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제징용' 일본제철 주식 매각명령 12월9일부터 가능해진다

박상준 기자 2020. 10. 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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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더 다가선 피해자 배상
일본제철 심문서 송달 계속 거부.. 법원, 받은 것 간주 공시송달 결정
1년9개월 걸린 '압류명령' 종료
매각 명령문 놓고도 줄다리기 예상.. 한일관계가 진행 속도 변수
지난해 광복절 서울광장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회’에 참석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오른쪽)와 양금덕 할머니의 모습.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고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한국 합작법인 PNR의 주식에 대해 법원이 올 12월 9일부터 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2018년 10월 대법원이 “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 1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확정 판결한 지 약 2년 만이다.

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법원의 공시송달문 5건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8일 이춘식 씨(96) 등 강제징용 피해자 18명이 신청한 일본제철의 한국 자산에 대한 매각명령 3건의 심문서 송달 절차를 동시에 각각 공시송달로 처리했다. 또한 포항지원은 이날 원고 정모 씨 등 3명, 주모 씨 등 8명이 신청한 압류명령문 2건에 대해서도 추가로 공시송달 결정을 했다.

주식 매각은 법원의 압류명령과 매각명령을 거쳐 집행된다. 법원이 매각명령과 관련한 절차에 돌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1년 9개월 동안의 주식 압류명령 절차 종료

피해자 이 씨 등 7명은 2018년 12월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신일철주금과 포스코의 합작사인 ‘포스코-닛폰스틸 제철부산물재활용(RHF) 합작법인(PNR)’ 주식을 압류·매각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이후 피해자 주 씨 등 8명, 정 씨 등 3명이 추가로 신청을 내 포항지원은 원고 18명이 낸 각각 3건의 주식 압류 및 매각명령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일본제철이 한국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거부하고 배상금 지급을 미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실제 배상금을 지급받기 위한 법적 절차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추가 소송 제기 △주식 압류명령 △주식 매각명령 △매각 집행 후 배상금 지급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포항지원은 지난해 1∼3월 PNR 주식 총 19만4794주(액면가 기준 9억7397만 원)를 압류했다. 하지만 일본제철은 압류명령문을 송달받는 절차를 회피했다. 법원행정처가 일본제철에 압류명령문을 보냈지만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7월 명령문을 반송했다. 포항지원은 올 6월 이 씨 등 7명 사건의 주식 압류명령문을 공시송달하기로 결정했다. 소송 당사자가 관련 서류를 송달 받지 않으면 법원은 직권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첫 주식 압류가 결정된 지난해 1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일본제철은 주식 압류명령에 대해 항고했고, 대구지법에서 항고심이 진행 중이다.

일본제철이 주식 압류 결정에 대해 항고했지만 이 결정이 법원에서 확정되지 않더라도 주식 매각은 별도로 진행될 수 있다. 주식 압류명령에 대한 항고는 집행정지 효과가 없어 일본제철이 항고하더라도 압류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 12월 9일 매각명령 가능… 한일 관계가 변수

일본제철이 서류 전달을 계속 거부하는 상황에서 법원은 서류 전달 절차가 더 이상 의미 없다고 보고, 남은 압류명령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그 다음 단계인 매각명령 절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항지원은 8일 이 씨가 제기한 사건 외에도 주 씨 등 8명, 정 씨 등 3명이 신청한 주식 압류명령문에 대해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또 이 씨 사건과 함께 주 씨, 정 씨 등이 원고인 사건 3건에 대해 한꺼번에 매각명령을 위한 심문서를 공시송달하기로 결정했다.

주식 매각명령을 하려면 일본제철 심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채무자 심문은 매각 절차에 의견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절차다. 그동안 심문서를 송달해왔지만 일본제철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법원은 심문서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결정을 내려 사실상 심문 절차를 생략했다. 이에 따라 공시송달의 효력이 발생하는 올 12월 9일 0시가 되면 주식 매각명령이 가능하다.

법원의 매각명령이 나온 뒤에는 해당 명령문을 송달하는 문제가 남는다. 압류명령문의 송달 때처럼 일본 외무성이 중간에서 문건을 쥔 채 일본제철에 전달해주지 않으며 시간을 끌 수도 있다. 이 경우 법원은 또 공시송달을 결정할 수 있다. 매각명령문 공시송달이 끝이 아니다. 일본제철은 매각명령문을 받아본 뒤에도 즉시항고, 재항고 등의 절차를 밟으며 또다시 시간을 끌 수 있다. 법조계에선 “큰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앞으로 2, 3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한일 관계에 따라 그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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