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못가고 면회까지 금지..'코로나 감옥'에 군인들 폭발직전

서혜림 기자,강수련 기자 2020. 10.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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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넘게 휴가·외출·외박 전면통제.."사육장 짐승 아냐"
"집단감염 위험 높지만 기본권 보장해야"..靑청원도 등장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포천시의 한 육군 부대에서 추가 감염사례가 확인되면서 전체 확진자가 36명으로 늘었다. 2020.10.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강수련 기자 = #공군에 복무하는 남자친구를 둔 강모씨(25)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군인 휴가가 금지되자 분통을 터뜨렸다. 6주에 한번씩 휴가를 받을 수 있던 남자친구와 잠시라도 얼굴을 보며 애틋한 마음을 달랬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7월 중순 이후 남자친구를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면회도 금지됐다.

강씨는 군인은 통제될 수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통제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면서도 '군인에게만 너무 과하다'고 토로했다. 남자친구가 있는 부대 장병들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다. 부대에서는 장병들을 위로한다고 햄버거나 치킨을 사준다고 하지만 대단한 위로는 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친한 대학동기가 세종시에서 육군으로 복무하고 있다는 김모씨(20)는 친구가 사회와 너무 단절될까봐 걱정이다. 가끔 만나서 학교 수업 이야기도 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교류하며 우정을 다졌던 일이 이제는 끊겨버렸다. 7월 중순 이후 3개월 동안 휴가를 나오지 못하는 친구도 속터지긴 마찬가지다. 친구는 특히 사회와 단절된 기분이 가장 답답하다고 김씨에게 토로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군 장병들의 휴가와 외출, 외박 등이 전면 통제되고 있는 가운데, 군인들이 3개월 넘게 휴가를 쓰지 못해 답답함이 커지고 있다.

7일 인터넷에는 군인들의 여자친구나 가족들이 사실상 격리 조치된 군 장병의 신세를 한탄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한 인터넷 카페에서 아이디 파오**는 "국군장병들은 사육장 속 짐승이 아니다. 마냥 가둬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감염차단은 당연히 해야하지만 코로나 사태에 맞춰 병영 운영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아이디 일병1**는 "자대 가서도 외출 한번 못 해봤다는데 코로나 뉴스 볼 때마다 아들 생각에 가슴이 철렁하다. 군대 간 아들만 불쌍하다. 아들 얼굴을 못 본 지 5개월이 다 되어간다"고 했다.

지난달 21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군인들 휴가 대책을 세워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6일 기준 3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의 동의를 받고 있다. 청원인은 "군은 2월부터 5월까지 세달 가까이 통제를 한 상태에서 8월부터 지금까지 다시 고강도 출타 통제를 하고 있다"며 "억지로 끌려간 것도 서러운데 여러 달 동안 집도 못가고 있는 장병들 심정이 어떻겠나"며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달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군이라는 조직 특성상 집단 감염 위험이 높기는 하나 군인들 또한 국민의 일원으로 기본권 보장을 받아야 한다"며 "최소한 장기간 미 출타 장병들이라도 소수씩 출타를 허용하고 군대 안에서 격리를 하는 식으로라도 병력 관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집단생활을 이어가는 군대 특성상 한번 감염자가 발생하면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휴가나 외출 등 외부 감염 요인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수는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포천시 내촌면의 육군 부대에서는 외출이 불허된 상황에서도 36명의 장병들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더욱 외부 감염 경로에 대해 당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외부 요인을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장병들의 인권을 생각해서라도 Δ휴가 복귀 시 일정기간 자가격리 Δ면회 시 페이스실드 등 방역도구 활용 등 좀 더 섬세한 방침을 세워 일정 부분 휴가가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호흡기내과 교수는 "외출을 하고 오면 잠재적 감염자가 될 수 있는데 유전자 증폭(PCR) 진단검사를 하고 최소한 1주일 후 격리를 따로 하고 검사를 한번 더 한다든지 수칙을 세우는 것이 좋겠다"며 "해외 출장을 갔다올 때 자가격리하고 검사하는 것처럼 똑같이 군대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면회를 하게 되면 KF마스크와 페이스실드를 쓰고 대면보다는 칸막이를 하고 서로 이야기를 한다든지 방침을 세워도 좋을 것 같다"며 "장소도 따로 잡고 인원도 제한하는 등의 지침이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천 부대처럼 다수의 감염자가 나온 곳은 일종의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처럼 확실하게 봉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포천처럼 감염자가 나온 경우에는 장병들이 2,3차 감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봉쇄를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군대의 경우 무증상자도 있고 경증환자도 있어서 당장은 묘수가 있지 않다"며 "바이러스 배출이 시작되지 않은 무증상 환자들을 걸러낼 방법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최 교수는 "전혀 위험이 없게 하려면 완전히 가두는 방법이 있을 텐데 그것은 불가능하고 인권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을 계속 관리하고 횟수와 방법을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비대면 형태의 만남을 좀 더 활발하게 이뤄지게 대안을 만들어주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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