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中, 美와 밀착하는 대만에 '으름장'..'직접 공격' 가능성 커졌다

김충남 기자 2020. 10. 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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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방부가 지난 9월 10일 중국 군용기의 대만방공식별구역 침범 사실을 밝히면서 그와 함께 사진으로 공개한 중국 수호이(Su)-30 전투기 전개 모습. EPA 연합뉴스

■ 中군용기, 대만 방공식별구역 잇단 진입 … 양안 긴장 최고조

대만 反中정서 갈수록 강해져

中, 독립 움직임 사전차단 포석

해·공군력 우위 바탕 무력시위

中전투기·폭격기 18대 출격때

美도 미사일 실사격 일촉즉발

전문가 “美 대선 있는 내달이나

내년 취임일 전후 中 공격할수도”

중국이 국경절 연휴(10월 1∼8일) 기간에도 연일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는 등 무력시위에 나서고 있다. 대만군과 미군도 초계기와 정찰기를 동원하고 방공미사일 부대가 군용기를 추적하며 중국군의 ‘침입’에 맞대응했다.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긴장이 연일 고조되고 있는 형국으로, 중국과 미국이 격렬히 대치했던 1996년 ‘미사일 위기’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만해협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플래시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가운데, 중국이 이르면 오는 11월 미 대선 직후 대만을 직접 공격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연일 에스컬레이트 되는 대만해협 긴장 = 7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에만 중국군의 Y-8 대잠초계기가 모두 4차례 대만 ADIZ에 들어왔고, 지난달 16일 이후로는 총 12일에 걸쳐 대만 ADIZ에 진입했다. 일부 중국 군용기는 양안 간 실질적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미국이 설정한 이 선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이 대만을 방문한 지난 9월 17일에는 중국군 J-16 전투기와 H-6 폭격기 등 18대가 4개의 방향으로 동시다발 출격해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 ADIZ를 동시에 침범하기도 했다. 미국도 이에 대응해 대만 인근 해역에서 토마호크와 하푼 미사일을 실사격하는 등 일촉즉발 상황이 조성됐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지닌 중국의 압박에 대만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오른쪽 사진) 대만 총통은 지난 6일 한 공군부대를 방문해 “국민이 중국 공산당의 위협에 직면한 이때 국토와 주권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만군의 고민은 깊다. 장관췬(張冠群) 대만 국방부 부장관은 한 행사에서 “대만의 안보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대만 국방부는 올해 중국 군용기 침공에 대응해 대만 전투기가 지난해(1798회)보다 2배 이상으로 많은 4132회 출격했고, 올해 중국 군함은 총 7531회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지난해 5927회보다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中의 대만 공격 가능성 고조, 배경엔 군사력 자신감 = 중국이 이처럼 대만에 대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것은 지난해 홍콩의 대규모 시위 사태를 거치면서 차이잉원 정권의 반중 정서가 거세지고, 미국과의 전략적 연대가 확대되면서 대만 독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왼쪽)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을 무력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통일해야 할 미수복 지역이자 중국의 ‘핵심이익’으로 삼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중국의 대만 공격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딩리(沈丁立)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대만을 둘러싼 무력충돌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선언함으로써 대만과 미국이 중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후시진(胡錫進) 환추스바오(環球時報) 총편집인도 트위터에 “중국은 몇 시간 내에 대만의 모든 군사시설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섬을 점령할 수 있다”며 “중국 군대와 인민은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자신감에는 2012년 말 시 주석 집권 이후 대만 통일 및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등 공세적인 대외 정책 및 해·공군력 강화 등과 맞물려 있다. 유사시 미국의 대만 개입에 대응할 군사력 부족과 실제 대만 침공 시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 등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을 무력 공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시 주석은 광범위한 군사개혁에 나서 첨단무기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 특히 해·공군력을 대폭 확충해왔다. 현재 중국의 전투기 보유 대수는 1500대로 대만(400대)의 4배가량이고, 구축함은 8배나 많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증강은 중국과 미국의 세력 균형을 바꿨다”며 “중국 해군은 이제 미국 해군보다 더 많은 군함을 보유하고 있고, 모두 서태평양에 집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중국은 미 항공모함을 위협하고 미군의 통신을 방해할 수 있는 대량의 미사일 및 위성 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군사 전문가인 오리아나 마스트로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가디언에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 해군이 대만을 침공해 점령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대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올해 시 주석이 국제사회의 반대와 비판에도 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해 실시한 것 역시 대만 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호펑헝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홍콩 보안법은 중국이 국제적 항의에 저항할 준비가 돼 있음을 잘 보여준다”며 “이것은 대만에 일종의 경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中, 이르면 美 대선 즈음에 대만 공격할 수도 = 대만 공격 능력과 의지를 가진 중국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1∼2년 안에 대만 공격 준비를 완전히 마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 대통령 선거나 신임 대통령 취임 전후로 미국의 대응 능력이 떨어질 때를 노려 오는 11월 3일이나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을 전후해 전격적인 대만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직접 나서지는 않더라도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기 위해 다양한 공격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가디언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중국은 대만이 실효 지배 중인 프라타스(중국명 東沙群島·둥사군도)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몇 개의 환초 등을 공격하거나 대만의 핵심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만 사람들을 공포에 빠지게 하기 위해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臺北)에서 남쪽으로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시나리오도 세간에 돌고 있다.

중국의 대만 공격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만과 미국의 대응도 긴박해지고 있다. 대만은 내년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4.4%나 늘린 119억 달러로 편성했고, 미국의 최첨단 F-16V 전투기 66대를 주문하는 등 전투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각종 첨단무기 도입 금액은 23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하나의 중국’ 정책과 대만의 중국 도발 등을 막기 위해 취해온 대만 방위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사실상 철폐하고 있다. 실제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최근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맞서 미국 군함을 293척에서 355척으로 늘리는 ‘퓨처 포워드’ 계획을 내놓는 등 대만 방어를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지역 전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 해군과 공군 전투력의 60∼70%도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돼 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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