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보라! 중국의 자신감을!" 연휴 관광객 6억 명 넘었다지만..
중국의 국경절 황금연휴가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지난 1일부터 오늘(8일)까지 이어진 이번 연휴는 중추절(추석)과 겹치면서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가장 긴 연휴이자 올해 마지막 연휴였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연휴에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내수 시장을 회복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해외여행은 사실상 금지하고 국내 여행을 적극 장려했습니다.
전국 1,500여 곳의 주요 관광지에서 입장료를 받지 않거나 깎아줬고 각 지방 정부는 대대적으로 소비 쿠폰을 뿌리며 중국인들에게 지갑을 열라고 재촉했습니다. 관영 CCTV는 연휴 내내 주요 관광지를 생중계하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중국에서 소비는 성장의 주요 동력인데다, 이번 연휴를 통해 중국이 코로나19에서 회복한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 6억 명 넘게 국내 여행…“춘절(설)이 돌아온 듯”
당국의 내수 진작책에 힘입어, 중국 문화관광부는 1일부터 7일까지 전국에서 국내 관광객이 6억1천800만 명(연인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국경절 연휴 7일간과 비교했을 때 79% 수준으로, 당초 중국 정부가 예상한 5억5천만 명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입니다.
중국의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5%대 후반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데 비하면 중국 입장에서는 아쉬운 실적일 수 있으나, 지난 6월 단오절 연휴 때 관광객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던 것에 비해 상당히 회복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연휴 기간 6억 명 넘는 중국인들의 이동은 주요 관광지나 유명 식당 어디에서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산시성 시안의 유명한 다탕부예청(大唐不夜城·대당불야성)은 연휴 기간 수많은 관광객으로 이름 그대로 불야성을 이뤘는데, 관광객이 너무 많아 일방통행만 허용되기도 했습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에는 입장을 위해 새벽 4시 반부터 빗속에서 줄을 선 모습이 연출됐고, 일부 인기 관광지에서는 식당 대기 번호가 4천 번이 넘어서기도 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습니다.
중국 SNS에서 네티즌들은 코로나19로 잃어버렸던 춘절(설)이 돌아온 것 같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관광지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많고 거리 두기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지만 이를 비난하거나 저지하는 분위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보라! 중국의 자신감을”…“中 의심한 자들에게 한 방 날렸다”
국경절 황금연휴 기간 하이라이트는 지난 4일 우한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자선 농구 경기입니다.
코로나19가 한참이던 3월까지만 해도 천여 개의 병상을 설치해 임시 병원으로 운영했던 이곳이 본래의 ‘체육관’ 모습으로 돌아와 관중 7천5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농구 경기를 열게 된 것입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 우한 체육관의 전후 사진을 포함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와 지금의 중국의 모습을 대비한 사진들을 게재하며 “보라! 국경절 황금연휴 중국의 자신감을”이라고 제목 지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관영 CCTV는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BBC 등 중국의 국경절 연휴를 보도하는 주요 서방 매체들을 인용하며 중국이 코로나19를 통제하고 황금연휴를 즐기는 모습이 서방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한술 더떠 중국의 국내 관광객이 6억 명을 넘었다는 것은 그동안 중국이 코로나19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의심한 사람들에게 “한 방 날린 결과”라고 과시했습니다.
■ “중국에 부정적” 역대 최고치…후시진 “미국 탓”
하지만, 국경절 연휴 기간 나온 한 설문조사에서 중국의 자신감과는 온도 차를 보이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한국, 일본 등 14개 주요 나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7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나라별로는 코로나19 발원지 조사를 이유로 중국과 갈등하고 있는 호주에서 부정적 여론이 24%p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한국도 응답자 4명 중 3명꼴인 75%가 중국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퓨리서치는 이 같은 결과가 코로나19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는데, 로라 실버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코로나19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정치학 교수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초기 은폐, 다른 실수 등에 대한 대응이 너무 강한 반면 중국의 홍보 역량은 여전히 매우 약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해 4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모든 미국인이 대통령과 똑같이 ‘최상’의 치료를 받기 바란다”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론 통제를 하는 중국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높아졌다는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환구시보의 총편집인 후시진은 이 결과를 언급하면서 미국 정부가 극단적인 방법으로 끊임없이 세계를 분열시킨 결과라고 역비판했습니다.
중국이 코로나19 책임 논란 등에 ‘마스크 외교’에 이어 ‘백신 외교’로 이미지를 쇄신하려 하고 있지만, ‘자신감’부터 앞세우는 중국에 대한 여론은 좀처럼 바뀌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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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은 기자 (imlif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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