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과를 대신하나? 의대 선배들 잇따른 사과에도 등 돌린 여론

정재민 기자 2020. 10. 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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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됐던 도돌이표..정부 엄정 대응+차가운 여론
"이미 여론 돌리기엔 역부족" 비판 속 "의대생이 직접 나서야"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관련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가시험 재응시 기회를 요청하고 있다./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국가고시 불응에 대한 의대생의 국민청원 대국민 사과 게시글에 대학병원장들까지 나서 의대생 대신 머리를 조아렸지만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달 초 우여곡절 끝에 의료계 파업이 봉합 수순에 들어갔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예고됐었다.

정부는 '재응시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이 과정 속 정부를 향한 응원 여론까지 확대됐다. 결국 당사자인 의대생들의 국민을 향한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으로, 그렇지 않다면 재응시를 둘러싼 거듭된 여러 이해 단체들의 지루한 사과와 입장 발표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병원장들은 지난 8일 '의대생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질책은 선배들에게 해달라. 6년 이상 열심히 학업에 전념했고 준비한 의대생들이 미래에 의사로서 환자 곁을 지킬 수 있도록 한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다투는 필수 의료분야에 대해 젊은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한 상황을 관리해야 할 병원이나 교수들로 인해 국민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은 부분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없다"며 재응시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의사 국가고시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달 이미 의료진들이 복귀하면서부터 예고됐던 문제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 지난달 4일 의사단체 집단휴진 중단과 의정협의체 구성을 골자로 한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전공의, 의대생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지속했다.

의대생들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 추진 등 의료 정책을 반대한다며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거부했고, 정부는 "추가 접수 기회를 주는 방안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당시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의대생 구제책과 관련해 "거의 일주일간 반복해서 동일한 답을 드리고 있다"며 "당사자들이 자유의지로 국가시험을 거부한 상황에서 추가 시험을 검토할 필요성은 떨어진다"고 답했고 그를 가리켜 네티즌들은 '단호영래'라며 응원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하기라도 한 듯 의과대학 학장, 원장, 의료계 원로 등은 대국민 호소를 통해 '후배들을 위해 재고해달라'는 사죄의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의대생들은 별다른 입장을 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일인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본관에서 응시생이 국시원 관계자들과 함께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실기시험 응시율은 14%에 그치면서 기존 1일 3회 실시하던 시험이 1회로 변경됐다./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의과대학 4학년 학생들은 지난달 13일 단체행동을 유보하기로 하는 등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지만, 핵심인 국시 실기시험 재응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없었다.

이후 지난달 24일 국시 응시 거부 입장을 선회해 '응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국민 여론의 반대가 여전히 높다는 이유로 추가 기회 부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가 재응시 부여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은 '국민적 양해'다. 손 대변인은 지난 4일 "의사 국시의 추가적인 응시 기회 부여는 형평성과 공정성의 문제가 있다. 국민적 양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검토가 곤란하다"며 검토 자체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던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한 의대생이 '국시접수를 취소했던 의대생이 국민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단호한 입장이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청와대 게시글과 관련해 누가 했는지 현재로서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게시글로 인해 국민 양해를 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현재까지 의대생들이 직접 언론이나 국민 앞에 나서서 공개적으로 사과한 일은 어느덧 한 달여 시간이 지났지만 전무한 상태다. 여론도, 정부도 그 점을 꼬집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8일 국정감사 현장에서 "이 문제는 의료계와 정부가 한 몸으로 대국민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며 "1년에 수백개 국가시험을 치르는데, 어느 한 시험만 그것도 응시자들 거부로 인해 재응시를 하기는 쉽지 않고 국민의 양해가 필요하다"고 에둘러 답했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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