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제 본질 호도하는 일본.."우리가 피해자" 주장까지

이세원 2020. 10. 1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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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명예회복·치유'는 뒷전..'소녀상은 반일운동' 선동 확산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옆에 한 소녀가 앉아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일제 강점기 징용 등에 관한 한일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제국주의 일본의 가해로 시작된 문제에 관한 한국의 움직임을 무조건 '반일'로 규정하거나 심지어 일본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등 본질을 호도하는 언설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한일 사이에 다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 문제다.

독일의 한인 단체가 수도 베를린에 최근 소녀상을 설치했는데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회담에서 철거를 요청하고 주독일 일본대사관이 독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로비한 결과 현지 행정당국이 철거 명령을 내렸다.

소녀상을 설치한 단체는 명령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여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12월 28일 윤병세(오른쪽) 당시 한국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외무상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녀상에 의미에 대한 해석은 한일 양국 사이에 엇갈리고 있다.

일본 우익 세력은 이를 반일 선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일본 정부도 이런 시각에 동조하는 양상이다.

일본 주요 일간지 가운데 역사 문제에서 가장 우익적 태도를 지닌 산케이(産經)신문은 11일 논설에서 "(소녀)상을 방치하면 위안부라는 것은 강제연행된 '성노예'라는 역사 날조가 확산할 수 있다. 악질적인 반일행위는 싹을 확실히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2015년 12월 한일 외교부 장관 합의에 의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했다"며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데 문재인 정권은 일한 합의의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맥락을 잘 모르는 이들이 이 논설을 읽으면 소녀상을 더 설치하지 않거나 철거하기로 한다는 합의가 2015년에 이뤄지기라도 한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다.

합의 당시 발표문에는 소녀상에 관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함"이라는 한국 측 발언이 있을 뿐이다.

2017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가 발표한 검토 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합의 때 일본 측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 구체적인 한국 정부의 계획을 묻고 싶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결국 당시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한 일본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한국 정부는 해당 소녀상에 관한 일본 정부의 우려를 이해하며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도록 노력한다는 수준의 답변을 했을 뿐이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의 눈에 빗물이 고여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성노예 상태였다는 것은 유엔이 보고서를 통해 인정한 사안이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때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측은 소녀상이 일종의 반일 캠페인이며 일본에 대한 비난 행위라고 인식하고 이같은 합의 내용을 토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모테기 외무상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베를린이 분열의 상징에서 공존의 도시로 거듭난 곳이라며 "그런 베를린 거리에 그런 상(소녀상)이 설치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소녀상 설치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산케이신문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일본 정부는 독일 측에 소녀상 철거를 요청하면서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강조했고 미테구 측은 " 국가 간 역사 논쟁에서 한쪽을 돕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철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2015년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무조건적인 해결을 천명한 것은 아니며 양국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의 성실한 이행을 전제했다.

합의 때 거론된 주한 일본대사관 앞이라는 특정 장소의 문제를 별론으로 한다면 소녀상 설치 자체는 양국 합의의 정신에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

피해자가 겪은 인권 침해와 전시 성폭력의 참상을 세상에 알리고 이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논설에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무시한 것이라며 "국제법을 위반한 트집이며 일본 측이 피해자"라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한국이 추진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위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건설적 대화를 하기는 어렵다며 일본 총리가 한국에 갈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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