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밀어올린 세계 집값, 독일 7% 캐나다 6% 프랑스 5%↑

성유진 기자 2020. 10.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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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경기침체 속 집값만 상승

독일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로리 던컨 부부는 올해 초 함부르크에 방 두 칸짜리 아파트를 사려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구매를 뒤로 미뤘다. 최근 다시 부동산 중개사이트를 찾아보던 부부는 몇 달 사이 오른 집값에 깜짝 놀랐다. 로리씨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코로나 때문에 경기가 위축되면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오히려 신축 주택 공사가 지연되면서 공급은 줄어들고, 집을 사려는 수요는 여전히 많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주요 국가에선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0년 전 글로벌 경제 위기 때는 집값이 평균 10% 떨어졌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에도 미국·독일 등 고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집값이 5% 정도 올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금리 하락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각국 정부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푼 가계 지원금,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주택 구매 수요 상승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코로나 속에서도 오르는 세계 집값

실제 미국과 영국, 독일, 캐나다, 프랑스 등은 코로나 직격탄에도 집값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세계 주요 56국의 집값은 지난 1년 사이 4.7% 상승했다.

독일이 6.8%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캐나다(5.9%)와 프랑스(5.0%) 등이 평균보다 높았다. 미국(4.5%), 일본(3.7%), 영국(3.5%) 등도 상승했다. 한국은 1.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주택시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여서 서울만 보면 집값 상승률은 훨씬 높게 나온다. 같은 업체에서 만든 ‘주요 도시 고급주택 지수’에선 서울의 집값 상승률이 4.0%였다.

세계 주요국 집값 상승세는 하반기 들어 더 확대하는 추세다. 독일 주택 가격은 8월에 전년 대비 11% 상승했고, 영국 역시 5.2% 올랐다. 영국의 상승세는 2016년 이후 가장 가파른 수치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중국은 집값 과열이 계속되면서 정부 당국이 부동산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고 소개했다.

‘집값 거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지난달 30일 ’2020 글로벌 부동산 거품지수'를 통해 전 세계 도시 25개 가운데 7개가 부동산 거품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지수는 도시의 평균 소득과 부동산 가격의 부조화, 과도한 부동산 대출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1.5를 넘으면 ‘거품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본다. 서울은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조사에 따르면, 독일 뮌헨의 부동산 거품 지수가 2.35로 가장 높았다. 2위는 독일 프랑크푸르트(2.26)였고 3위는 캐나다 토론토(1.96)였다. 홍콩(1.79)과 프랑스 파리(1.68)가 뒤를 이었다.

◇넘쳐나는 돈이 집값 올린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팬데믹에도 집값이 오르는 주요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가장 큰 원인은 ‘넘쳐나는 돈’이다. 올해 한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에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추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급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의 시중통화량(M2)을 합산해서 만드는 블룸버그 글로벌 통화공급지수는 지난 3월부터 6개월 연속 올랐다.

저금리 기조 확산으로 주택 대출 부담이 줄어든 것도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미국에선 30년 고정 금리 주택담보대출 이율이 연초엔 3.7%였는데 현재는 2.9% 수준으로 내렸다. 일부 국가에선 주택 대출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등에선 코로나 위기 상황을 감안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 상환을 미룰 수 있도록 했다.

주요국들이 임금 보조 등의 방식으로 가계 소득을 직접적으로 지원한 것도 집값에 영향을 미쳤다. 보통 경기 침체기에는 주택 구매층의 소득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집값이 떨어지지만, 이번에는 각국에서 재정을 풀어 소득 보전에 나선 것이다. 코로나발 경기 침체가 고소득자와 현금 부자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는 ‘더 좋은 집’에 대한 구매 수요를 부추겼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도심의 크고 좋은 집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 영국에서는 단독 주택 가격이 연간 4% 올라, 아파트(0.9%)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정부 규제 속 서울 집값도 상승세

서울 주택 시장 상황도 세계 주요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집값은 올들어 4~5월 두달간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오름세다. 올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한국감정원 기준 2.48%, KB국민은행 기준 9.09% 올랐다. 최근 정부가 6·17 대책과 7·10 대책 등 강도높은 규제책을 내놨지만 상승폭이 축소됐을뿐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의 상당수가 부동산 시장에 계속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는 투자 성격이 강해 실물 경기보단 시장에 풀린 유동성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며 “정부가 각종 규제책을 내놨지만 시중에 워낙 유동성이 풍부해 집값이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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