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요금 올린다면서, 5억짜리 '호화 정류소' 10곳 짓겠다는 서울시

정한국 기자 2020. 10.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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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디자인에 한옥 곡선 적용.. 공기청정기 등 첨단 장비 갖춰

코로나 사태로 재정 압박이 심해졌다며 버스 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서울시가 다른 한편으로 한 곳당 평균 5억원이 들어가는 ‘호화 버스 정류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짓기로 한 새 버스 정류소만 10곳으로 세금이 모두 50억원 투입된다. 이 버스 정류소는 태양광 판을 달고 공기청정기와 무선 인터넷 설비 등 각종 첨단 장비를 갖춘 가칭 ‘스마트 셸터(smart shelter)’다. 서울시는 이를 “세계 최초의 미래형 정류소”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등으로 지출이 늘었다며 최근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지원 예산 40억원까지 삭감한 시가 수십억원을 들여 호화 버스 정류소를 짓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이달부터 한 곳당 평균 세금 5억원을 들여 새로 짓는 미래형 버스정류소 조감도. '스마트 셸터'라는 이름이 붙은 신형 버스정류소에는 한옥 기와 모양을 차용한 곡선형 지붕과 공기청정기를 갖춘 실내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

서울시는 이르면 이달 중 서울 숭례문과 독립문공원, 왕십리 광장, 구파발역, 홍대입구역, 합정역 등 시내 10곳에서 새 버스 정류소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새 정류소는 지붕을 한옥 곡선을 살린 커다란 처마처럼 꾸밀 예정이다. 태양광 패널도 붙여서 전기를 만들고, 실내 공간은 특수 강화 접합 유리로 둘러싼다. 시 관계자는 “일반 정류소는 지붕이 좁아 비 올 때 우산을 접고 버스를 타다 비를 맞기 일쑤였다”며 “새 정류소는 이런 불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류소 안에는 각종 스마트 장치가 설치된다. 공기청정기와 공기 질 측정기, 냉·난방기, 무선 인터넷 설비 등이다. 장애인이 승차 대기 단추를 누르면 운전 중인 기사에게 장애인이 기다리고 있다는 알림이 간다. 외국어 안내,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서비스도 제공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정류소 한 곳당 예산이 평균 5억원으로, 10곳에 드는 비용은 총 50억원에 이른다. 광역 버스 환승이 되는 일부 정류소는 경기도와 정부 예산도 들어간다.

서울시의회에서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현 시점에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의회 추승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버스 정류소를 필요 이상으로 고급으로 짓는 것이 시민의 공감을 얻을지 의문”이라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시와 의회는 버스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지난 8월 당시 우형찬 서울시의회 교통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지하철과 버스의 기본 요금을 각각 200~300원 안팎 인상하는 안에 시와 공감대를 이뤘고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세부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 위험이 여전한데 실내 기능을 강조한 버스 정류소를 시민이 선뜻 이용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노숙인이나 취객이 머무르는 곳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시에서는 향후 방범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정기 순찰 인원을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새 버스 정류소를 위해 순찰 인력 증원과 방범 장비 설치 등 추가 예산이 줄줄이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정류장은 만든 지 15년 이상 된 곳이 많아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당시 정류장도 만들 때 한 곳당 2억~3억원이 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한 금액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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