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무면허에 숨진 우리딸.. "학생이라고 사과도 안 하는 가해자"

김현종 2020. 10. 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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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모여 따듯한 명절을 보내고 있어야 했을 추석(1일) 저녁.

서울에서 안무 기획가의 꿈을 키우던 A(21)씨도 부모님이 계신 전남 화순군에 내려와 친척들과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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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렌터카 사고로 사망한 21세 유족 인터뷰
"허술한 카세어링 제도,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지난 1일 전남 화순군 화순읍의 한 도로에서 미성년자 A(16)군이 충돌 사고를 내던 당시 폐쇄회로(CC)TV 화면. 인근을 지나던 택시 기사가 신고를 해 피해자 B(21)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독자 제공

온 가족이 모여 따듯한 명절을 보내고 있어야 했을 추석(1일) 저녁. 서울에서 안무 기획가의 꿈을 키우던 A(21)씨도 부모님이 계신 전남 화순군에 내려와 친척들과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인근 식당에서 사촌들과 저녁 식사를 끝내고 나니 오후 11시 30분쯤이었다.

사촌들이 시간이 늦어 택시를 잡아주겠다고 했지만, 평소 운동을 좋아하던 A씨는 "소화도 시킬 겸 걸어가겠다"며 사양했다. 약 10분쯤 걸었을까. 화순 읍내 편도 2차선 제한속도 30km 구간 횡단보도를 건너던 A씨는 시속 80km로 주행하던 승용차에 치여 사망했다. 운전자는 미성년자인 B(18)군이었다. B군은 친구 4명과 휴대폰 카셰어링 애플리케이션(앱)의 허점을 악용해 렌트카를 빌려타고 있었다.

A씨의 삼촌인 안일(46)씨는 7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카와 전날까지 멀쩡하게 밥을 먹었던 형님과 형수님(A씨의 부모)이 참변을 당한 뒤 넋이 나갔다"며 "앞으로 두분은 명절만 되면 이 사건을 떠올리게 될 텐데, 가해자는 학생임을 내세워 여전히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분개했다. 또 "조카 A씨는 성인이 되자마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며 서울에 올라가 스스로 꿈을 키워가던 착실한 아이였다"며 "사고 당시 무단횡단을 한 것도, 음주 상태였던 것도 아닌데 참변을 당하니 너무나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안씨는 B군이 무면허 상태로 렌트카를 이용할 수 있게 한 카셰어링 제도에도 분노를 쏟아냈다. 카셰어링 앱은 앱을 처음 사용할 때 운전면허증을 인증하면, 이후부터는 별도의 절차 없이 차량을 대여할 수 있게 하는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찰에 따르면, B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C(25)씨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운전면허증을 받아 광주에서 렌터카를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는 "미성년자가 카쉐어링 앱의 허점을 악용해 적발되거나 사고를 일으킨 경우가 수백건씩 반복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제도 개선이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법 미비를 이유로 카셰어링 업체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제2, 3의 피해자가 나오도록 국가가 방치하는 꼴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8세 이하 청소년이 무면허로 렌터카를 몰다가 낸 사고는 총 405건이나 된다. 722명이 부상을 당했고 145명이 중상, 사망자도 8명이나 됐다.

A씨의 삼촌 안일(56)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게시글. 이날 오후 1시 10분 기준 15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안씨는 가해자가 미성년자임을 내세워 선처를 받을 가능성도 우려했다. 안씨는 "B군과 B군 부모가 구속 전 피의자 심사(영장실심시사) 때도 학생임을 내세워 선처를 받고자 했다"며 "선처를 생각하기 전에 피해자 유족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순리 아니냐"며 분개했다. 또 "사고 당시 B군이 브레이크조차 밟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다"며 "마침 주변을 지나가던 택시기사가 없었다면 신고조차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B군은 A씨를 친 사실을 알고도 약 20km를 달려 광주까지 이동했다가 2시간 후에야 사고 현장으로 복귀, 경찰에 자수했다. 안씨는 이같은 내용의 글을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전남 화순경찰서는 B군을 교통사고처리특별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해 이날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B군 전에 차를 운전했던 동승자 1명은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운전)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지만, 나머지 3명은 입건되지 않았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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