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테스 형, 거리두기가 왜 이래?
추석 연휴를 나훈아 쇼와 보냈더니 알쏭달쏭한 건 ‘테스 형’에게 물어보고 싶어진다. 이를테면 집 앞 카페 2층에서 벌어진 일. 방역지침에 따라 의자를 절반 치운 카페는 그마저도 한산했다.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라테 한 모금 음미하며 책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들리는 말 “손님, 마스크를 껴주세요.” 고개를 드니 종업원이 30㎝ 앞에 와 있었다. 반경 2m 내 나 홀로 입 다물고 있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렇게 무너졌다. 이젠 식당에서도 음식 먹을 때 외에 마스크 벗으면 과태료를 낸단다.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또 모를 건 이런 거다. 추석 연휴 직전 국립중앙박물관·국립중앙도서관 등 주요 국·공립 실내시설이 문을 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이들 시설은 수도권의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지난 8월 19일 잠정 휴관했다가 추석 방역 특별대책에서 운영이 허용됐다. 그러나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은 아직 닫은 상태다. 덕수궁 석조전·중명전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국립무형유산원 등도 마찬가지다. 시민들 눈엔 엇비슷해 보이지만 이들은 문화재청 소속이라 부처 방침이 다르단다.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 형.
언제 열지도 알 수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따르면 공공 다중시설은 원칙적으로 2단계에 문을 닫아야 한다. 클럽·룸살롱 등 고위험시설과 마찬가지다. 입장 시 발열체크, 시간당 인원수 제한, 철저한 사전예약제 등을 통해 집단감염 가능성을 최대한 통제해도 소용없다. 지난 5월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에 따라 각 공공시설이 이런 조치를 도입하고 대민 위생교육까지 덤으로 행했는데 말이다. K방역에 따르면 지역사회에서 일일 5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는 한 영영 닫을 판이다. 아아, 테스 형!
코로나19와 함께 우리 삶이 예전 같지 않으리란 걸, 뉴 노멀(새로운 표준)의 시대가 왔단 걸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가 추구해온 ‘개인과 공공의 조화’라는 가치를 포기하란 의미는 아닐 게다. 나훈아씨가 말했듯 “우리처럼 말 잘 듣는 국민이 없기에” 10개월째 불편과 통제를 감수해 왔다. 이젠 알고 싶다. 반경 2m 내 사람 없는데도 마스크 벗으면 안 되나. 콜라텍·단란주점과 공공도서관·미술관이 어찌하여 도매금인가. 엇비슷한 박물관도 소속 부처 따라 위험도가 다른가. 요트 살 돈만 있으면 나도 떠나도 되는가. 아니, 나는 일일이 누군가에 물어야 할 사람인가 안 물어도 되는 사람인가. 아아,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테스 형.
강혜란 문화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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