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JTBC

[단독] 일 전범기업, 한국기업에 '특허침해소송'..'김앤장'이 대리인

어환희 기자 입력 2020. 10. 08. 21:52 수정 2020. 10. 08. 22:06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앵커]

우리 대법원이 일본의 강제동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일본은 지난해부터 수출규제로 보복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기업은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 그리고 이를 위한 기술 확보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기업이 이런 우리 기업에 대해 수출규제 이후 처음으로 특허침해소송을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일본의 전범기업인데, 우리나라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법률 대리를 맡고 있습니다.

먼저 어환희 기자입니다.

[기자]

배터리 분리막을 만드는 국내 중소기업입니다.

2005년 당시만 해도 생소한 사업에 뛰어들어 10여 년 만에 세계 배터리 분리막 점유율 6위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올 1월 세계 최대 배터리 분리막 업체인 일본 아사히 카세이가 이 회사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특허를 침해했다는 겁니다.

일본 기업이 국내 기업에 특허침해소송을 낸 건 수출규제 후 처음입니다.

일본의 대표적 종합화학회사인 아사히 카세이는 전범기업입니다.

[홍장원/대한변리사회 회장 : 작정을 한 거죠. 지금 들어온 (특허)침해 금지 소송이라는 것은 생산 설비를 폐기하라든가 제품 생산을 중단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생존의 문제다…]

아사히 카세이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국내 최대 로펌에 소송을 맡겼습니다.

[더블유스코프 측 관계자 : 서류 딱 온 순간 김앤장, 한국 최고의 로펌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이거 어떻게 대응하지' 하고 난감했어요. 막막하고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아사히 카세이는 소송 사실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더블유스코프 측 관계자 : 고객사들이 제품 쓰면 특허 부분 때문에 나중에 자기들한테 피해가 되겠네 해서 구매를 안 하는 거죠. 판매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 회사는 일본에 상장돼 있어 일본 기업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국내 기업입니다.

뛰어난 기술에도 국내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다 일본에서 우연히 투자를 받게 된 게 상장의 이유였습니다.

지난해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이후 국내 기업은 소재부품장비 부문에 대한 국산화와 기술력 확보에 애써왔습니다.

이에 위협을 느낀 일본 거대 기업이 특허 이의신청에 이어 가장 강한 방법 중 하나인 특허침해소송으로 역습을 시작한 겁니다.

오늘(8일) 국정감사에선 이를 두고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시작됐는데 정부의 대응이 늦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정부는 당장 다음 달 특허대응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답했습니다.

■ '특허 전면전' 나서나…일, 한국에 잇단 '이의신청'

[앵커]

우리 기업이 낸 특허 등록을 놓고도 일본 기업의 이의신청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허침해소송을 하기 전 단계가 바로 이의신청입니다. 대부분 우리가 국산화에 주력하는 소재와 부품, 그리고 장비 분야입니다. 특허침해소송이 줄줄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백민경 기자입니다.

[기자]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일본기업이 우리 기업 특허 등록에 낸 이의신청 명단입니다.

주로 2차 전지나 반도체 부품 등 신기술 품목 관련 특허입니다.

전체적인 건수는 비슷하지만 수출 규제 이후 특정 분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지난해 수출 규제 이후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키우자 특허 분쟁이 늘어난 겁니다.

무리하게 '특허 수명 늘리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술특허의 수명은 보통 20년인데, 특허가 만료될 때쯤에 특별한 새 기술 없이 비슷한 특허를 내는 겁니다.

이번 더블유스코프의 경우도 2005년부터 분리막을 만들어왔지만, 일본 기업 아사히 카세이가 이제 와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건 겁니다.

결국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꼼수'로 볼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식의 '특허 전쟁'이 늘어날 걸로 보고 있습니다.

[홍장원/대한변리사회 회장 :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이 중소기업으로 소재를 바꾸려고 했었어요. 딱 그 수출규제 터지고. 그런 움직임이 있는 걸 감지를 했고. 그래서 소송이 들어온 거죠.]

한 일본 기업은 지난달 우리 기업에 이의신청보다 높은 단계인 무효심판을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분야에서 무효심판은 지난 5년간 없었습니다.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특허 분쟁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 전범기업 '소송전'에 또…대법원장실 드나들던 김앤장

[앵커]

일본 전범기업의 특허 침해 소송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기업의 법률대리인은 우리나라 최대 로펌인 김앤장입니다. 전범기업과 김앤장의 법률 대리, 낯설지가 않습니다. 일본이 수출규제로 보복을 한 계기이기도 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에서도 김앤장은 전범기업의 법률 대리를 맡았습니다. 당시 김앤장의 변호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접 접촉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오선민 기자입니다.

[기자]

이번 소송의 원고인 아사히 가세이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4명입니다.

모두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입니다.

국가 간 첨예하게 부딪히는 강제동원 재판에서 김앤장이 전범 기업을 대리하는 건 처음이 아닙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용광로에서 쇳물 녹이는 노동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 7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김앤장은 당시 신일철주금을 대리했습니다.

지난 2014년 강제동원 피해자 이모 씨가 일본 기업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이씨는 '휴일도 없이 매일 8시간을 일했지만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 재판에서도 김앤장은 히타치조센을 대리했습니다.

과거에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과 후지코시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김앤장은 일본 기업 측을 대리했습니다.

고령의 피해자들이 어렵게 진행하는 소송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법무법인이 전범기업을 대변한 겁니다.

일제 강제동원 재판의 재상고심을 앞두고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직접 접촉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당시에도 김앤장은 일본 기업을 대리했습니다.

송무팀을 이끈 한상호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집무실 등에서 여러 차례 독대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소송 당사자가 대법원장을 따로 만난 겁니다.

2015년 12월 28일 체결됐던 한일 위안부 합의의 주요 내용을 외교부가 김앤장 측에 알린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지난 6월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서 한 변호사의 자필 메모가 공개됐습니다.

메모엔 김앤장 고문인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이 전날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합의 내용을 미리 들은 사실이 적혀 있었습니다.

(VJ : 박상현 / 영상디자인 : 최석헌·황수비 /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김건희)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