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무원 피살' 뭉개기전략..美대선 끝나야 '대화' 나설듯

연규욱 2020. 10. 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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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前 통일부 차관
'총살'은 北민낯 보여준 만행
공동조사 응할 가능성 없어
일관된 대북메시지 중요
안보위협엔 무관용 지켜야
김정은, 코로나·수해복구 등
당분간 내부결속에 올인 전망

◆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김형석 前 통일부 차관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북 평화 프로세스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10일 북한은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신형 전략무기를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11월 초 미국 대통령선거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 선언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3개월 정도 기간은 문재인정부가 주도해 온 한반도 운전자론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철저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내부 단합을 위해 성대히 치르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일 이후 미국 대선 결과를 봐가면서 내년 1월 8차 당대회 때 국가발전 5개년 계획 제시와 함께 '새로운 투쟁 노선과 전략전술 방침'으로 남북 관계와 미·북 관계 변화를 위한 전향적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서 회복됐지만 미국 대선 전 미·북 간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고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나면 북한이 전격적으로 남북 관계 복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중지를 포함한 다소 진전된 비핵화 구상을 제시하면서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토대로 종전 선언을 넘어선 미·북 대표부 개설과 평화협정 체결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내년 초에도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지 않으면 석탄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탄소하나화학공법' 개발 등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성장과 중국 등 우방국 지원 확보에 주력하는 현재 노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군에 의한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 사망 사건은 월북이냐 아니냐는 논란과 상관없이 무고한 생명이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전염병 방역이든, 군사안보상 이유든 어떤 이유로도 설명할 수 없는 비참한 일이다. 이는 남북 관계 현실, 더 구체적으론 북한 측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과거 북한 측 행태와 사건 이틀 뒤 우리 측에 보내온 통지문을 놓고 볼 때 우리 측 공동조사 요구에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공동조사를 해서 북한에 득이 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공동조사에서 북측은 우리 측이 제시할 객관적인 자료가 잘못됐음을 반박해야 하는데, 이는 한미 정보자산 능력에 비춰 봤을 때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대남통지문 발송, 우리 수색 함정에 서해상 침범 경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역에 방점을 둔 정치국 회의 개최 등으로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삼스럽지만 북한은 우리와 다른 사고와 행동을 하는 까다로운 상대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선 지난해부터 남한의 중재자 역할에 서운함을 드러내면서 남북 합의 이행에 나서지 않다가 올해 대북전단을 이유로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대남 관계를 대적 관계로 전환'하고 남북 관계의 문을 사실상 닫고 있다. 서해상 총격 사망 사건이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도 있으나 북한은 남북 협력 무대에 나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통한 국면 전환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2020년을 미국의 장기적인 제재에 자력갱생 정신으로 정면 돌파하는 해로 설정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자력부강·자력번영하겠다'는 목표하에 내부 역량을 집중해 왔다. 미·북 관계에서 북한은 11월 미국 대선 이후를 준비하는 태세다.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하지 못한다"며 비핵화는 향후 미국 측 조치에 달려 있고, 미국이 압박하지 않으면 북한도 '레드라인'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비핵화와 제재 해제'가 아니라 '적대시 정책 철회와 조·미 대화 재개' 틀에서 미·북 관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구상이다. 북한은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양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 연임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북한은 2000년 경험한 '조명록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당시 미·북 간 전면적인 관계 개선에 관한 '미·북 공동커뮤니케'에 합의하고도 빌 클린턴 대통령 후임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폐기된 전례가 있어 미국 대선 전에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려 하지 않는 것이다.

'文 종전선언' 지금은 부적절…국제사회 공조 뒷받침돼야
대북관광 등 정부 조급함이
되레 '북한 오판' 부를수도

우리 정부는 대북 개별 관광을 비롯해 남북 경협 불씨를 살려 보려고 애쓰고 있다. 이러한 조급함이 도리어 북한 측 오판을 부를 수 있다. 당분간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봐 가면서 남북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정비해 나가는 게 현실적이다. 북한에 대한 확고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안보 위협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큰 변수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통령선거다. 내년 이후 미·북 협상이 재개돼 북한 비핵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우리 나름의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하거나 또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북한 문제에 대한 한미 간 단합된 대응과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한미 간 불협화음이 아닌 전통적인 '채찍과 당근' 차원에서 미국은 제재를 강화하더라도 한국은 상황 관리와 북한 변화 유도를 위해 인센티브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우리 내부에선 일관된 대북 메시지를 내는 게 중요하다. 남북 협력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확고한 의지를 유지하면서도 최근 서해상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과 같이 북한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적이고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는 게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강조한 종전 선언 등 현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미·중 간 힘의 구조를 고려한 현실적인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종전 선언은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등 최근 북한 행태를 보면서 적절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 이행으로 되돌아오면서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종전 선언은 미·북 협상 재개에 계기가 됨은 물론 한반도에서 긴장 고조가 아닌 상호 협력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남북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미래 비전을 북한에 공개 또는 비공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북한이 우리 구상에 호응해 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처럼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확고한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경제 발전을 달성하는 게 김 위원장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정리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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