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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낙태했다' 낙태죄 전면 폐지 요구 물결

오경민 기자 입력 2020. 10. 08. 16:51 수정 2020. 10. 0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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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의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바닥에 누워 손팻말을 들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법이 허용하지 않아 불법으로 임신중단 시술을 하는 병원으로 갔다. 이후 급격한 건강 악화와 생리불규칙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자신이 데이트 성폭력 생존자라고 밝힌 한 여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물을 올려 자신의 임신중단 경험을 밝혔다. ‘#나는낙태했다’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고 임신중단 허용 기간을 ‘임신 14주 내외’로 하는 형법·모자보건법 입법예고안을 내자 온오프라인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거세다. SNS에는 여성들이 ‘#나는낙태했다’ 해시태그를 달고 임신중단 경험 공유에 나서는 한편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도 잇따랐다.

싱어송라이터 이랑씨와 영화감독 이길보라씨를 시작으로 SNS에 자신의 임신중단 경험을 공유하는 릴레이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랑씨는지난 7일 트위터에 “저는 임신중절 경험자입니다. 원치 않은 임신과(피임했음) 그 이후에 경험한 일련의 X같은 과정에 대해 ‘낙태죄’라는 말이 있는 한국에서 공개적으로 얘기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해야지”라고 게시물을 올렸다. 이에 이길 감독은 “저도 임신중절 경험자”라며 “2020년인데 아직도 낙태죄를 논합니까. 저는 이 땅의 몸의 경험들과 연대합니다”라며 ‘#나는낙태했다’ 릴레이 선언을 제안했다.

익명의 여성들도 ‘#나는낙태했다’ ‘#낙태죄폐지’ 등을 달고 동참했다.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건 처음”이라고 밝힌 여성은 “여성도 인간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꾸릴지, 나 자신으로서 어떤 행복을 누리고 싶은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선언에 참여한 여성들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낙태죄 전면 폐지와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에 관한 청원’ 링크를 공유했다.

릴레이 선언을 시작한 이길 감독은 1971년 프랑스의 ‘343인 선언’을 언급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 아녜스 바르다 등 343명의 여성이 주간지 ‘누벨 옵세바퇴르’에 실명으로 “나는 낙태했다”고 선언했다.

‘낙태죄’가 있어도 임신중단은 드물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인공 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 5명 중 1명이 임신중단 수술을 했다고 답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정부 입법예고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있다.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등 여성·시민단체로 이뤄진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입법예고안을 규탄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입법예고안대로라면 여성의 권리는 국가의 허락에 의한 ‘조건부’ 권리가 된다”며 “낙태죄 관련 법 개정의 중요한 방향은 ‘언제부터,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가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어떤 시기에, 무엇을 보장할 것이냐’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안은 임신중단 처벌 조항을 유지하되 임신 14주 내에는 조건 없이, 이후 24주까지는 성범죄나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임신중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에서 “허락 받을만한 사유의 입증을 위해 여성들이 상담 기관과 의료 기관을 전전해야 하는 요건만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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