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北공격 아니라 좌초" 주장해도 '무죄' 나온 이유는
2010년 3월26일 벌어진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 '좌초설'을 주장하며 군 관계자 등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신상철 전 서프라이즈 대표가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신 전 대표가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정부의 발표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그 자체로는 국방부장관이나 해군참모총장, 합동조사단 위원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수중 비접촉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절단돼 침몰했다'는 정부 공식 발표가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좌초 후 잠수함 등과 충돌해 침몰했다는 신 전 대표 주장에 대해선 근거가 없다고 봤다.
신 전 대표는 2010년 3월31일부터 6월15일까지 34회에 걸쳐 자신이 운영했던 인터넷 토론 사이트인 '서프라이즈'에 글을 게시하거나 언론 등에 인터뷰 하는 등의 방식으로 '좌초설'을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천안함 '흡착물질'과 '스크루 휨 현상'에 관한 부분은 과학적 규명이 여전히 필요한 영역"이라면서도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비접촉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절단돼 침몰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1번'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남은 채 발견 돼 논란이 된 어뢰 추진체에 대해서도 △북한에서 해외에 수출하기 위하여 제작한 CHT-02D 어뢰의 설계도면과 크기와 모양이 일치하고 △‘1번’ 글씨는 금속 부식방지용 페인트 위에 표기된 것으로, 신 전 대표 주장과 같이 ‘녹’이 슨 표면 위에 표기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1번’ 글씨가 유성 매직 성분으로 표기되었다고 하더라도 폭발시의 열로 인해 디스크의 온도가 위 잉크의 용융점 이상으로 높아져서 녹아 없어지게 된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북한이 천안함 공격에 사용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수중폭발'이 없었다는 신 전 대표 주장을 배척하면서 재판부는 △합조단의 분석결과와 같이 좌현 3m 아래, 수심 6~9m에서 수중폭발이 일어난다면 워터제트의 주된 방향은 함미에서 보았을 때 우현쪽으로 1~2시 방향일 가능성이 높고 △수중 비접촉폭발을 목적으로 한 어뢰는 어뢰 파편에 의한 신체 손상이 아닌 워터제트를 최대화하여 선체에 충격을 주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생존자 및 시신에서 파편상, 관통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선체 내부에 화염, 화재, 열상 흔적이 없는 것은 수중 비접촉폭발의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신 전 대표가 주장한 ‘좌초 후 충돌’에 의한 침몰 가능성’도 근거가 없다고 봤다. 천안함은 백령도 남서쪽에서 해안가로부터 약 2.5km 이격해 정상적으로 항해 중이었고, 항로상에는 암초나 기타 장해물이 없었다는 것이다. 해군전술자료처리체계(KNTDS)에 대한 검증 결과에 의해서도 사고 직전 천안함이 항로를 벗어나 해안가로 근접하거나 멈춰서거나 후진하는 등의 진행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1심 재판부의 2차례 현장검증과 2심 재판부의 현장검증 결과에 의하더라도, 함미 좌현 흘수선 아래 부분에 스크래치로 볼 만한 손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결론냈다. 천안함 선저에 있던 스크래치에 대해 비밀리에 고압세척이 이뤄져 그 흔적이 사라졌다는 신 전 대표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봤다.
현상이 발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함수 절단면 주변 선저면, 가스터빈실의 선저면 등에 ‘둥
근 물방울’ 모양과 ‘골’ 형태로 페인트가 떨어져 나간 이른바 ‘버블흔’이 다수 발견되는 점도 어뢰 폭발의 흔적이라고 봤다.
이어 사고 당시 측정된 지진파와 공중음파에서의 2회의 피크(버블주기)는 수중폭발이 있는 경우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고 사고 당시 TOD 영상에 나오는 ‘검은 점’이 잠수함의 코닝 타워 등의 일부분이라는 피고인 주장은 근거 없다고 했다. 아울러 47m 정도의 저수심에서 잠수함이 부상하는 힘만으로 1200톤급 천안함을 순식간에 두 동강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럼에도 2심 재판부는 천안함 침몰 사고는 해군 초계함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경계근무 중 갑자기 침몰해 승조원 중 4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초유의 사건으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어서 사고 원인과 그 조사과정, 기타 군과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당연히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영역이라는 점에서 신 전 대표의 주장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봐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신 전 대표가 일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포함시키거나 다소 공격적이고 과격한 표현을 사용해 정부와 군 당국을 비난한 부분은 그 내용의 비합리성이나 표현의 부적절성 등에서 비판의 여지가 크지만, 그러한 비판 역시 가급적 학문적 논쟁과 사상의 자유경쟁 영역에서 다루어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2심의 결론이다.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국민의 논쟁 자체를 봉쇄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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