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대물림 하려 해" 연세대 '민주화 전형' 18명 합격 논란

한승곤 2020. 10.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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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민주화 운동 전형' 합격 18명
시민들 "기득권 이어가기 위한 꼼수" 비판
野 "특혜 받으려고 피흘리며 싸웠나" "불공정 전형" 지적
與, '민주화 유공자 가족' 특혜 법안 발의도
연세대학교 서울캠퍼스 정문./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강주희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연세대 수시모집 전형 중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응시해 합격한 신입생이 18명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또 최근 야당에서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가족들에게 4·19 혁명 및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에 준하는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혜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6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제출받은 '연세대 민주화 운동 관련 기회균형선발 전형 현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연세대 서울캠퍼스의 경우 2018년부터 올해까지 2020년 15명, 미래캠퍼스(원주)는 3명으로 총 18명이 입학했다. 이 중에는 치의예과 합격생도 있었다.

연세대는 수시모집 전형 중 하나로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5·18 민주유공자, 다자녀 가정 자녀 등이 지원 가능한 기회균형 전형을 두고 있다. 2012학년도부터는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과 그 자녀도 이 전형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대학이 기회균형 전형 대상에 민주화운동 관련자 자녀를 추가해 시행한 때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이다.

곽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서울캠퍼스는 2017~2020학년도까지, 미래캠퍼스의 경우 2014~2020학년까지의 합격자 수와 학과가 적혀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민주화 운동 전형으로 합격한 인원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전형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7학년도에는 서울에서 2명, 원주에서 1명으로 총 3명이 합격했다. 2018학년도 전형(2017년 말 진행)에선 서울캠퍼스 10명, 원주캠퍼스 2명을 선발해 수가 크게 늘었다. 2019학년에는 서울캠퍼스에서 4명, 원주캠퍼스에서 1명이 합격했고, 가장 최근인 2020학년에는 서울캠퍼스 치의예과에서 1명이 합격했다.

당시 기회균형 전형을 통해 치의예과 학생 1명을 선발했으며, 합격생이 민주화운동 관련 자격으로 응시했던 수험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누리꾼들은 "대학 입시가 민주화 운동과 무슨 상관이냐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 이래서 수시 없애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부모가 민주화 운동 했다고 대학 합격시켜주는 게 공정인가", "민주화 운동 관련자의 범위나 구체적인 기준은 있는 것이냐"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득권이 된 운동권 세대가 자녀들에게까지 세력을 대물림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한국은 여전히 학벌이 중요시되는 사회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많은 학생이 피땀 흘리며 노력한다"며 "그런데 말로만 평등, 공정, 정의를 외치고 실제는 자신들만의 특권을 이어가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사진=연합뉴스

문제 제기를 한 곽 의원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민주화운동 관련 전형이 존재하는 것은 민주화 관련자 전형 자체가 386, 586세대 자녀의 명문대 입시에 특혜로 작용한다는 것"이라며 "그 이름과는 다르게 기회균형 전형이 국민이 공감할 수 없는 특정 계층의 세습 통로로 작용한다면 기회 불균형 전형이고 불공정 전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세대에서 민주화운동 인사 자녀 대입 특혜를 준다는데 아주 지나치다"며 "저도 80년대 학생운동 했지만 특혜를 받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당시 세대 전체가 민주화 운동 인사들이다. 속된말로 왕년에 민주화운동 안 해본 사람 있나. 그런데 그들 중 일부만 대입 특혜를 준다는 건 과도한 불공정이고 반칙"이라고 꼬집었다.

하 의원은 이어 "우리가 특혜 받으려고 거리 나가고 피 흘리며 싸운 것 아니지 않나"라며 "특혜, 특권 없애려고 민주화 운동 하고 감옥 간 것 아닌가. 없애려고 한 특권 없는 세상 민주화 세력이 다시 만들었다.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곽 의원은 7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서승환 연세대 총장에게 민주화운동 관련 합격자의 부모가 누구인지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서 총장은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개인 신상을 공개할 수 없다", "입시 서류 외에도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은 본인 동의 없이는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서 총장은 해당 전형에 대해 "기회균형 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카테고리(범주)가 7~8개이고 그 중 하나가 민주화운동 관련자"라면서 "여러 카테고리 지원자들을 모아 이름도 모르고 경로도 모르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학생부 성적 등을) 평가하고 선발한다"고 말했다. 기회균형 선발 전형 지원자를 대상으로 학생부 성적 등을 참고해 선발한 것이지, 민주화운동 관련자만 특정해 특혜를 준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이다.

여당에서는 해당 논란에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화운동으로 감옥 갔다왔다고 예우해주는 게 아니라 그 피해나 상처가 평생 남게 된 사람들에 한정적으로 하는 건데 논란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민주화운동 유공자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취업, 의료, 금융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우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 20명은 지난달 23일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정부가 학생운동이나 노조 활동 중 다치거나 사망했다고 인정한 사람과 이들의 자녀에게 4·19 혁명 및 5·18 민주화운동의 유공자에 준하는 예우를 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구체적인 혜택으로는 ▲민주화 유공자 자녀는 중·고등학교 및 대학 학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유공자 본인이나 유족 중 1명은 주택 구입과 사업을 위해 장기저금리로 국가에 돈을 빌릴 수 있고 ▲민주화 운동을 하다 사망한 이의 자녀는 10% 가산점, 부상입은 이의 자녀는 5% 가산점을 토대로 공기업 및 사기업 지원 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공공·민영주택을 일반인보다 우선 공급받을 수 있다 등이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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