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태윤의 Deep Read >文정부, 경제를 '국가자본주의'로 접근..'재정지출 = 만병통치약' 유혹 빠져

기자 입력 2020. 10. 8. 10:30 수정 2020. 10. 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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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시대의 경제 전망

경기부양 재정정책은 ‘단기’에 끝내는 게 원칙…지출 확대 장기화하면 효과 사라지고 민간 활력도 추락

경제 장기성장 원동력은 민간 자율·창의성 보장…국가 주도 탈피해 규제 혁파로 기업 혁신 지원해야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2017년 3.2%에 달하던 우리나라의 실질경제성장률은 2018년 2.9%, 2019년 2.0%까지 이미 떨어진 상황이었는데,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은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이 확실하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작년 동기대비 -2.7%에 이르렀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성장률 하락 폭이 작다고 할 수 있지만, 국내이동금지 등 봉쇄(lockdown) 조처가 없었음을 고려하면 실제 부정적인 충격은 상당하다. 더구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현 정책 기조가 계속될 경우 정부 재원의 소진과 민간 부문 위축으로 향후 한국 경제는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 심각한 민간 부문 위축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실질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민간과 정부 부문으로 나눌 때, 민간 기여도는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2.5%포인트와 2.1%포인트에 이르며 전체 경제성장률의 70∼80%를 견인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민간 기여도는 0.4%포인트로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그칠 정도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정부 기여도는 1.6%포인트로 나머지 80%를 차지했었다. 2018년 0.8%포인트에 비하면 정부 부문 기여도가 두 배로 급증했다. 즉 민간 부문이 위축된 가운데 정부 지출이 경제 성장의 대부분을 만들게 된 것이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해 민간 성장기여도는 1분기 -1.0%포인트에 이어 2분기 -4.1%포인트에 이를 정도로 감소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경제성장률의 상당 부분이 정부지출로 유지되고 민간 부문 위축은 심각하게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 국가주도 정책의 함정

물론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고 단기적으로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를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는 없고 효과도 제한적이다. 흔히 경기가 어려울 때 정부가 지출을 증가시켜 대응하는 것을 ‘단기’ 경기부양 재정정책이라 칭하는데, ‘단기’라는 시점을 강조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세수 확보도 힘들어 재정지출 증가 부담을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 현재 우리 경제는 기업실적 악화로 법인세 감소에 직면했고, 소비 부진으로 부가가치세를 제대로 걷기 어려워 세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작년 동기 대비 세수가 189조4000억 원에서 168조5000억 원으로 약 11%(약 21조 원)나 감소했다. 물론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할 수 있지만, 국채 발행은 나중에 세금을 낼 미래 세대에게 결국 부담을 넘기는 것이 된다.

둘째,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 가운데 정부지출이 계속 증가하면 다른 경제주체가 활용할 자원을 사실상 전용(轉用)하는 것이 되고, 그 과정에서 해당 자원을 필요로 하는 다른 경제주체의 비용을 높여 결국은 정부 이외의 활동을 위축시키게 된다. 이는 197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존 힉스(John Hicks)가 불황에서 정부지출의 역할을 강조한 존 케인스(John Keynes)의 입장을 현대적인 의미로 체계화한 ‘ IS-LM 모형 ’에서도 확인된다. 셋째, 정부지출 확대로 단기 효과가 있다 해도 사태 장기화로 지출이 고착화하면 경기 부양 효과는 약화한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증가시켜 경기를 부양하는 핵심 채널은 기존에 없던 추가 수요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특정한 지출을 계속할 것으로 생각하면 민간 경제주체는 이와 유사한 소비나 지출·투자를 수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넷째, 단기적으로 정부지출 확대가 필요해도 이런 재정 프로그램 안의 개별 사업이 정말로 장기 효과가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지출한 금액 정도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재원은 결국 누군가의 세금으로 조달된다는 측면에서 실제로는 재정승수 효과 그 액수 이상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존재해야 정책이 의미가 있다. 예비타당성 검사라는 이름으로 재정사업의 비용 대비 효과를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이런 재정승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인데, 정부지출이 급증하면 승수 효과가 낮은 프로젝트까지 무분별하게 진행되며 전체적으로 정부지출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승수 효과가 1에 가깝거나 오히려 1보다 낮으면 정부지출이 그 액수 이상의 가치 창출이나 투자·소비 촉진 효과가 없다는 것이고, 그러면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해당 사업 관련자에게 편의를 주는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 혁신 지원 없인 경제 실패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출을 확대하는 단기 재정정책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단기 재정정책이 지니는 한계점을 인식하고, 장기적으로 민간 부문의 성장과 활력을 촉진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것이다. 특히 최근과 같이 민간 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약화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원동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그건 첫째 투자를 통한 자본의 축적, 둘째 노동력과 인적자본의 증대, 셋째 생산성의 제고를 수반하는 혁신이다. 이 세 요소 중 경기침체와 기업실적 악화에 직면한 우리 경제는 과잉투자 및 투자실패를 구조조정하며 새로운 분야로 자원을 재배치해야 할 형편이어서 신규투자 자체가 녹록하지 않다. 또 올해는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첫해가 될 정도로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가속화해 노동력 증대를 통한 성장 동력 확보도 무리가 있다. 결국 경제의 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와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인적자본 축적, 그리고 혁신에 기반하는 투자를 일궈내야 한다.

그런데 대공황을 비롯해 과거 경기불황의 극복 과정을 보면 ‘국가사회주의’든 ‘국가자본주의’든 이념과 관계없이 정부가 재정 확대를 포함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쉬웠다. 더구나 현재처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정부지출 확대가 일상화하면 재정정책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자본주의’ 접근은 과도한 정부지출로 인해 재정 건전성 문제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기술·경제 환경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도록 할 수도 없다. 혁신의 원동력은 국가의 자원 동원이 아니라 민간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과 발현, 그리고 이를 시장에서 평가받고 보상받도록 만드는 메커니즘에 있다.

◇ 추석 민심과 정부 역할

추석 민심은 정부가 민생을 회복시키고 경제를 잘 이끌어달라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삶의 패턴과 생활 방식의 변화라는 흐름을 읽고, 이에 상응한 탄력적이고 유연한 제도를 통해 새로운 기업·산업의 출현 및 기회 창출의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는 여러 경제주체가 시장경제 원칙 내에서 스스로 난관을 극복하는 백절불굴(百折不屈)의 민간 주도 경제를 지향하도록 규제 혁파와 시스템 마련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민간 분야의 자율적인 혁신에서 성장의 답을 찾는 것이 기본이어야 한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세줄 요약

심각한 민간 부문 위축 : 실질경제성장률에 대한 민간 기여도는 2017∼2018년엔 전체의 70∼80%를 차지했지만 2019년엔 20%로 뚝 떨어짐.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 경제성장률의 상당 부분이 정부지출로 유지되고 민간 부문 위축이 심각하게 진행 중임.

정부지출 확대의 함정 : 경기 침체기에 정부지출을 늘리는 경기부양책은 단기에 그쳐야 함. 정부지출 확대가 장기화하면 경기부양 효과는 약화하고 민간 부문의 성장과 활력을 저해함. 장기 성장은 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와 인적자본 축적을 통해 이뤄져야 함.

추석민심과 정부 역할 : 정부는 지출 확대 재정정책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함. 정부는 경제주체들이 시장경제 원칙 내에서 스스로 난관을 극복하는 백절불굴의 민간주도 경제를 지향하도록 규제를 혁파하고 자율적 혁신을 지원해야 함.

■ 용어 설명

‘재정승수’란 정부 재정지출의 한계적 변화에 대해 국민소득이 최종적으로 얼마만큼 증가하는가를 나타내는 계수. 예컨대 재정지출이 10조 원 늘어났는데 GDP가 7조 원 증가했다면 재정승수는 0.7이 됨.

‘IS-LM 모형’이란 정부 재정정책의 효과와 그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영국 경제학자 존 힉스가 내놓은 모형. 이 모형은 정부지출이 물가·임금 상승과 긴밀히 연결되며 기업의 비용을 높인다는 점을 설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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