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의 극단선택..누명 씌운 학부모 '벌금형' 나온 까닭[서초동살롱]

오문영 기자 2020. 10. 10.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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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어린이집 교사가 극단선택으로 내몰린 사건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공분를 사고 있다. 특히 재판에 넘겨진 학부모가 벌금형을 받는 데 그치면서 '강력한 처벌이 이뤄졌어야 한다'는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학부모 A씨(37)와 조부모 B씨(60)의 재판을 맡았던 판사는 "징역형이 마땅하다"며 학부모들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판사가 학부모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뭘까.

"폭언에 시달린 저희 누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어린이집 교사 C씨의 동생이라며 "지금은 고인이된 저희 누나는 30대 초반이었던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 사망하기 전까지 학부모의 반성 없는 태도와 끊임없는 괴롭힘에 억울하게 시달렸다"고 밝혔다.

그는 글에서 "A씨와 B씨가 아동학대로 저희 누나를 신고했다. 어린이집에 찾아와 아이들과 동료교사들이 보는 앞에서 누나를 폭행하고 모욕했다"며 "(검찰에서) 아동학대 혐의는 무혐의를 받은 이후로도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다른 재원생의 학부모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이 위치한 아파트 단지 주민과 인근 병원 사람들에게 허위사실을 이야기했다. 이 일로 학부모들의 의심과 불신에 시달려야 했다"면서 "또 근무를 하지 못하도록 시청에 매주 민원을 제기해 어린이집이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보육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와 B씨는 누나나 가족들은 물론 어린이집 원장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형사조정기간에도 화를 냈다. '그깟 벌금과 약식'기소라고 생각하며 사법기관의 처벌도 비웃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깟 벌금형만 받게 됐다"고 전했다.

벌금형에 그친 처벌…판사는 "징역형이 마땅"
검찰은 지난해 10월 A씨와 B씨에게 폭행·모욕·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벌금 100만~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란 검사가 피의자가 징역형이나 금고형보다 벌금형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내리는 처분이다. 이 경우 피고인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판사는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재판을 한다.

오히려 A씨와 B씨가 약식기소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복해 정식 재판이 열리게됐고, 법원은 이들에게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다. 재판을 맡았던 대전지법 형사7단독 백승준 판사는 형량을 올렸음에도 "죄질이 매우 나쁨에도 ‘C씨가 뻔뻔하게 대응해 흥분한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피고인들을 징역형으로 엄중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에 따라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약식명령이어야 했나…변호사들 "안타까운 사건"

박 판사의 얘기는 우리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을 토대로 한다. 형사소송법 457조의2에 따르면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벌금형 안에서는 형량을 올릴 수는 있으나 징역형 등 다른 종류의 형으로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의 약식기소 처분은 적절했다고 볼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검찰 처분을 비판하긴 어렵다고 본다. 검찰이 약식명령을 청구했을 당시는 지난해 10월로 C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이전이기 떄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처분을 내리기 전에 C씨가 생을 달리했다면 구공판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처분 당시의 정황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검찰은 일반적인 업무방해 등 사건의 처리기준에 따라 처분을 내린 것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약식기소가 이뤄졌어도 법원이 직접 재판에 회부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기회 또한 C씨가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기 이전에 있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판사가 약식처분이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하면 통상 회부를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식재판이 열리고 형을 중하게 할 수도 있다"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지만 약식명령을 인가할 당시에는 C씨가 살아계셨기 때문에 그러한 판단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했다.

변호사들은 이 사건을 두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피해자가 어떤 고통으로 인해 죽음의 결과까지 이르렀다는 것에 대해 검찰과 법원 모두 엄정하게 본다. 주관적인 정신적 고통이 매우 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협박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생을 달리한 경우 실형이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고통에 시달려오다가 약식명령이 이뤄진 것을 보고 너무 큰 실망과 좌절을 느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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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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