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료원장 "의대생 국시 못보면 상상못할 의료 마비 와"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0. 10. 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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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국시 이대로 못보면 의료공백 도미노
의료계 선배들의 잘못, 먼저 나서 대국민사과
코로나19 상황 제대로 대응하려면 인력 필요
시험 칠 수 있다면 사과·감사의 뜻 밝힐 듯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영훈(고대의료원 원장)

‘질책은 선배들에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6년 이상 학업에 전념하고 준비한 의대생들이 미래 의사로서 국민 곁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고시 기회를 허락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어제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입니다. 올해 의사자격 시험을 봤어야 할 대상자 가운데 80% 이상이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에 반발하면서 시험을 거부했죠.

그 후에 의대협의 대표가 ‘다시 응시를 하겠다’ 이렇게 공식입장을 냈습니다마는 정부는 이제 와서 시험 기회를 다시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지금까지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자 병원장들이 나선 거예요. 그런데 의대생이 아닌 병원장들의 사과라는 게 좀 의아하죠. 어제 이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한 분 만나보겠습니다. 고대의료원 원장이세요. 김영훈 원장 연결을 해 보죠. 원장님, 안녕하세요.

◆ 김영훈>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어제 기자회견 보니까 고대병원, 서울대병원, 연대병원, 인하대병원 원장님들이 쭉 일렬로 서서 함께 머리 숙이고 사과를 하시더라고요. 상당히 이례적인 풍경이었는데 의대 학장님도 아닌 병원장들이 나서서 의대생 시험 보게 해 달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 김영훈> 우리 네 대학이 다 그렇지만 의료원 체제에 대학이 있고 그리고 몇 개의 병원을 같이 다 총괄하니까 의료원장 또는 병원장이 학생들의 교육까지도 책임지고 있는 최고의 책임자죠.

◇ 김현정> 그게 하나의 이유일 거고요.

◆ 김영훈> 그렇습니다.

◇ 김현정> 또 ‘당장 내년에 한 2700명 정도의 공석이 생기면 병원이 돌아가는 데도 큰 문제가 있다’ 어제 그런 말씀을 하셨네요?

◆ 김영훈>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어느 정도의 불편을 예상하십니까?

◆ 김영훈> 우선 2700명이면 병원뿐만 아니라 공보의 한 750명, 군의관도 한 750명. 약 1500명의 의사 배출이 안 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인턴이 한 1500명. 병원에서의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 의료 인력이 인턴인데 그리고 최근에 또 인턴도 주치의 역할을 많이 하게 되고 하면 2700명의 의사 배출이 안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아주 심각한 의료공백이 오는 겁니다.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을 비롯한 주요 병원장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와 관련해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학병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이한형기자
◇ 김현정> 의사고시 붙으면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게 인턴 수련인데 그 인턴 자리가 지금 한 1500개가 공석이 되는 거예요?

◆ 김영훈>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저희가 그냥 생각할 때는 ‘어차피 의사들을 쭉 위에서부터 순서를 나누자면 인턴은 제일 아래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니까 그분들 없어도 병원이 돌아갈 것 같은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가 않습니까?

◆ 김영훈> 특히 간호 인력에 과중한 부담이 생길 수도 있고 또 이번에 우리가 파업에도 경험을 했지만 선배 의사들이 조금씩 나눠서 그 역할을 하면 일시적으로 부담이 커버는 될 수가 있겠죠. 그러나 또 인턴은 수련을 받아야 될, 그래서 계속 의료 현장에서 그다음의 단계로 좀 더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아야 될 기본적인 인력인데 그게 없어지니까 그다음 레지던트, 그다음 해에 또 다른 인력 수련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는 거니까요.

◇ 김현정> 그러니까 한 해 인턴이 없는 그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또 그대로 레지던트 되고 계속 단계 단계를 밟아서 올라가야 되는데 계속 공백이 생긴다, 그 말씀이에요?

◆ 김영훈>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장에도 80시간 이상 계속 힘든 바이탈을 다루는, 심각한 중증 환자들을 다루는 과들은 인턴이 만약 빠지게 되면 레지던트만으로는 어려우니 내년에 그러면 내가 조금 약간은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과로 바꾸겠다고 해서 휴직을 할 수도 있는, 이런 현상들이 도미노로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죠.

◇ 김현정> 종합병원은 그렇고요. 군의관이나 지역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라고 하죠. 공중보건의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건 무슨 말이죠?

◆ 김영훈> 그렇습니다. 공중보건의가 750명인데 전부 한 해에 의과대학 졸업생들로 충원이 되는데 그 인력이 전혀 배치가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군의관은 군 복무 대체니까요. 군 복무를 마치면 나와야 되는데 들어올 사람은 없고 나가기만 하니까 군의관, 공보의 전체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관련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가시험 재응시 기회를 요청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 김현정> 그래서 선배 의사들이 나서서 어제 ‘재응시의 기회를 좀 주십시오’ 하면서 허리를 숙이신 건데요. 그런데 정작 의대생들은 ‘이것이 사과를 할 일은 아니다. 즉 정부 정책이 부당하다고 느끼면 그에 대해서 비판할 권리라는 건 당연히 있는 것이고 그 부당함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수단으로 시험 거부를 한 건데 그게 사과를 할 일은 아니지 않는가?’ 이런 의견도 만만치 않다고 해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영훈> 그것 참 ‘사과냐. 아니냐?’ 또 ‘의대생들은 왜 그러냐? 이게 무슨 공평성, 형평에도 안 맞다’ 이런 지적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어떻게 보면 원인이 잘못된 의료 정책의 추진을 몸으로 막았던, 그래서 전공의나 의과대학생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요. 전공의들은 다 복귀했고 이제 병원은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지금 마지막 관문을 넘어야 될 의과대학생들만 지금 남았어요. 요새는 의사 국가고시가 간단하지가 않아요. 필기와 실기시험이 있어요.

◇ 김현정> 1회가 아니죠? 한두 번 걸쳐서 계속 치죠?

◆ 김영훈> 하루에 108명씩 계속 치는 거니까요. 그래서 조금만 뭔가 딜레이가 돼도 이 기회를 놓칠 수 있어요. 그래서 이 결과를 가지고 이번에 어떻게 보면 집단 파업도 하고 거부도 하고 했는데 그 결과를 가지고 ‘과연 받아들일만 하느냐, 믿을만하냐?’ 이런 논의를 한다고 학생들이 그 기회를 놓쳐버렸던 거죠. 그런 게 너무 안타까운 거죠. 결국은 본인의 인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의료 인력 수급의 아주 중요한 기회인데 이런 의료공백을 유발하는 파급효과가 너무나 크다는 거죠.

◇ 김현정> 지금 사실은 전공의나 의협 등이 합의한 이후에도 의대생들은 시험 거부를 유지하지 않았습니까?

◆ 김영훈> 그렇죠.

◇ 김현정> 그렇게 된다면 의대생 뜻대로 응시 거부로 가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계세요.

◆ 김영훈> 그런데 그것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언어의 싸움이었는데요. ‘원점 재논의냐? 아니면 철회를 해라’ 등등 의과 대학생들이 상당히 예민하게 ‘이게 있어야 우리의 미래가 보장된다. 10년, 15년 후를 생각하니까 너무나 좌절하고 분노한다’ 이런 태도를 계속 견지했었어요.

그런데 의과대학생들이 조금 현실 인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다르게 했을 때는 의료 공백이 더더욱 코로나 위기에 발생하니까 결정을 한 거고 시험을 치겠다고 하는 의지를 밝힌 거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저는 이번 파업에 우리 의료계 내에서 우리들이 제가 선배로서 이런 걸 잘 좀 의견을 모으고 빨리 빨리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못한 저희들이 잘못이지 학생들은 피해자입니다.

◇ 김현정> 조율을 그 안에서 잘하고 뜻을 모아서 합의까지 가고 했어야 되는데 그 안에서 울퉁불퉁 갈등들이 있었고 조율이 잘 안 됐고 마지막에 남은 건 의대생들, 그들만 돌아오지 못하고 이렇게 됐다라고 보시는 거군요.

◆ 김영훈> 그렇습니다. 그리고 사실 국가고시를 6년 동안 계속 준비하는 건데 그런 과정의 마지막에 길거리로 나가서 그런 시간을 놓쳤고요. 그다음에 시기가 와서 갑자기 또 스트라이크하던 학생들이 시험 모드로 들어가는 게 쉽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이런 타이밍을 놓쳐서 이런 어려움이 생겼다. 그래서 학생들 보고 자꾸만 사과하라고 이야기를 하니 ‘아니, 이게 선배들이 좀 잘 이끌어주셨어야지’ 또 우리는 문제는 있지만 과연 정부에서 하고자 하는 이번 의정 협의체나 정책 추진 철회가 과연 맞느냐 이런 데 대한 여러 가지 불신이 또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한형기자
◇ 김현정> 그래서 선배들이 나서서 어제 사과하신 거다 그 말씀이세요.

◆ 김영훈> 그것과 더해서 사실은 이런 혼란을 주고 또 불편함을 주고 여러 가지 이 코로나 위기 속에 국민들에게 너무 송구하니 저희들이 대표로 사과를 드린 겁니다.

◇ 김현정> 문제는 이것이 복지부와 의료계 간의 관계가 아니라, 이제는 대국민 관계의 문제가 돼버렸지 않는가 싶어요. 재응시라는 것이 국민이 양해를 해야 가능한데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는 게 어제 복지부장관의 국회 대답이었습니다. 국민이 양해를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그 많은 국가고시 중에 이 의사고시에 대해서만 재응시 기회를 줄 수는 없다. 원칙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 김영훈> 네. 충분히 저도 이해하는데요. 지금 이태리 같은 데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 의과대 학생들에게 이번 시험을 치지 말고 바로 현장에 투입하는 결정을 했고 영 연방에 있는 많은 나라들은 의과대학 졸업하면 의사면허 없이 그냥 갑니다. 그러니까 심각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게 물론 파업과 연계가 되고 ‘꼭 무슨 떼쓰듯이 의과대학생들이 시험 안 보겠다고 하는데 뭐 계속 연기해가면서 기회를 왜 주려고 그러냐?’ 충분히 이해하는데 그거는 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이것이 가져올 파급 효과를 좀 고려해 주십사, 그리고 이것이 엄중한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도 내년에 또 어떤 우리가 지금 2차, 3차 웨이브가 올 가능성이 있는데 여기에 좀 대비를 해야 되지 않겠냐라는 현실 인식을 좀 지키고 싶은 거죠.

◇ 김현정> 어쨌든 이런 혼란이 일어나고 한 것에 대해 저희가 대표로 이 송구스러움에 대해 사과합니다라고 어제 머리를 숙이셨다고 지금 설명을 하셨어요. 혹시 의대생들이 나서서 직접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사과하고 할 계획은 없다고 하나요? 대화를 좀 나눠보셨습니까?

◆ 김영훈> 아마 저는 지금 기회를 과연 받을 수 있을까. 학생들도 굉장히 난감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기회가 혹시 주어진다면 저는 사과 내지는 감사의 인사를 할 거라고 봅니다.

◇ 김현정> ‘기회가 주어진다면’이라고 하셨으니까 선후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 김영훈> 그게 참 뭐 저는 국민들의 공감이 있어야 되고 또 국민들이 어느 정도 이것이 본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의료계 전체 또는 우리가 당장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하는 인식을 같이 해 주신다면 이게 여러 가지 형평성과 맞지는 않지만 이번에 코로나라고 하는 특수한 상황이니 올해만큼은 강하게 질책을 해 주시고 아마 그런 게 된다면 학생들이 사과 이상의 어떤 것도 한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말씀하신 그 형평성이라는 문제에 지금 딱 걸리는 거거든요. ‘아니, 그 많은 시험들 중에 재응시 기회 주는 곳이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이것만?’이라는 형평성, 공정성의 문제에 걸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이례적인 상황이라면 뭔가 더한 액션이 나와야 하지 않는가? 이 부분에 대해 국민들의 요청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그것을 할 용의도 충분히 있다고 보세요?

◆ 김영훈>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있다고 보세요?

◆ 김영훈>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게 내년에 의료 공백 없이 한 3000명의 의사가 배출되려면, 그럼 재시험 여부가 언제까지 결정돼야 되죠? 마지노선이 언제입니까?

◆ 김영훈> 뭐 여러 가지 준비, 정상적으로 가려면 최소한 10월 20일 정도.

◇ 김현정> 한 다음 주는 돼야 되는 거예요? 다음 주까지는 결정이 나야 돼요?

◆ 김영훈> 다음 주 20일까지는 응시자가 결정이 되고 준비를 할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 김현정> 그때까지 국민의 양해, 그러니까 복지부장관이 얘기하는 국민 양해의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재시험이 어려워지는 건데요. 그렇게 되면 내년부터 현장의 혼란이라는 건 현장을 잘 아시는 분이니까 어느 정도일 거라고 예상하세요?

◆ 김영훈> 뭐 2700명이 빠지니까요. 또 더더욱 특히 저는 중환자들, 그리고 우리가 소위 말하는 바이탈을 다루는 그런 기피과에서 큰 타격을 보고요. 특히 지역이나 지방에 있는 병원의 수련의, 아마 트레이닝 받는 의사들이 떠날 가능성이 많아지죠.

◇ 김현정> 거의 마비라고까지 봐도 돼요? 그 정도 수준을 예상합니까?

◆ 김영훈> 그렇습니다. 마비가 올 거다. 저는 뭐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 봤는데 이거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다라는 결론입니다.

◇ 김현정> 그 정도예요? 의료시스템 마비라고 할 정도까지 시뮬레이션 해 보니 그렇더라?

◆ 김영훈>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 김영훈>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어제 참 이례적인 풍경이었어요. 각 종합병원의 원장들이 허리를 90도 숙여가면서 사과를 하는 그 현장. 도대체 어떤 의미였던 건지, 도대체 어떤 상황을 생각하고 있기에 이런 기자회견이 나온 건지 한번 좀 직접 들어봤습니다. 고려대학교병원 김영훈 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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