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고시원 탐사기][단독]①10명 중 6명이 2평 미만 방에서..변기 하나를 9명이 같이 쓴다

고희진·오경민 기자 2020. 10. 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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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시원 전수조사 보고서

[경향신문]

우리는 고시원을 모른다. 누가 어떤 모습으로 왜 그곳에 사는지 모른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소방완비증명서를 발급하는 소방청이 매년 고시원 수 통계를 낸다. 소방청 예방소방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국 8273개(서울 4897개)였던 고시원은 지난해 전국 1만1605개(서울 5663개)로 늘었다. 이뿐이다. ‘몇㎡ 방에서 몇 명이 공용 화장실 하나를 나눠 쓰는지, 난방은 잘되고 있는지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는지’ 묻는 일은 화재나 고독사 등 사건이 발생할 때뿐이다.

■ 변기 1개를 9.5명이 함께 사용

샤워기당 평균 사용 인원 8.7명
90% 이상 공용 부엌서 식사 제공
냉장고 하나를 18명이 같이 써
다수의 공용 물품 사용하기에
코로나19 집단 감염취약 시설

고시원 역사 약 40년 만에 이곳의 안과 밖을 깊이 들여다본 보고서가 나왔다. 서울시가 연구용역한 ‘서울시 고시원 보고서-거처 상태 및 거주 가구실태조사’다. 보고서는 2016년 국민안전처의 다중이용업소 관리 현황에 나온 6149개 서울 고시원을 전수조사했다. 주소를 확인할 수 없는 곳, 이후 새로 생겨난 곳 등을 포함해 밝혀진 2020년 서울 고시원 총수는 5807개였다. 고시원 1채당 평균 37.7실의 방을 운영 중이었다.

구별로 살펴보면 관악구가 938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작구(507개), 강남구(397개), 동대문구(337개), 영등포구(303개), 성북구(293개), 서대문구(251개) 순이었다. 시기별로 보면 간이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되기 전인 2009년 7월 이전 설립된 곳이 1739개로 가장 많았다. 신축이라고 할 만한 최근 5년 내에 지어진 건물은 136개였다. 지어진 시기를 확인할 수 없는 곳도 168개에 달했다. 전체 고시원 중 90%가 지하철역에서 직선거리 1000m 내에 있었다. 667개를 표본으로 삼아 내부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를 모집단인 5807개 고시원에 대입해 전체 비율(%)을 추정했다.

창문이 없는 방의 비율은 38.6%였다. 전용면적 7㎡ 미만 방은 57.7%로 절반을 넘겼다. 서울시는 지난해 ‘실제 면적이 최소 7㎡(화장실 포함 시 10㎡)가 되지 않는 방의 고시원은 운영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노후 고시원 주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이는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을 하는 고시원에 한하기 때문에 그 이전부터 영업을 해온 고시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월 임대료가 30만원 미만인 저가 고시원의 비율은 42.7%였다.

공용 화장실을 쓰는 고시원 비율은 44.4%였다. 방마다 개인 화장실을 둔 곳은 40.7%였고, 공용 화장실과 개인 화장실이 모두 있는 곳은 14.9%였다. 평균 공용 변기는 3.8개이며 변기 1개당 평균 사용 인원은 9.5명이었다. 공용 욕실을 사용하는 비율도 41.9%로 높았다. 평균 공용 샤워기는 4.1개였고, 평균 사용 인원은 1개당 8.7명이었다.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에 따라 실별 취사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는 점이 고시원과 ‘원룸’으로 불리는 다가구주택의 가장 큰 차이다. 부엌이 없는 고시원은 15.3%였고, 있는 곳도 83.3%는 공용이었다. 일부 불법적으로 개별 부엌을 설치한 곳도 1.4% 발견됐다. 90.2%의 고시원은 공용 부엌 등에서 밥, 김치, 라면 등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들의 평균 공용 냉장고 수는 1.7개였고, 냉장고 1개당 평균 사용 인원은 18.0명이었다. 세탁기 역시 공용 비율이 86.5%로 높았다. 평균 공용 세탁기 수는 2.6개였으며, 사용 인원은 1개당 15.1명이었다.

다수의 공용 물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고시원은 코로나19 감염 취약시설이다. 경기와 서울 등지에서 최근 고시원 집단감염 사례가 일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용 물품 사용이 위험을 내포하고 있지만, 거주자 편의를 위해 식사 제공을 멈출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고시원 거주자들이 원룸이 아닌 고시원에 머무는 이유 중 하나가 세탁기나 냉장고 등을 개별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 식사도 제공되기 때문이다.

간이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고시원 비율은 86.0%로 높았다. 2018년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이후 제도가 정비된 덕분이다. 설치하지 않은 고시원 업주들은 간이스프링클러를 두지 않는 이유로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설치가 번거로워서” 등을 꼽았다. 다만 올해 12월부터 시행될 소방시설법과 다중이용업소법 개정안에 따라 모든 고시원은 2022년 6월30일까지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고시원 운영자의 상당수는 임차인이다. 이들이 고시원을 시작할 때 지불한 권리금 평균 금액은 1억410만원이었다. 월세인 고시원의 평균 임대료는 428만원이었다. 고시원을 운영하는 데 드는 월평균 공과금과 관리비는 208만원이었다. 상당수 업주들이 주 52시간제 도입과 최저임금 인상 후 ‘총무’로 불리는 고시원 관리자를 두지 않고 혼자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노량진의 한 상가건물에 3개 고시원이 입주해 있다(왼쪽). 노원·중랑 지역의 한 고시원 내 복도는 한 사람이 겨우 다닐 만큼 좁았다(가운데). 관악 지역의 한 고시원에 유의사항이 붙어 있다(오른쪽). 고희진·오경민 기자

■ 주 거주자는 ‘남성·5060’

입주자 성별은 남성이 76.6%
50·60대 고령층이 주로 이용
무직·일용근로자가 대부분
방 10개 중 4개는 창문도 없어
채광 부족·우울감 호소하기도

661개 고시원에 사는 2102가구를 대상으로는 주거실태조사도 벌였다. 이를 서울 고시원 거주 15만5379가구에 대입해 전체 비율(%)을 구했다. 7㎡ 미만 방에서 거주하는 이들이 53.2%로 절반 이상이었다. 이어 ‘7~10㎡ 미만’(29.0%), ‘10㎡ 이상’(17.8%) 순이었다.

남자가 76.6%로 여자(23.4%)에 비해 크게 높았다. 연령별로는 30세 미만이 29.8%로 가장 많았다. 다만 50대와 60대 이상의 비율이 각각 19.6%, 19.8%로 합치면 39.4%로 크게 높아 고령층이 주로 고시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는 30~40대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이들의 근무형태는 무급가족종사자·무직(44.7%)이 가장 많았다. 이어 임시·일용근로자(34.1%), 상용근로자(16.8%), 자영업자(3.2%) 순이었다. 학력은 고졸(36.4%), 대졸 이상(35.6%), 중졸 이하(17.4%), 대학 재학(10.6%) 순으로 나타났다. 혼인상태는 미혼(67.5%)이 가장 많고 이혼(20.6%), 배우자 있음(8.5%), 사별(3.5%) 순이었다.

월평균 가구소득은 100만원 미만이 37.2%로 가장 높았다. 이어 100만~200만원 미만(36.6%), 200만~300만원 미만(18.1%), 300만원 이상(5.7%) 순이었다. 소득이 낮을수록 고시원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고 외식보다는 고시원 제공 음식을 주로 먹었다.

거주자 중 수급가구의 비율은 20.5%였다. 수급 종류는 주거급여가 19.0%로 가장 많았고, 생계급여(16.9%), 의료급여(15.9%) 순이었다. 비수급가구 대부분은 수급 신청을 한 경험이 없었는데 이유로 “자격이 안 될 것 같아서” “절차를 몰라서” 등을 꼽았다.

장애인 등 취약가구원이 함께 거주하는 경우도 있었다. 장애인과 함께 거주하는 이들이 5.0%, 금융채무불이행자와 함께 거주하는 이들이 8.5%였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이 있어 일상생활이 어려운 가구원이 있는 비율은 20.9%로 나타났다. 지난 1년 동안 아팠지만 치료를 포기한 가구원이 있는 가구 비율은 11.8%였다. 가구주 연령대가 높을수록 치료를 포기한 가구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고시원에서의 거주 기간이 3년 이상이라고 답한 이들이 28.5%였고 6개월 미만(27.6%), 1~2년 미만(16.9%) 순이었다. 고시원에 사는 주요 이유로는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답한 이들이 46.6%로 가장 많았다. ‘직장과 가까워서’로 응답한 이들도 23.7%였다. 원룸은 월세 외에 공과금과 관리비 등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지만 고시원은 이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현재 살고 있는 고시원을 쪽방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50.5%로 절반을 차지했다. 고시원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60.1%였다. 이들은 비좁음(32.8%), 소음(19.8%), 채광부족(18.5%), 환기부족(17.8%), 고립감과 우울감(17.3%)을 건강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현재 거주 중인 고시원에서 거주자들 사이의 관계는 ‘인사 정도만 한다’고 답한 이들이 절반(49.5%) 정도였다.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33.4%)는 비율도 높았다.

고희진·오경민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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