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5억 주식투기' 이미선 헌법재판관 부부, 주식 못 끊었다

이서희 2020. 10. 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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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도 안 돼 억대 주식 보유.. 김도읍 의원 분석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해 4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선 헌법재판관 부부는 지난해 4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주식 투기 문제로 낙마할 뻔 했다. 부부는 35억원대 주식을 보유 중이었고, 불법 주식 거래 의혹에도 휩싸였다. 배우자인 오충진 변호사는 '이 재판관이 임명될 경우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하겠다'고 서약하고 전부 매각했는데, 1년도 안 돼 또 다시 억대의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재판관 임명에 반대한 국민의힘은 “일단 임명되고 보자는 이 재판관 부부의 ‘주식 처분 쇼’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4월 11일 김도읍(오른쪽)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등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7일 국회 법사위원회 소속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월26일 헌법재판소에 신고된 이 재판관의 재산 변동 사항을 확인한 결과, 오 변호사는 총 1억 6,306만원 상당의 해외 주식을 다시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크셔해서웨이 220주 △바이두 720주 등 3월 기준으로 총 1억6,306만원 어치였다. 고위공직자이자 법관의 과도한 주식 투자로 지탄을 받아 겨우 임명된 이 재판관 부부가 또 다시 주식에 손을 댄 것이다.

이 재판관 측은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가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고시한 외국 기업의 주식 취득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건 국내 주식이냐, 해외 주식이냐, 혹은 직무 관련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이 재판관 부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 재판관은 지난해 인사 검증 과정에서 남편과 함께 35억4,887만원상당의 주식을 보유해 도마에 올랐다. 보유 주식 가치는 당시 부부의 전재산 42억6,000만원 중 83%에 달했다. 국민의힘은 내부자 거래 의혹도 제기했다.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재판은 뒷전, 판사는 부업, 투식 투자가 본업이라는 것 아닌가”라고 힐난했고, 범여권인 박지원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조차 “이 후보자의 법관 재직 시 주식 거래는 1,200회가 넘고, 배우자는 4,090회가 넘는다”며 도덕성 결여를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 신분이었던 이 재판관 부부는 주식 전량 매각을 약속했다. 이 재판관은 "제가 재판관에 임명된다면 주식을 조건 없이 처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2019년4월10일 이미선 후보자 청문회 발언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이미선 만약에 제가 재판관으로 임명이 된다면 주식을 조건 없이 처분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지원 위원 조건 없이 처분하지요?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이미선 예.

이 재판관은 자신과 배우자의 지나친 주식 투자를 사과하기까지 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이번 기회에 국민 눈 높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고 많이 반성했고,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2019년4월10일 이미선 후보자 청문회 발언
◯헌법재판소재판관후보자 이미선 그런 국민들의 여망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을 합니다. 저도 공직자로서 그동안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려고 많이 노력을 했는데 이번 기회에 제가 국민의 눈높이,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런 지적을 받고 많이 반성을 했습니다. 그런 지적들은 제가 겸허히 수용을 하겠습니다.

이어 오 변호사는 공개 서약서까지 쓰면서 주식 처분을 약속했다. 서약서에서 그는 "배우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는 경우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모두 조건 없이 처분할 것을 서약한다"고 맹세했다. 실제 이 재판관 부부는 보유 주식을 전부 매각했다. 오 변호사는 본인 명의 주식 29억여 원어치 중 절반을 이 재판관 임명 전에 매각했고, 나머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재가 직후에 처분했다.

이 재판관 부부가 '주식을 다시 매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다. 그러나 재판관 임명을 위해 주식을 처분한 뒤 곧바로 다시 매입한 것은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남편 오충진 변호사가 지난해 4월 작성한 서약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김도읍 의원은 “이 재판관이 주식 과다 보유 및 불법 주식거래 의혹 등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고도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주식 매매를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재판관 부부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 커녕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쇼’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8일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할 예정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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