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왜 그토록 광명동굴에 '집착'했을까

김도연 김예리 기자 입력 2020. 10. 7. 09:58 수정 2020. 10. 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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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대주주 개발사업 관련 '광명동굴' 홍보 의혹 태영건설의 광명역 역세권 개발 허가 전후 광명동굴 홍보 콘텐츠 급증

[미디어오늘 김도연 김예리 기자]

SBS가 대주주 태영건설의 광명역 역세권 개발사업 관련 시 허가 전후인 2014~2017년 광명동굴 홍보 콘텐츠를 보도·시사·예능·어린이 프로그램에 전방위로 배치하고 집중적으로 광고를 편성했다. 대주주 건설사의 개발사업을 따내기 위해 지상파 방송을 사유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KTX 광명역 인근 광명역세권 복합단지 개발사업은 태영건설의 계열회사인 엠시에타개발이 시행사, 태영건설이 시공사를 맡아 현재 건물을 올리고 있다. 총 사업비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사업이다. 주거 부문인 유플래닛 데시앙(6개동 1500세대)은 지난 1월 입주했고, 방송·영상 제작 기업이 입주할 비주거 부문은 건축 중이다. 개발사업은 광명시가 건축위원회에서 2015년 10월21일~12월15일에 걸쳐 3차례 재검토 의결한 끝에 12월15일 승인됐다.

SBS는 이 시기 전후 광명동굴 등 광명시 관련 홍보 보도와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2014년 하반기부터 2017년 9월까지 SBS 홈페이지 등에서 '광명동굴' 키워드로 집계되는 보도·프로그램 건수는 40여건이다.

보도 쪽을 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 20건 보도에서 광명동굴과 광명시 홍보성 기사가 나왔다. 2016년 7월24일과 8월4일 '8뉴스'에선 폭염 뉴스를 전하며 광명동굴 현장 스탠딩 보도로 “동굴 속은 차가운 기운마저 감돈다”는 피서 소식을 전했다.

▲광명역세권 복합단지 개발사업은 태영건설의 계열회사인 엠시에타개발이 시행사, 태영건설이 시공사를 맡아 현재 건물을 올리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광명동굴 라스코 동굴벽화전이나 바비인형전, 광명동굴 사업 교부금지원, 각종 동굴축제를 비롯한 행사 소식을 전달하는 보도가 16건이었다. 당시 SBS 구성원들 사이에선 SBS 경영진이 광명동굴 홍보성 보도와 방송제작을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SBS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익명의 구성원은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해 노동조합이 자체 조사에 나섰는데, 아침뉴스에 광명시를 홍보하는 내용을 취재 보도할 기자를 따로 배치한 사례 증언이 나왔다”며 “복수의 구성원이 '부회장 지시사항', '태영 관련' 등으로 지시가 내려와 불이익이 두려워 거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시사교양과 어린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관련 아이템을 전방위적으로 다뤘다. 생방송투데이는 2015년 4월9일과 7월16일 3달 사이 각각 “도심 속 황금동굴을 찾아라” “도심에서 즐기는 동굴 피서” 코너를 방영했다. 모닝와이드는 2015~2017년 “광명동굴 세계로 비상하다”, “용이 살아 숨 쉬는 판타지 동굴” 등 6건의 코너를 방영했다. 어린이프로그램 꾸러기탐구생활은 2015년 11월 4~5일 두 차례에 걸쳐 “국토 탐방 경기도 광명”이란 제목으로 광명동굴을 비롯한 광명시 관광지를 다뤘다. 2015년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2016년 SBS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도 광명동굴에서 촬영했다.

▲SBS 2014년~2017년 9월 리포트 가운데 광명동굴 관련 보도 영상 캡쳐.

MBC의 경우 2017년 2월 “커지는 와인시장, 국산 와인의 도전”과 2016년 8월 날씨리포트, 2015년 4월 “광명동굴 재개장, 폐광산에서 황금동굴로 화려한 변신” 등 광명동굴 관련 보도 건수는 6건에 그친다. KBS는 “[연예수첩] 드라마 속 이곳! 직접 가 보니…”(2014년 8월) “무더위 날려줄 오싹한 '공포체험'”(2015년 7월) 등 10건이다.

광명동굴은 광명시가 지난 2011년 매입하며 관광지로 부상했고, 2015년 4월부터 유료 전환했다. 당시 광명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 차원에서 주력 사업으로 광명동굴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던 차였다.

광명동굴 아이템에 대한 SBS 내 우려는 지난 2015년 7월에도 제기됐다. 노사 방송편성위원회에서 노측은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광명동굴에서 촬영한 것을 지적하며 “태영건설이 광명역 앞에 주상복합단지 허가를 두 번째 받고 있는데, 허가 문제 때문에 프로그램이 동원되거나 실제 경영 수뇌부가 주고받기 일환으로 광명시의 숙원 사업인 동굴 프로그램을 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이에 “광명시에서 3000만원 협찬을 받아 (런닝맨) 촬영을 한 것”이라며 “시청자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구성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좋은 조건이라 생각해 촬영했다”면서 의혹을 부인했다.

▲광명동굴은 1972년 폐광됐다가 광명시가 지난 2011년 매입하며 관광지로 부상했다. 광명동굴 내부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또 노측은 “우리 회사 수뇌부가 (동굴에) 다녀오고 자회사(SBS A&T) 디자이너가 가서 자문해 줬다고 하는데”라며 임원들의 동굴 방문 사실을 지적했는데, 최영범 당시 보도본부장은 “부회장(현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도 말씀하시고, 광명시장이 저랑 친한 (언론사) 후배”라고 했다.

SBS의 광명동굴 공짜광고 의혹도 인다. SBS와 광명시는 2016년 3월과 2017년 6월 두 차례 업무협약을 맺는다. SBS가 광명동굴에서 열리는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 전시회(2016년)와 바비인형전(2017년)에 각각 주관방송사로 참여해 “전시를 적극 홍보한다”는 내용이다. 2016년 3월 광명시 보고 문건을 보면, 시는 SBS에 당초 계약한 광명동굴 광고 40회 방송을 60회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그대로 시행됐다.

2017년 당시 출력된 SBS 광고집행 내역을 보면 광명동굴전 TV스팟 광고가 2016년 4~6월 총 60회 집행됐다. SBS가 언론재단에 보낸 광고료 청구 문건을 보면, 광고대금은 40회에 해당하는 1억1000만원이 명시돼 있다. 시 문건에는 광명시가 광명동굴 라스코벽화 전시 개장식 행사를 집중 홍보하고 특히 “SBS 8시 뉴스 및 SBS 모닝와이드 노출, 그 외 수시 노출” 등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 광명시 대표 관광지인 광명동굴의 용 조형물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SBS가 2016~2017년 광명동굴 관련 라디오 스팟 광고를 방송하면서 계약이나 광고대금을 치르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SBS 라디오 광고집행내역 2017년 출력본에 따르면, SBS는 2016년 4~8월 광명동굴 라스코벽화 관련 20초 길이의 광고를 파워FM과 러브FM에 180차례, 2017년 6~10월 바비인형전 광고를 61차례 내보냈던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계약서나 광고 대금은 치러지지 않았다. SBS의 라디오 광고편성 단가표에 따르면 2000여만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SBS 측은 관련 문의에 “해당 내용은 당시 SBS 노조가 문제 제기해 회사 차원에서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난 사안”이라며 “노조에도 이같이 설명한 바 있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회사 쪽이 이와 관련해 한 번도 노조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광명시의 SBS 방송국 주관방송사 지정 관련 요구사항 문건. 시 요청사항으로 라스코동굴벽화 전시 개장식 행사 집중 홍보를 위한 SBS 보도 프로그램 집중 노출을 명시했다.

최영범 전 본부장은 6일 통화에서 “언론윤리에 어긋날 만한 일을 한 일이 없으며, 사측 경영진이나 태영건설의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 당시 보도본부장으로 개별 아이템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 전 본부장은 “광명동굴은 다른 언론사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기사거리였다”면서도 “다른 언론사가 얼마나 다뤘는지는 통계로 확인하지 않아 모른다”고 했다.

TY홀딩스 관계자는 광고특혜 의혹에 “SBS의 경우 TV 스팟광고를 하면 라디오스팟은 덤으로 해주는 경우가 많다. 바비인형전 라디오스팟 광고의 경우 프랑스대사관 요청으로 향후 사업 가능성을 따져 협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TY홀딩스 관계자는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은 SBS 보도를 비롯한 방송 관련 어떤 지시나 관여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광명시가 구멍가게도 아니고, 사업자 후보 가운데 SBS가 무언가를 제공하겠다고 해서 관계자인 태영건설을 선정하면 당연히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당시 광명시장이었던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광명을)은 태영건설 개발사업 승인 과정에 관해 “태영건설이 당초 아파트 개발 사업을 시도했을 때 광명시는 시민과 역세권을 살리기 위한 각종 편의시설을 요구했고, 이를 태영건설이 수용해 (사업이) 승인됐다”며 “부정이나 특혜는 없었다. 광명시가 태영건설 측을 도와주거나 도움받을 일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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