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인터뷰] "예측과 신뢰 가능한 공정세상 만드는 게 꿈"

송창섭‧구민주 기자 2020. 10. 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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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벼룩이라서 튀려고 했지만 지금은 강아지 정도?"
"대선 출마? 결정은 내가 아닌 국민이 하는 것"

(시사저널=송창섭‧구민주 기자)

☞ 「[이재명 인터뷰] "정부·여당에 부담 주는 소수 목소리 분명 있다"」 (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121)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최근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고마운 일이다. 정치인으로서 산 기간이 성남시장 8년, 경기지사 2년 등 총 10년인데 그동안 만든 작은 성과들에 대한 국민의 격려라 생각한다."

2022년 차기 대선에 출마할 생각인가.

"지난번 대선 경선에 참여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선수가 마음먹고 뭔가를 한다고 해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결정은 국민이 한다."

도지사 임기 완주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기본적인 목표는 임기 완주다. 부여된 역할이니까 당연하다. 그 외 다른 변수 역시 국민이 결정한다.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많은 정치인이 국민을 지도한다고 착각하는데 국민을 따라가기도 버거운 세상이 됐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 예민하다는 평가에 대해선.

"반응을 많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나. 다른 사람들은 측근 내지는 세력화된 사람들이 대신 해 주는데 난 없지 않나."

7월16일 대법원 앞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선고공판 결과에 기뻐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흔히들 이 지사를 가리켜 시대정신보다 시대감각을 읽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노하우가 있나.

"누군가는 나에게 '변방이다' '아웃사이더다'라고 말하는데 그 지적이 맞다.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둔 대신 SNS(소설네트워크서비스)를 열심히 하고 거기 달린 지적과 평가를 다 읽어본다. 내 가장 큰 참모는 역시 국민이다."

최근 사이다 발언이 다소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있다. 중앙정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표현 양식을 바꾸고 있다. 과거엔 벼룩이었다. 누군가의 눈엔 띄어야 하는데 눈에 띄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튀어야지. 영향력도 없고 봐 주는 사람이 없을 때 나에게 상처가 될 걸 알면서도 조금 자극적으로 얘길 했다. 악평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방식이었기에 욕을 하면서도 봐 주지 않았나. 그랬었는데 지금은 벼룩에서 조금 벗어나 강아지 정도가 됐다. 벼룩처럼 뛰면 안 되겠지."

계파정치와 거리를 두는 이유가 있나.

"계파정치를 하려 해도 계파가 없기 때문이다(웃음). 국회의원 하나하나가 국민을 대표하기에 이들을 '누구 계'라고 분류하는 게 조금 과하다. 정치인을 무슨 계보로 규정하는 것은 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물론 그걸 안 해야겠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정치는 현실적으로 자기 세력을 확충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이 지사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건가.

"대학 가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열렸는데, 그 후부터 내가 가진 꿈은 '공정한 세상'이었다. 다른 말로 억강부약(抑强扶弱)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대동세상(大同世上)이다. 예측 가능하고 신뢰가 가는 공정한 세상 만드는 게 목표다."

정치권은 여전히 진보냐, 보수냐를 놓고 대결구도다.

"진보든 보수든 관념상의 구분이다.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내 삶에 도움 되는 게 정치라면 진보든 보수든 무슨 상관이 있나. 내가 급진좌파로 불리는데, 난 전혀 급진적이지 않고 좌파적이지도 않다. 내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질서와 합의다. 보수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공리주의(公利主義), 공심(公心) 아닌가.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진보, 보수의 경쟁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투쟁 같아 안타깝다."

자연스럽게 지금의 보수정치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민주당이 보수진영을 대표하고 새롭게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이 나와 경쟁했으면 좋겠다고 보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구태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자꾸 빈말을 한다. 그중 하나가 기본소득이다. '미래지향적이니 하겠다'고 한 건 고마운데, 뚜껑을 열어보니 '하위 50%만 골라서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김종인 국민의힘 위원장은 '국민이 돈맛을 알면 안 된다'는 발언을 했다. 매우 놀랐다. 머슴이 주인보고 주인 버릇 나빠진다는 것과 같은 말 아닌가."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두고 '엘리트'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해석이 분분했는데.

"그냥 이야기하다가 나온 거다. 정치적 함의를 두고 한 얘기는 아니다. 물론 그분이 좋은 학교 나와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해 오시지 않았나. 나는 그와 다른 삶을 살았고 변방에 있었으니까… 그 얘기일 뿐이다."

내년 4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야 하는지에 대해선.

"국민에 대한 약속, 합의한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데, 정치는 현실이다. 더 나쁜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면 합의한 걸 어길 수도 있다. 법률이 아니니까. 그러나 이땐 명확히 석고대죄 수준의 사죄를 해야 한다. 공천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는 당 지도부가 판단할 것이다. 난 당원의 한 사람에 불과하다. 다만 결정 전에 진지하게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규를 바꿨으면 좋겠다. 위인설법(爲人設法·특정인을 위한 법 제·개정)하면 안 된다."

"큰아들이 동생 책임지듯 하는 '경제 낙수효과'는 힘들다"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가장 많이 강조한 화두는 '공정'이었다. 이 지사 취임 이후 경기도가 만든 슬로건 역시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이다. 그는 "앞으론 우리 경제가 큰아들에게 집중 투자해 그가 쌓은 부를 동생들이 나눠 가지는 '낙수효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면서 "지역화폐로 기본소득을 제공해 대기업의 이익은 줄겠지만, 지역경제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정책에 대한 입장도 명확했다. 이 지사는 "예전에는 일자리 늘리는 게 가능했지만 이젠 전 세계 시장이 포화 상태이기에 노동 공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게 힘든 만큼 노동시간을 줄이되 생존을 위한 노동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소한의 삶은 국가가 보장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이 지사가 말한 최소한의 삶은 '기본소득' 제공으로 해석된다.

이 지사는 여권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난 국민이 180석을 몰아준 것은 좀 더 과감하게 국민 뜻을 관철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이렇게 밀어줬는데도 그렇게밖에 못 하느냐며 어쩌면 여당에 더 실망할 것이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공정 3법 처리 등에 좀 더 과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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