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덩이 속 기어서 대피".. 긴박했던 울산 화재 탈출 상황

조원일 2020. 10. 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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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불길에서 탈출한 주민 가운데 175명은 임시 거처로 마련된 남구의 호텔에 머물고 있다.

28층 주민은 "캄캄해지기에 정전이라 생각했는데 5분쯤 지나자 불길이 올라와서 급히 뛰어나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4층 주민은 "늦게 귀가했는데 건물에 불길이 치솟고 소방차 수십 대가 출동해 있었다. 집 안에 있던 가족이 소방관과 옥상에 대피해 있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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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불길에서 탈출한 주민 가운데 175명은 임시 거처로 마련된 남구의 호텔에 머물고 있다. 9일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탓에 녹초가 돼 있었다.

31층에 살던 박지영(32)씨는 “거실에서 TV를 보다 창밖에 불기둥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탈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 탓인지 번호 키로 작동하는 현관문이 열리지 않아 발로 차고 나왔다. 복도에는 벌써 연기가 자욱했고, 앞집 현관은 화재로 문틀이 녹아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아 휴대전화 조명을 켜고 기어서 비상구까지 간 다음 계단으로 33층 옥상에 올라가 대피했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도 화재를 인지하자마자 맨발로 뛰어나온 덕에 살았다고 했다. 그는 “매캐한 냄새가 나서 직감적으로 불이 났다고 생각했고, 무작정 맨발로 1층까지 뛰어내려 왔다”며 당시 상황을 “아비규환”이라고 표현했다.

입주민들은 불이 건물 외벽에 퍼지기 전부터 내부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고 입을 모았다. 비상벨과 안내방송이 늦어 일찍 대피하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22층 주민 김민성(50)씨는 “전날 화재경보 시험방송이 나왔었는데 정직 화재 당시에는 경보방송이 작동되지 않은 것 같다. 타는 냄새가 나고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소방대원이 와서 함께 대피했다”고 말했다. 28층 주민은 “캄캄해지기에 정전이라 생각했는데 5분쯤 지나자 불길이 올라와서 급히 뛰어나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주민들이 물에 적신 수건으로 입과 코를 감싸고 탈출할 당시 아파트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24층 주민은 “늦게 귀가했는데 건물에 불길이 치솟고 소방차 수십 대가 출동해 있었다. 집 안에 있던 가족이 소방관과 옥상에 대피해 있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그처럼 가족과 연락이 안 된 이들이 계속 전화를 시도하고 불길에 휩싸인 아파트를 바라보며 흐느끼기도 했다. 호텔에 급히 설치된 이재민지원센터에는 목숨을 건졌다는 안도와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망연자실함이 공존했다. “워낙 다급해 아무것도 가져나오지 못했다”며 허탈해하는 입주민을 소식 듣고 달려온 친지들이 “이만하길 다행”이라며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파트 관리소장 심상배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2층 거실 시스템 에어컨의 누전으로 천장에서 불이 시작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2층 주민이 연기와 냄새가 난다고 신고해 가보니 거실 천장 에어컨 쪽에서 연기가 났지만 불꽃은 발견하지 못했다. 일단 전원을 차단하고 출동한 소방관과 함께 다른 층을 점검하는 도중에 화재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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