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불안 장기화" 결국 실토한 정부.. 무슨 대책 있을까

유환구 입력 2020. 10. 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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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단지. 뉴스1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등의 여파로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두 달 넘게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자 결국 정부가 임대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던 그간의 호언과 다르게 여론의 원성이 높아지자 보완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반전시킬 대책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남기 "전셋값 안정 대책 내놓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전세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했던 과거에 비춰, (부동산 대책 후) 2개월 정도면 임대차 3법 효과가 있지 않나 했는데 안정화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정부가 계속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는 임대차법 시행 전후로 전세가격이 요동치는 부작용은 피하기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전세시장이 지금은 불안하지만 몇 개월 있으면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과거 1989년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도 4~5개월 정도 임대가격이 상승하는 등 시장 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 역시 지난달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8월 5째주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이 4주 연속 오름세가 둔화돼 (임대차법 시행 이전인)6월 3주 차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며 낙관론을 편 바 있다.


67주째 오르는 서울 전셋값

정부가 입장을 바꿔 추가 대책을 언급한 데는 전세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날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전보다 0.08% 상승해 67주 연속 올랐다. 전주(0.09%)보다 상승폭이 약간 줄었지만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지역에선 강동구가 0.10% 오르고, 강남(0.09%) 송파(0.08%) 서초구(0.07%) 등도 고루 상승했다. 강북의 노원(0.12%) 성북(0.09%) 마포(0.08%) 용산구(0.08%) 등도 전세 수요가 높았다.

경기(0.17%)와 인천(0.13%)도 매물부족 현상에 시달리면서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세종(1.39%), 울산(0.43%), 대전(0.25%), 강원(0.20%) 등도 오름폭이 컸다. 전국 평균 상승률은 0.14%였다.


임대차법 여파에 가을이사철까지 겹쳐

사실 전세가격은 작년 가을 이사철인 9월부터 1년 내내 오르는 중이다. 매매가격이 앞서 많이 오른 데다, 저금리로 인한 임대 선호 현상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지난 7월말부터 새 임대차법이 전격 시행되면서 전세가격은 더욱 요동치는 분위기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기존 전세계약이 연장되는 경우가 많아지자 시장에 나오는 물건 자체가 귀해졌고, 월세 전환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월간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6월 0.41%에서 7월(0.51%), 8월(0.68%), 9월(0.81%)로 매달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가을 이사철까지 겹치며 전세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집값과 같거나 비싼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서해아파트 전용 59㎡는 지난달 3일 2억1,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지난 8월3일 2억1,0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같은 가격이다.

급기야 경제부처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마저 내년 초 서울 마포구 전셋집 계약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나가달라"고 요구해 임대차법 유탄을 맞게 됐다. 홍 부총리는 크게 오른 전셋 시세 속에 씨가 마른 전세 매물을 찾아야 할 처지다.


"단기적 대책 별로 없어"

정부가 대책 마련을 선언했지만, 시장에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세 공급을 늘리는 게 가장 확실한 처방이지만 단기적으로 가능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요를 줄이는 방안이 남는데, 섣불리 대책을 내놨다간 다시 매매수요를 되살리거나 월세 전환을 가속화시키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해서 수요를 죄거나, 세금을 강화하는 방안이 있을 것 같은데 정부가 어떤 대책을 선택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단기적으로 내놓을 대책이 별로 없으며, 공급 확대를 통한 전세 안정화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대출 확대를 통한 임대료 보조도 가능은 하겠으나 임대료를 높이는 부작용이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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