 재정정책을 활용해 경제가 전속력(full speed)으로 달릴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이라는 저서에서 강조하고자 한 점은. '좋은 경제학'과 '나쁜 경제학'의 정의는 무엇인가.
▷'좋은 경제학'은 팩트에서 시작하지 이데올로기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좋은 경제학은 가설을 세울 때 매우 명확하고 투명하다. 가설은 틀렸다는 점이 검증 가능하게 개방돼 있다. 하지만 나쁜 경제학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자기 이론에 집착하는 것을 선호한다.
―'나쁜 경제학'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주당 실업수당 600달러 지급이 노동 참여율 저하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예일대 논문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모든 사람이 대가 없이 받는 돈은 근로 의욕을 감퇴시킨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논문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런 게 가설이 사실관계를 덮어버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실은 거꾸로다.
―실증 연구를 통해 이민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별로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민이 일자리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 아닌가.
▷실증 연구에 따르면 비숙련 이민자들은 일반적으로 진입하는 시장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기존 비숙련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을 낮추지 않는다. 실례로 많은 쿠바 이민자들이 마이애미에 정착했을 때 마이애미에 있는 비숙련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일자리를 잃게 되면 자연스레 이민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정치인처럼 쉽게 이민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더 많은 근로자가 있으면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진다는 논리는 액면 그대로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내가 책에서 주장했듯이 이런 논리는 잘못됐다. 이민자도 물건을 구매하고 외식을 하기 때문에 이것 또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고용주들은 이민자와 현지 근로자 중에서 채용을 고민하기보다 이민자를 채용할 것인지, 기계로 대체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한다. 이 같은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언론 등이 잘못된 논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이 어려워지자 부유세 논의가 시작됐는데.
▷최소한 다른 소득과 마찬가지로 자산에서 창출된 소득에 대해서도 같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가 일어날 때까지 과세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심각하게 불평등하고 비효율적이다. 부의 불평등을 키우고 특정인에게만 부가 급속히 누적되는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일단 고소득자에게 소득세율을 높인 것처럼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최고 소득 구간을 최고세율로 과세하면 (그 구간의) 소득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중국은 V자로 경제 회복을 이루고 있다. 다른 주요 경제권에서도 이런 것이 가능할까.
▷경제학자들이 예측하는 것은 끔찍하기로 악명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예측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예측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제자인 부인과 노벨상 공동수상
![2019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교수(오른쪽)와 부인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가 미국 보스턴 자택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제공 = Bryce Vickmark]](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010/06/mk/20201006170603369pwmi.jpg)
공동 수상자인 부인 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48), 마이클 크레이머 하버드대 교수(56)와 함께 빈곤퇴치에 대한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빈곤퇴치 연구에 있어서 실험 기반의 접근법을 사용해 체계적으로 연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원조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개척해 개발경제학 이론 발전에 기여해 인포시스상을 수상했다.
2003년 뒤플로 교수와 함께 MIT 빈곤퇴치연구소를 설립했다.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뒤플로 교수를 가르치다가 2015년 결혼했다.
바네르지·뒤플로 부부는 한국의 빈곤퇴치 등 경제개발 성과에 대해 관심이 높다. 이번 인터뷰에서 바네르지 교수는 한국이 최빈국에서 주요 20개국(G20)으로 발돋움한 성과에 대해 "한국은 가야 할 길을 착실히 전진해왔다"며 "한국전쟁 이후 산업 정책과 함께 대규모 부의 재분배를 위한 정책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바네르지 교수는 뒤플로 교수와 함께 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 '나쁜 경제학'의 특징으로 실증적 근거도 없이 단정적으로 말하고 예측하는 것을 들었다. 특히 정치인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흥적으로 쏟아내는 조치들이 이런 '나쁜 경제학'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네르지 교수가 강조하는 '좋은 경제학'이란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측하고 철저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검증하는 경제학이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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