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人]"마스크, 남이 씌워줄 땐 늦습니다"..방역 홍보의 첨병들

김기덕 2020. 10. 8.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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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 코로나19 시국에 주목받아
마스크 의무화·다단계 판매 경고 등 유튜브 큰 반향
확진자 발생에 온라인 회의로 공익광고 탄생시키기도
서울시민의 대변인 역할.."심리적 방역 홍보도 앞장"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다단계 업체 판매행사) 그거 불법인 거 몰랐어? 마스크 벗고 침 튀기면서 노래하고, 허가도 안 된 밀폐된 공간에서. 구상권 2억원 어떻게 할거야.”(유튜브 `넋나간 가족` 중)

`이 적은 감정이 없으며 흔적도 없이 숨어 있다. 나는 지금 신출귀몰하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유튜브 `한 남자의 소리없는 전쟁` 중)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바이러스 시작과 확산, 유행, 진정세, 재유행, 사회적 거리두기 일상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이제 생활 속 방역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런 방역수칙을 누구보다 알기 쉽게 전달하고 이를 어길 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매일 같이 아이디어를 짜내고 발 빠르게 뛰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시청 내 아이디어 뱅크 부서이자 서울시민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시민소통기획관이다.

빠르고 참신하며 명확한 메시지 전달이 생명

지난달 중순 시민소통기획관이 실제 사건을 재구성해 유튜브에 공개한 `넋나간 가족` 영상 광고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해당 영상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역학조사 과정에서 광주시를 방문한 사실을 숨겨 구상권 2억2000만원을 청구받은 송파구 60번째 확진자의 실제 사례를 각색한 내용이다. 이 동영상은 공개한 지 한 달도 안돼 22만뷰를 달성했다.

유병천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 소통전략팀장은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광고 기획·작성 단계에서 구상권 2억원을 청구받고 집을 내놓는 내용이 너무 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다만 “감염 확산의 주범으로 꼽힌 다단계 판매의 위험성을 알리고, 법적 조치 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공포를 기반으로 한 위협소구적인 방법을 쓸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홍보영상 ‘소리없는 전쟁’(사진 출처=유튜브 캡처)

이후 캠페인은 쉴 틈 없이 쏟아졌다. 시민소통기획관은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돼 시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을 내리자 `어느 마스크를 쓰겠습니까? 남의 씌워줄 땐 늦습니다`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건 포스터를 기획·제작해 배포했다. 생활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과 병상에 누워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환자 이미지가 대비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후 `한 남자(여자)의 소리없는 전쟁`을 제목으로 한 마스크 착용 유튜브를 기획·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최근 한 달 새 연이어 세 편의 공익 홍보 영상을 제작할 정도로 내부 호흡은 빨랐고, 메시지는 명료했다. 다소 딱딱하고 경직된 것으로 평가받는 공직 사회에서 이처럼 이슈파이팅을 하며 민간기업보다 더 빠르게, 참신한 아이디어로, 명확하고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던 배경에는 우수 DNA들의 탄탄한 팀웍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10년 홍보기획관에서 시민소통관으로 탈바꿈하며 만들어진 이 조직은 현재 총 4개과(시민봉사담당관·시민소통담당관·뉴미디어담당관·도시브랜드담당관) 150여명으로 이뤄져 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듣고 그 목소리가 담긴 시 정책과 생활정보 등을 외부로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서울시 각 사업부서의 정책을 소통·홍보를 통해 지원하는 부서가 아닌 전체 사업부와 연동돼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 부서원들이 서울도서관 외벽에 붙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대형 포스터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드러운 소통 문화가 힘…“심리적 방역 홍보 펼칠 것”

이 부서에는 업무 특성상 일반행정직군 공무원 외에도 광고기획사, 홍보대행사 등 민간기업서 채용한 인력이 전체의 30~40%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광고 기획과 홍보 등 전문적인 직종에서 수년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다수의 경력직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는 것. 강선미 소통기획팀장은 “다른 부서에 비해 신속한 대응과 합리적인 의사결정, 일사불란한 실행이 더 요구되기 된다. 30~40대가 중심이 된 일선 실무자와 의사결정권자 간에 긴밀한 정보공유를 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며 소통하는 문화가 활성화돼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소통기획관 내부 회의 모습.

최근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스크 광고를 기획하던 중 지난달 18일 서울시청 본청에서 확진자가 발생, 즉각 부서원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을 때까지 모두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도 온라인 아이디어 회의와 기획안 수정을 거듭한 끝에 결국 마감에 늦지 않게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완성된 광고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 요청으로 20여곳에 배포되는 등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을 공감하고 위로하고 지지하는 심리적 방역 홍보도 이어갈 방침이다. 박진영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국장)은 “급변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등에 따라 시민에게 전해야 할 메시지는 계속 바뀌겠지만, 물리적 방역 뿐 아니라 심리적인 치료도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의료진과 거리두기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고 응원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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