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던 여성 강제추행한 부산지검 부장검사 '무혐의' 종결, 왜?

오문영 기자 2020. 10. 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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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일 밤 부산 부산진구의 한 횡단보도 앞에서 부산지검 소속 현직 부장검사인 A씨가 한 여성의 뒤에서 양 손을 뻗어 여성의 어깨를 만지는 모습이 담긴 CCTV영상이 5일 공개됐다. A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영상=시민 제공)/사진=뉴시스 photo@newsis.com


만취 상태에서 길가던 여성을 추행한 혐의를 받는 A부장검사를 수사 중인 검찰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검찰은 전문수사자문위원과 검찰시민위원회 등 외부의견을 청취한 결과 이같은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8일 검찰에 따르면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김은미)는 이날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A부장검사에 대해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피의자의 행위는 자신의 두 팔을 뻗어 피해자의 두 어깨를 양손으로 1회 툭 친 것이고 △그 직후 피해자가 놀라서 돌아보자 뒤로 물러서며 두 손을 들고 아니라는 듯한 자세를 취한 점 △심야 시간이기는 하나 현장이 왕복 6차로의 횡단보도 앞으로 공개된 장소인 점 △CCTV 분석 결과 피의자가 피해자를 의식하였거나 의도적으로 쫓아 간 정황이 없는 점 △피의자가 피해자의 어깨를 1회 친 행위 외에 신체접촉은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불기소 처분의 근거로 들었다.

A부장검사는 지난 6월1일 부산 양정동에서 길을 가던 여성의 어깨에 손을 올린 뒤 700m가량을 따라간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A부장검사가 부산시청역 앞 햄버거 가게까지 따라 들어오자 경찰에 신고했다. A부장검사는 현장에서 붙잡혔다.

경찰이 '기소의견' 송치하자…법조계 "기소 사안 아냐"
부산진경찰서는 사건이 발생한지 보름이 조금 지난 같은달 18일 A부장검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부산진경찰서는 "법률전문가 자문과 수사 결과를 종합해 검토한 결과 기소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하기로 했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부산지검은 두 달 가까이 최종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경찰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넘기자 법조계에서는 기소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A부장검사는 만취한 상태에서 길을 잃었고 피해자에게 길을 물어보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약 700m를 뒤따라간 것도 당황한 피해자에게 '성추행 하려던 것이 아니고 사과를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A부장검사는 경찰 수사단계에서 피해자와 아무런 조건 없이 오해를 풀고 합의했다. 피해자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진경찰서는 성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만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한다. 범행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없어 참고인 진술은 이뤄지지 못했다. 피해자도 합의해 '성추행이었다'는 식의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 CCTV 영상과 정황을 종합해서 추행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범행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합의 여부와 관련해서는 "지방청부터 지시가 내려와 따로 언급을 할 수 없다"면서도 "합의 여부는 나중에 재판단계에서 중요한 것이지 죄가 되고 안 되는 데에는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외부의견 청취 나선 검찰…'제식구 감싸기' 역풍 우려
사건을 받아든 검찰은 외부의견 청취에 나섰다. 기존의 법리판단에 따라 불기소 결정을 내리더라도 '제식구감싸기'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됐다.

검찰은 수사의 객관성·공정성 확보를 위해 성폭력·여성 관련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형사법 전문의 대학교수와 심리상담소 소장 등 3명을 전문수사자문위원으로 선정하여 자문을 받았다. 전문수사자문위원 운영규칙에 따르면 각급 검찰청의 장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중에서 전문수사자문위원 후보자를 선정해 그 명단을 관리할 수 있다. 사건을 맡은 주임검사는 수사 진행과 기소 등 수사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전문수사자문위원을 수사절차에 참여하게 하고 설명이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위원들은 수사기록 일체와 확보된 CCTV 영상 일체를 검토한 뒤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B교수는 "피의자와 피해자 진술 등 증거관계를 종합하면 강제추행 범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언론보도로 인해 죄가 되지 않음에도 처벌받는 상황이 되는 상황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C 심리상담소장도 "습관대로 어깨를 툭 쳤는데 피해자가 많이 놀란 상태라 피의자도 많이 당황하고 어떻게 말할지 모르고 있었으며 추행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나아가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를 개최해 부산지역 일반 시민들의 의견도 청취했다. 검찰시민위원회는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검찰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하는 제도로, 대검 예규 965호에 근거한다.

검찰에 따르면 교육자, 회사원, 자영업자, 대학생 등 다양한 연령과 직업, 성별을 가진 총 14명의 위원들은 △기소 적정성 여부 △고검시민위원회 회부필요성에 대하여 심의했다. 그 결과 14명의 위원 가운데 12명이 불기소, 2명이 기소의견을 표했다.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 경우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지침에 따라 불기소 의견으로 의결됐다. 검찰에서는 혐의 유무에 대한 일체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시민위원들이 자유토론을 거쳐 독자적으로 결론을 냈다.

한편 사건 발생 직후 직무정지된 A부장검사는 두 달간의 직무정지 기간이 만료된 지난 8월 부산고검 직무대리로 발령됐다. 이후 같은달 중간간부 인사에서 의정부지검 부부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A 부장검사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공직자로서의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감찰절차를 통해 징계책임을 물을 예정"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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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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