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내가 31층 있다""1805호 3명 갇혔다" 쏟아진 울산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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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난 후 긴박한 상황 담긴 신고들
“와이프가 31층에 있다”, “옥상에 할머니 10명”, “3101호 안방 화장실에 있다”
지난 8일 밤 울산 남구의 33층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당시 소방본부에 접수된 신고 내용들이다. 중앙일보가 9일 입수한 소방본부 관계자의 메모장엔 주민들이 자신의 집 안방이나 화장실, 옥상 등에 대피했다는 구조요청 리스트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주민들은 불이 난 후 자신의 위치를 문자나 전화를 이용해 울산소방본부에 알렸다. 가족 3명이 부둥켜안고 떨리는 목소리로 “갇혔다”고 신고한 주민들도 있었다.
신고 내용들은 간밤에 33층 전체로 화재가 번지는 상황과 긴박했던 구조 요청 내용이 생생히 담겨 있다. 와이프가 대피하지 못한 채 31층에 있다는 내용을 비롯해 “1805호 3명 갇혔다”, “28층에서 30층 사이 테라스에 여러명” 등의 신고 내용도 있었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이 리스트는 상황실에 접수된 내용들”이라며 “이 접수 내용들을 토대로 현재까지 소방대원들이 127가구 중 123가구를 방문해 구조 작업을 펼쳤고, 자발적으로 빠져나온 주민 등 91명이 단순연기 흡입이나 찰과상으로 병원에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4가구는 현재 확인 작업 중이다.
지난 8일 오후 11시14분쯤 울산 남구의 지하 2층, 지상 33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신고는 12층에서 처음 접수됐다. 이 아파트 12층 입주민은 119에 “아파트 밖 에어컨 실외기 쪽에서 불길이 보인다”고 신고했다.
울산소방본부는 신고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당시 울산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으며,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아파트 33층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소방당국은 큰 불길을 2시간여 만에 잡았지만, 불이 내부로 옮겨붙는 등 진화와 재발화를 반복하다가 이날 오후 2시50분에야 완전 진화됐다.
불이 나자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 40여 명이 33층 옥상으로 대피하는 등 아찔한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아파트 28층에도 22명이 대피해 있었다. 나머지 주민들은 한꺼번에 밖으로 뛰쳐나오면서 33층 건물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입주민은 불길이 치솟는 건물을 바라보며 흐느끼기도 했다. 현재까지 사망자나 중상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화재 진압에 소방관 930명 유관기명 75명 등 1005명을 투입한 상태다. 148대 소방차와 4대의 헬기도 진화 작업에 동원됐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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