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공무원, 월북 증거'라던 선상 슬리퍼.. 동료는 "운동화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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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에 대해 군경이 '자진월북' 정황이 짙다고 발표했지만, 이씨의 동료들은 당초 해경 조사에서 "월북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들 진술 중에는 해경 등이 이씨 것이라며 월북 정황 근거로 제시했던 선내 밧줄 밑에서 발견된 슬리퍼에 대해 "이씨 소유인지 모르겠다"는 진술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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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입수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선원들의 진술 조서 요약본을 보면 이 배 선원들은 조사 과정에서 이씨의 월북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한 동료 선원은 이씨의 월북 가능성에 대해 “조류도 강하고 당시 밀물로 (조류가) 동쪽으로 흘러가는데 부유물과 구명동의를 입고 북쪽으로 헤엄쳐 갈 수가 없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다른 선원은 “이씨가 평소 북한에 대해 말한 적도 없고 월북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원들 진술 중에는 해경 등이 이씨 것이라며 월북 정황 근거로 제시했던 선내 밧줄 밑에서 발견된 슬리퍼에 대해 “이씨 소유인지 모르겠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씨가 실종되기 전 함께 당직 근무를 했던 선원은 이씨의 복장에 대해 “해수부 로고가 새겨진 파란색 상의와 검은색 바지, 운동화를 신고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남은 직원들에게 물어봤지만, (슬리퍼) 주인은 없었고, 모 주무관이 ‘이씨 것이 맞는다’고 한 것을 들었다”고 했다.
전날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다수 선원이 슬리퍼가 이씨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답했는데, 이는 선원들의 진술 조서 내용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한편 전날 국감에서는 김홍희 해경청장이 이씨의 월북을 추정 정황 근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말을 바꿔 빈축을 샀다. 김 청장은 이씨가 월북한 정황 증거로 휴대전화가 인위적으로 꺼진 점을 들었다가, 몇 시간 뒤 “오해가 있어 일부 답변을 정정하겠다”며 “통신사에 확인해보니 (휴대전화) 전원을 인위적으로 끌 경우와 배터리가 없어 꺼진 경우의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또 김 청장은 “표류 예측 시스템도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북방한계선(NLL)으로 올라갈 수 없다고 본다. 쉽진 않지만 조류의 흐름을 타고 구명조끼와 부력재를 이용할 경우 북한 측에서 발견된 위치까지 (이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가 나중 발언을 통해 번복했다. 그는 “구명조끼를 입고 부력재에 타고 있으면 충분히 (북측 발견 해역까지) 갈 수 있다는 (기존) 답변을 정정한다”며 “‘인위적인 노력’과 관련한 부분도 정정한다”고 바로잡았다. 인위적인 노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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