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한 니 아버지 때문에 나라 쑥대밭" 아빠 잃은 남매 조롱하는 친문 네티즌

이기우 기자 2020. 10. 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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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공무원 北피격]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게 살해된 뒤 불태워진 공무원의 고교생 아들 이모군이 대통령에게 쓴 절규의 편지도 극성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이군은 5일 밤 삼촌 이래진씨가 공개한 육필 편지에서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얼 하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아버지 이씨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으며, 가족과 마지막 통화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전한 온라인 기사에는 5~6일 위로와 공감을 표현한 댓글 외에 악성 댓글도 적지 않게 달렸다. 포털사이트 ‘다음’ 한 이용자는 “옛날 박정희·전두환 시대였으면 가족들도 안기부 끌려가서 폐인이 되고 빨갱이 집안이라 불렸을 텐데, 문재인 민주 대통령이 만만하냐”고 적었다. 그 댓글에 7400명 이상이 ‘추천’ 버튼을 눌렀다. 또 다른 이용자는 “너희 아빠가 도박하고 다닐 때, 빚지고 다닐 때 이토록 또박또박 바른 말 한번 해 보지 그랬느냐”고 적었다.

네이버에도 “큰아빠가 (편지 쓰라고) 시켰네. 뭐가 이렇게 자랑스러운지” “월북한 니 아버지 때문에 지금 나라가 쑥대밭이다! 중요한 건 너희 아버지가 빚만 남겨놓고 떠났다는 거다!” “풋! 요즘 누가 사진을 보다 잠들어? 휴대전화로 보는데… 너무 감상적으로 썼네! 누군가 불러주는 대로 쓴 거지! 영화 찍니? 동생은 10살 안 되었니? 더 어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실제로 이군 동생은 8세(초등학교 1학년)로 휴대전화를 가지기엔 어린 나이다. 친문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에도 “네 아빠 도박하고 월북하기 전에 너는 뭐했니” “도박은 부끄러운 거고, 월북은 당신 아버지가 국가를 버린 거다” “무슨 일만 있으면 대통령을 끌어들이니 민주 정권이 만만해 보이긴 한가 보다” 등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이런 댓글을 단 누리꾼 9명에 대해 정보통신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6일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단체는 “피고발인들은 이군이 직접 작성한 편지를 ‘누군가 시켜서 작성한 것’ ‘이씨의 형이 돈에 눈이 멀어 조카를 앞세우고 있다’ 등 허위 사실이 적힌 댓글을 게시해 이군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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