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스로 확진자 취합하는 日..어쩌다 '디지털 후진국'이 됐나

조성훈 기자 2020. 10. 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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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 사진제공=로이터


이달초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2020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63개국중 8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2단계 상승한 것으로 역대 최고 순위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올해 조사에서 27위를 기록했는데 지난해보다 4계단 하락한 수치다. 일본은 16위를 기록한 중국에 비해서도 11계단이나 밀린다. 국내총생산(GDP)기준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경제대국이라는 명성에 도무지 걸맞지않다. 게다가 일본의 순위는 최근 5년새 지속적(2016년엔 23위)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7월 UN이 발표한 2020 전자정부 순위에서도 한국이 전세계 2위를 차지한 반면 일본은 14위에 그쳤다.

중국에도 뒤지는 디지털경쟁력…재난지원금 지급엔 석달, 확진자 취합은 팩스로
그만큼 일본의 IT 인프라가 형편없다는 뜻인데, 이에따른 난맥상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위해 일본 정부가 전국민에게 1인당 10만엔의 특별정액급부금(우리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시스템이 미비해 결국 우편신청이 이어졌고 서너달이 소요된 게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2주만에 끝난 작업이기에 일본 내 불만이 팽배했다.

뿐만아니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 데이터 시스템이 달라 감염 정보 집계나 공유도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다. 가령 확진자 발생시 보건소 담당자가 수기 신고서에 보건소장 직인을 찍어 후생성으로 팩스를 보내는 식이다. 부처간 온라인 회의나 원격수업도 언감생심이다. IT를 활용해 확진자 추적에 나선 한국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이유다.

이달초 거래정지 조치가 내려진 도쿄증권거래소에서 한 기자가 전광판을 가리키며 보도하고 있다. © AFP=뉴스1


지난 1일에는 세계 3대 주식시장인 일본 도쿄 증권거래시스템에서 장애가 발생해 하루종일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3조엔 규모 거래기회가 날아간 것은 물론 일본금융 시스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불과 며칠뒤엔 일본최대 이통사 NTT도코모의 시스템 장애까지 벌어졌다. 총체적 난국인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신임 일본 총리가 디지털청 신설을 포함 일본사회의 낙후한 디지털기반 강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는 지적이다.

경직된 사회 분위기와 느린 의사결정, 정치후진성 원인 지목
전문가들은 경제규모에 비해 일본의 디지털 인프라가 형편없이 뒤지는 이유로 변화를 거부하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와 느린 의사결정, 부처간 칸막이 관행과 정치의 후진성 등을 지목한다. 실제 일본은 도장 문화가 사회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관공서나 기업의 서류 결재는 물론, 심지어 식당 영수증과 택배를 받을 때에도 확인도장을 찍는다. 재택근무 중 결재서류에 도장을 찍기위해 출근하거나 전자문서를 출력해 도장을 찍은 뒤 다시 스캔해 이메일로 보내는 일도 드문일이 아니라는 것.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일본의 산업과 IT는 특유의 장인정신(모노즈꾸리)에 기반해 정밀기계와 하드웨어 장비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지만 최근 디지털 조류에서는 SW적 혁신이 더딘 상황"이라면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 경직된 업무 메뉴얼과 프로세스에 의존하는 관행과 무관치 않아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 가와사키현 세인트 마리아나 병원의 의료진 © 로이터=뉴스1

일본내 IT솔루션 구축 경험이 많은 한 기업인은 보다 구체적으로 일본의 책임회피 문화와 느린의사 결정을 지목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은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만족도가 떨어지는 서비스나 시스템은 자주 교체와 개선이 이뤄지는데 반해 일본은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IT솔루션 도입도 지나치게 신중한 경향이 있어 의사결정에만 1~2년이 걸리기도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시스템을 도입하기 까지 리드타임이 길어 도입시점엔 이미 구형이되버리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칸막이 문화속 e재팬 전략도 흐지부지...그래도 "한국 따르면 안된다"?
정부부처와 지자체 마다 제각각인 IT인프라와 행정부서의 칸막이 문화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이정아 정책기획 센터장은 "일본은 2000년대 들어 e재팬 전략 등 정보화 확충 계획을 수도 없이 세워왔지만 부처간 협의가 안돼 흐지부지됐고 정치권에서도 'IT는 표가 안된다'는 인식으로 통합된 IT거버넌스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스가 총리가 우리 주민등록증 같은 마이넘버카드를 우선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디지털화가 쉽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으로선 한국의 IT 성공사례가 교훈이 될 수 있음에도 '한국은 절대 따라하면 안된다'는 암묵적 분위기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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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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