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향신문

40여년 가정폭력 시달리다 남편 살해한 아내에 국민참여재판서 집행유예 선고

백승목 기자 입력 2020. 10. 08. 10:51 수정 2020. 10. 08. 11:43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40년 넘게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60대 아내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65)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A씨의 아들 B씨(41)에게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5월12일 자택에서 남편이자 아버지인 C씨(69)와 다투던 중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일 남편 C씨는 술을 마시면서 아내 A씨가 요금제 2만5000원에 스마트폰을 구입한 것에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붓고 목을 졸랐다. 사건현장에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아내 A씨는 남편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돌려보냈다.

울산지법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아들 B씨가 집으로 왔고, 아버지 C씨가 어머니에게 계속 욕설을 하고 때리자 베란다에 있던 둔기로 C씨의 머리를 내리쳤다.

A씨는 자신이 아들 범행을 대신하려는 생각에 C씨에게 염산을 부으려다 실패했고, 아들이 놓아둔 둔기로 남편을 여러차례 내리쳐 숨지게 했다.

A씨는 1975년 지인 소개로 남편과 결혼한 뒤 줄곧 가정폭력에 시달렸지만, 자녀들에게 불우한 가정환경을 대물림할 수 없다는 생각에 참고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모든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며 아들을 감싸기도 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2년을, 아들 B씨에게 징역 22년을 각각 구형했다.

지난 7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해당 재판에서 배심원 9명 중 7명이 어머니 A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나머지 2명이 징역 5년의 의견을 냈다. 아들 B씨에 대해서는 징역 7년이 전체 배심원 중 4명으로 다수 의견을 차지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죄질이 좋지 못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A씨가 40여년 동안 심각한 가정폭력을 당하면서도 순종했고, 자녀와 손자 양육에 헌신한 점, 이웃들이 한결같이 불행한 가정사를 듣고 선처를 탄원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아들 B씨에 대해서는 “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패륜적인 범죄이고, 어머니에 앞서 아버지를 둔기로 때린 것이 이 사건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다만 어렸을 때부터 가정폭력으로 고통을 겪은 점과 우발적인 범죄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