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공무원 피격..난리날 것 같던 국감, 뚜껑 여니 맹탕 왜

정진우 2020. 10. 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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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을 둘러싸고 대충돌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던 국정감사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맹탕 분위기다. 거여(巨與) 더불어민주당의 철통방어 속에 국민의힘 등 야당은 좀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다수 상임위의 국감이 주요 현안 관련 핵심 증인 채택이 불발된 채 무딘 질문과 기계적 답변이 계속되는 등 김 빠진 양상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국감을 방해하는 폭거이자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잔뜩 긴장했는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유효타 없는 헛스윙 뿐”(원내 관계자)이라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야당의 시간’은 왜 사라졌을까.


①‘기울어진 운동장’

지난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속된 질의에도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답변을 회피하거나 "수사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민주당 소속 위원이 국민의힘 소속 위원보다 2배 이상 많은 데다 위원장도 모두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해수무 공무원 이모씨 사살과 관련해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은 “수사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각종 자료와 다각도의 질문으로 자진 월북 주장을 깨뜨려 보려던 야당 의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참다못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께서 정확하게 진실을 얘기하도록 따끔하게 질책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이개호 위원장은 “(김 청장이) 나름대로 성의를 다해서 답변한다고 본다. 위원님들 입장 고려해 답변해달라”고 한 게 전부였다. 농해수위 소속인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 의원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국민만을 보고 일해야 할 공직자들이 국감장에 나와 여당 의원 입만 쳐다본다”며 “황당함을 넘어 무력감을 느낄 지경”이라고 말했다.


②핵심 증인 0명, 질의 상대가 없다

국민의힘은 이번 국감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친형 이래진(오른쪽)씨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시도했으나 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 [연합뉴스]

이번 국감의 최대 현안으로 손꼽힌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 및 해수부 공무원 사살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요청한 증인은 단 한 명도 채택되지 못했다. 야당은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에 대해선 20여 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민주당이 모두 거부했다. 해수부 공무원 사건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친형 이래진씨 등 유가족을 증인으로 부르려했고 당사자들도 출석 의사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거부했다. 증인 채택이 상임위 의결 사항이어서 민주당이 거부하면 야당은 원하는 증인을 국감장에 불러낼 방법이 없다.

민주당은 정치적 소모전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농해수위원인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해경등을 상대로한 국감 중 지난 8일 “정부에서 월북이 맞다고 발표했는데 유가족이 국감장에 나와 월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모습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진지하게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원은 “검찰 수사를 통해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났는데 또 증인을 불러 지리한 공방을 주고받자는 것이냐”며 “국감은 말 그대로 국정 전반에 대한 점검을 하는 자리지 특정 사건을 정치적으로 다투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은 "야당의 손발을 다 묶고 정권 비호에만 집중하는 방탄국감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또 야당의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에는 "'큰 것 한 방'이 없다고 하는데, 여당의 방해와 폭주에도 나름대로 발로 뛰어서 얻어낸 정보를 통해 정부의 실정을 알리고 있다"며 "아직 국감 기간도 많이 남았으니 반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③'대통령 호위무사' 자처한 민주당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에서 제기한 '노바운더리 특혜 의혹'을 적극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

주요 현안에 대한 방어에 집중하는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이슈에선 오히려 공격성을 띄고 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과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 등이 대표적인 여당 공격수다. 지난 8일 국회 산자위 국감에서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측근이 설립한 공연기획사 ‘노바운더리’가 청와대 행사 계약을 따낸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고 의원은 “상식적으로 바라봐달라. 빨간 안경 얘기다. 세상이 왜 빨간지 묻기 전에 상식적으로 생각이 선행돼야 한다”고 맞섰다.

같은 날 외통위 국감에선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질의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나서 고성을 지르거나 훈계에 나섰다. 국민의힘 측에서 해수부 공무원 사살과 관련해 “대통령이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김석기 의원)는 주장이 나오자 윤 의원은 “야당 의원들은 반복해서 고장난 레코드를 돌리고 있다.대통령에게 무릎 꿇으라고 한 게 누구냐”고 언성을 높였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가장 중요한 헌법적 책무 중 하나”라며 “대통령의 이른바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여당 의원들은 자신이 국회의원인지, 아니면 아직도 대통령 비서인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④국감장서 사라진 대기업 CEO
대기업 총수나 CEO들이 국감장에서 모습을 감춘 것도 2020년의 진풍경이다. 과거 이들을 주로 국감장에 끌어내 온 민주당이 ‘기업인 망신주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수용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실제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등 증인 11명과 김경호 테슬라코리아 대표 등 참고인 1명에 대한 출석요구를 철회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꼭 필요하면 실무자를 불러 지적할 순 있지만, 정치적 공방이나 망신주기를 위해 기업 고위직을 불러 앉히는 건 잘못된 관행이라는 게 우리 당의 일관된 입장이었다"며 "민주당이 늦게나마 이런 지적을 받아들인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했다.

정진우·윤정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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