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인사보복 혐의' 안태근 무죄 확정에 "평생 싸워보겠다"

서지현 검사는 자신의 성추행 폭로를 막으려고 인사 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이 무죄 판결을 확정받은 것과 관련해 좌절하지 않고 평생 싸워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서 검사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상고해 끝까지 갈 것이라는 검찰 쪽 이야기를 믿고 있었는데, 재상고 포기 기사를 인터넷으로 봤다. 여전히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검찰은 안 전 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반정모 차은경 김양섭 부장판사)의 파기환송심 판결에 재상고하지 않았다. 상고 기간(7일) 내 검찰이 재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안 전 검사장에 대한 무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서 검사는 “현행 수사와 재판 관행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생각했다면, 내부에서 진실과 정의를 찾을 방법이 있었다면 얼굴과 이름을 내놓고 생방송 인터뷰를 하는 사회적 자살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검사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기에, 내부에서 아무리 몸부림쳐 봐도 저들의 견고한 성에 작은 점 하나 찍을 수 없었기에, 사실 검찰의 불의와 부조리가 너무 끔찍해 그냥 조용히 사표내고 육아에 전념하리라 마음먹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리 할 수 없었다. 공기처럼 퍼져있는 성폭력, 번번히 은폐돼 가해자는 큰소리치고 피해자만 조리돌림당하는 현실, 정치적이고 불의한 자들의 영원한 득세, 무엇이 불의인지조차 모르는 오만과 독선”을 언급하며 “사랑했던 검찰이, 후배들이 언제까지나 그 모양 그 꼴이게 놔둔 채 그리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검사도, 변호사도 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집 밖에 나갈 수 조차 없을 지도 모른다’ 생각하면서도 이런 검찰의 썩은내 나는 모습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다면, 더 이상 후배들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고 했다”며 “부끄럼 많고 겁 많은 내가 그날 그렇게 글을 올리고 카메라 앞에 섰다”고 털어놨다.

서 검사는 “그 이후는 뻔한 예상대로였다. 제대로 할 리 없는 수사, 절대권력자였던 가해자의 여전한 내부 권력, 제2의 서지현을 막기 위해 완전히 저 미친 x을 죽여야 한다는 조직, 노골적인 욕설과 전형적인 음해들, 이를 믿고 동조하는 정치권과 언론, 역시나 이해관계가 얽힌 재판이었다”면서 “뻔히 예상했지만 그렇다고 그 고통까지 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고통보다 견디기 힘든건 변하지 않는 검찰, 변하지 않는 세상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치도록 재판을 이기고 싶었다. 가해자를 망신 주거나 보복하려고가 아니라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실현돼야 하니까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재상고포기 기사를 볼고 울음이 터지지도 공황이 덮쳐오지도 않고, ‘우씨 낙태죄 폐지해야 하는데.. ’하며 톡 논의를 계속 하고 페북에 김수정 변호사님 최종변론을 올리고 있는 날 발견했다. 검찰, 법원, 정치, 언론이 정의와 희망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상식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정의를 쟁취하고 결코 희망을 놓지 않는 우리를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전에 임 부장님(임은정 부장검사)과 이런 통화를 했다. ‘이이효재 선생님이나 긴즈버그 대법관을 보면 90이 넘도록 평생을 싸우셨는데, 우리가 과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고작 몇 년 싸웠다고 힘들다 하지 말자’”라며 “90이 넘도록 살 자신은 없지만, 평생 싸워는 봐야겠다. 그 끝에는 이번에 찾지 못한 정의와 더 나아진 세상이 있을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