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추미애, 당직사병에 답하라

김원배 입력 2020. 10. 8. 00:34 수정 2020. 10. 8.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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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휴가 의혹 제기한 당직병
수사 결과 거짓말 한 것은 없어
보좌관의 아들 일 개입은 부적절
김원배 사회디렉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은 당직사병이라고 주장하는 A와 통화를 한 사실이 없다. A가 말하는 모든 상황은 허위사실이다. 떠도는 얘기를 직접 경험한 것처럼 만들어 옮기는 ‘n차 정보원’의 전형적인 예다.” (9월 2일 추 장관 아들 변호인 입장문)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 먹었다. 당직사병의 언행을 보면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9월 12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페이스북)

“이른바 ‘카더라’다. 이웃집 아저씨의 오인과 추측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9월 17일 추 장관)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처음 제기한 당직사병 A씨에게 쏟아진 추 장관 측과 여권의 비난이다. 이게 온당한 것일까.

그가 지난해 말부터 주장한 것은 “2017년 6월 당직을 설 때 추 장관 아들의 미복귀 보고가 와서 직접 통화를 하고 복귀 지시를 했다. 그런데 이후에 상급부대 대위가 찾아와서 휴가 처리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이런 이례적인 지시 때문에 당시 부대에선 “특혜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서울동부지검의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당시 병장이었던 A씨가 사건의 전모를 알지 못했지만 거짓을 말한 것은 없다. 추 장관 아들 변호인의 주장과 달리 그가 당직을 서면서 추 장관 아들과 통화한 것도 사실로 나타났다. 온 산을 태워 먹은 것은 누구 때문인가.

서소문 포럼 10/8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인사청문회 회의록을 보자.

▶김도읍 의원=“일병(추 장관 아들)이 상급부대 대위를 움직일 수 있나. 그러면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을 것이다. 성인 자녀의 모든 것을 부모가 책임질 수는 없다. 하지만 유명 정치인인 엄마가 관여됐다면, 외압이 들어갔다면 큰 문제다.”

▶추미애 후보자(당시)=“외압을 쓸 이유도 없고 쓰지도 않았다.”

추 장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일병이 상급부대 대위를 움직일 수 없다는 김 의원의 지적은 맞았다. 보이지 않는 손은 추 장관의 여당 대표 시절 보좌관이었다. 지지부진하던 서울동부지검의 수사가 속도를 낸 것도 휴가 연장 과정에 보좌관이 관여한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현역 병사 중에 휴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 보좌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몇이나 될까.

서울동부지검이 공개한 추 장관과 보좌관의 카톡 대화 내용을 보면, 추 장관은 보좌관이 아들의 병가 연장을 시도했다는 것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 논란이 된 상급부대 대위의 전화번호를 보좌관에게 전달한 기록도 나온다.

보좌관은 국회의원의 공적 업무를 돕기 위해 존재한다. 의원 가족의 사적 문제를 챙기라고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주는 게 아니다. 추 장관도 국회 답변 과정에서 “보좌관이 뭐하러 그런 사적인 일에 지시를 받아서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보좌관이 국회의원 자녀를 개인적으로 도울 수는 있다. 하지만 보좌관의 신분을 밝히고 다른 사람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론 곤란하다. 나아가 국회의원이 사후에 보고를 받았다면 사실상 국회의원이 한 것과 다름없다. ‘묵시적 지시’라고나 할까. 위법성은 모르겠지만 도덕적으론 문제가 있다.

추 장관은 보좌관이 아들의 병가와 휴가 처리에 관여한 게 적절한 것인지 답해야 한다. 본인에게 쏟아지는 질문의 핵심을 피하면서 검찰 개혁에 매진하겠다는 말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당직사병 측은 6일 “직접 경험한 실체적 진실을 얘기했을 뿐인데 자기 확증 편향을 가진 집단과 개인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추 장관 측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과한 황희 의원은 고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일이 군 인사행정 업무에 일체의 외부 영향력이 개입되지 못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추 장관 측에선 당직사병의 주장으로 불필요한 고통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는 사실에 기반해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런 당직사병을 ‘카더라’나 ‘n차 정보원’으로 비난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 사안을 놓고 고소가 이어지는 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당시 동료 병사들이 가졌을 의구심이나 박탈감을 좀 더 일찍 헤아릴 수 있었다면 오늘의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마무리는 여전히 추 장관의 몫으로 남아 있다.

김원배 사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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