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알고도 누락..해경의 인체모형 표류 실험도 엉터리

2020. 10. 1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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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 이모 씨 사건, 아직 의문점이 많죠. 특히 고인이 월북했을 거라고 성급히 결론내린 듯한 정황이 속속 나옵니다. 

이 씨가 실종 직전 꽃게 구매대행을 진행했다는 사실도 채널에이에서 단독으로 보도해드린 바 있는데 해경도 이런 사실을 중간수사 결과 발표 전, 직접 확인했다는 정황이 저희 추가 취재로 드러났습니다.

또 하나의 월북 근거였던, 해경의 인체모형 표류 실험도, 사실상 엉터리였습니다.

먼저 남영주 기자, 이어서 김민곤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공무원 이모 씨가 실종된 날은 누나에게 꽃게를 보내겠다고 한 당일이었습니다.

가족들이 구매자를 모으면 자신이 꽃게를 싸게 사서 1kg 당 8천 원에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한 겁니다.

실종 직전까지도 꽃게 구매 대행일을 한건데 지난달 29일, 해경의 중간 수사발표에는 이런 내용이 빠졌습니다.

[윤성현 /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지난달 29일)]
"북측에 월북의사를 표명한 정황, 그리고 표류 예측 분석결과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실종자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채널A 취재 결과 해경은 이 씨에게 꽃게를 공급하기로 한 판매자를 찾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씨와 함께 무궁화 10호에 탔던 동료 15명 중 5명도 해경 조사에서 이 씨를 통해 꽃게를 사려고 돈을 입금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해경이 꽃게 판매자와 구매자를 확인한 건 모두 중간수사 결과 발표 전입니다.

해경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발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이 씨의 계좌 내역을 확보하지 못해 구매 대행 사실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족사고와 극단적 선택, 월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했다는 해경의 설명과 달리, '월북'에만 초점을 맞춰 결론을 내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널A 뉴스 남영주입니다.

dragonball@donga.com
영상취재 : 김명철
영상편집 : 손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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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은 지난달 25일, 무궁화 10호 난간에 남아있는 지문을 채취했습니다.

이 씨가 배를 이탈하는 과정에서 난간에 흔적이 남았을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지문 감식 결과 난간에서 이 씨의 지문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난간 높이는 1.2m로 키 180cm인 이 씨가 손을 짚지 않고 넘기는 쉽지 않습니다.

월북 의도를 갖고 배에서 이탈했다고 단정 짓기에는 의문이 남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해경 관계자는 "강한 바람과 바닷물의 염분 탓에 지문이 제대로 채취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해경은 고장 난 선내 CCTV가 외부의 힘으로 파손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포렌식을 의뢰했습니다.

[윤성현 /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 (지난달 29일)]
"실종 전날인 9월 20일 오전 8시 2분까지 동영상이 저장돼있고, 정밀감식을 위해 CCTV 하드디스크 원본 등을 국과수에 제출했으며…."

감식 결과 CCTV는 전원 공급 불량으로 녹화가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경은 지난달 26일 인체 모형을 바다에 빠뜨려 이동 경로를 살펴보는 표류 실험도 했지만 실험 46분 만에 모형이 사라져 실험이 중단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야당은 "실패한 실험을 월북 근거로 삼았다"며 짜 맞추기 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해경은 "모형이 소실되기 전까지 파악한 동선은 예상 동선과 유사했다"며 "실험은 실패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실험 중단 이유에 대해서도 이 씨 실종 당시와 동일한 조건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채널A뉴스 김민곤입니다.

imgone@donga.com
영상편집: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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