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공무원 유족들 '악성 댓글'에 고통

이재호 2020. 10. 7. 18: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서해 어업지도원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이후 유족들이 악성 댓글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숨진 어업지도원의 아들 이아무개군은 지난 5일 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북쪽 해역에서 발견된 사람이 아빠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는데 나라에서는 설득력 없는 이유만을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저희 가족은 그 어떤 증거도 없기 때문에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가 없다"며 정부 발표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에게 보낸 아들 편지 두고
"돈벌이하려고 내세웠냐 댓글에 참담"
지난달 전남 목포시 서해어업관리단 전용부두에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항해사)이 실종 직전까지 탄 어업지도선인 무궁화 10호가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서해 어업지도원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이후 유족들이 악성 댓글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숨진 어업지도원의 아들 이아무개군은 지난 5일 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북쪽 해역에서 발견된 사람이 아빠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는데 나라에서는 설득력 없는 이유만을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저희 가족은 그 어떤 증거도 없기 때문에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가 없다”며 정부 발표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군은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 편지는 숨진 어업지도원의 형인 이래진(55)씨가 공개했다.

하지만 편지 내용을 보도한 기사에는 유족들을 조롱하는 댓글들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옛날 박정희, 전두환 시대였으면 가족들 모두 안기부에 끌려가서 폐인 되고 빨갱이 집안이라 불렸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만만하냐”고 썼다. 이 댓글에는 95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네 아버지가 빚지고 월북하려다 죽은 것 때문에 전쟁 날 뻔했다”며 “자식이라면 국민에 엎드려 빌어라”라고 썼다. 친여 성향의 <오늘의 유머>, <클리앙>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아들부터 조사 들어가야 한다”, “내가 월북자 아들이라면 쥐 죽은 듯 사죄하며 살 거 같다”는 등 유족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친여 성향을 드러내놓고 활동해온 한 누리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전 같으면 간첩단 사건으로 몰아 일가친척 풍비박산 낼 사건인데 요즘은 월북자 가족이 국정원의 조사도 안 받고 이렇게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걸 보니 세상이 좋아진 게 확실하다”고 썼다. 이 게시글엔 “국민의힘 당원 아니냐”, “뒤에서 누가 코치하고 있냐”는 등 배후설을 제기하는 댓글이 달렸다.

유족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래진씨는 <한겨레>에 “돈벌이를 하려고 조카를 내세웠다는 글을 읽고 참담했다”며 “지금은 진상규명 활동으로 경황이 없지만, 나중에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사회비평가 박권일씨는 “아직 동기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유족을 모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건 초기에 서둘러 월북설을 제기한 정부도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채널 한겨레21 구독▶2005년 이전 <한겨레>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