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이공'이 돌아왔다"..2주 자가격리해도 남는 장사 얼마나 할인해주길래

김종윤 기자 2020. 10. 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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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코로나19 종식 선언 후 따이공 재등장..개점 전부터 20~30명 긴줄
면세업계 "보따리상 잡아야 최소 매출 유지"
롯데면세점 명동점© 뉴스1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 지난주 서울 롯데면세점 명동점. 개점까지 1시간 이상 남은 오전 8시 전부터 중국인 20∼30명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9시가 넘어가자 대기 줄은 더 길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 정적마저 감돌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발길이 끊겼던 중국 따이공(보따리상)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종식 선언으로 현지 경제 상황이 회복 기미가 보이자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이들은 국내 입국시 2주 자가격리와 이에 따른 비용도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충분히 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불황에 빠진 면세업계는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며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 中 코로나19 종식 선언…활동 재개한 보따리상

8일 한국면세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4441억원을 기록해 전월(1조2515억원) 보다 약 15.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 매출이 1조3834억원으로 전월 대비 1813억원 늘었다는 것에 있다. 외국인 고객 수도 4797명 증가해 7만5037명으로 나타났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와 달리 매일 20∼30명 정도가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며 "보따리상과 국내에 머물다 자국으로 돌아가는 중국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보따리상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현지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화하면서 다시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이들은 국내 입국 동시와 2주간 자가격리 부담에도 한국을 찾고 있다. 현재 국내 입국자는 우리 정부가 마련한 격리시설에 머물 경우 하루 10만∼1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해 100만원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따이공들의 발걸음은 더 바빠졌다. 중국에서 인기가 있는 제품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서울 시내 면세점 이곳저곳을 돌며 쇼핑에 나서고 있다.

보따리상은 자가격리 비용과 수익을 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량 구매 혹은 현지 인기 상품을 집중 구매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기 제품은 재고 소진이 빨라 이른 오전에만 구매할 수 있다"며 "빠르게 구매 후 다른 면세점으로 이동하는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9.2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보따리상 유치 '과잉경쟁'

면세업계는 다시 등장한 보따리상을 잡기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펼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입국하지 않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따리상 확보가 필수다.

일반적으로 기업형 보따리상은 중국 현지 여행사 모집으로 국내에 입국한다. 이때 국내 면세기업은 현지 여행사와 별도 계약을 체결하고 자사 면세장으로 유치한다. 여기엔 수수료와 할인이라는 비용이 투입된다. 고객 1명이 아쉬운 면세업체가 코로나19 이후엔 마케팅 비용을 더 지불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견해다. 보따리상은 자가격리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과거보다 더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면세점을 선호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한동안 보따리상 유치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중국 우한으로 향하는 여객기 운항이 재개되는 등 중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하늘길이 조금씩 늘고 있어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보따리상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단체 관광객이 당장 급증할 가능성은 적어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면세업계 전망은 보따리상 증가에도 밝지 않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방한객은 9738명으로 전년 동월(51만9132명) 대비 98.1% 감소했다. 국내 한 면세업체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24% 수준에 그쳤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 터미널(T1) 면세점 4기 사업자 재입찰이 모두 유찰된 것도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방증이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보따리상 매출은 과도한 마케팅비 투입 탓에 남는 장사가 아니다"며 "코로나19 종식 전까진 불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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