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분 단위 일정 바빠" 학부모는 "이게 수업?"..원격수업 해법은

최은경 입력 2020. 10. 11. 13:38 수정 2020. 10. 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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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갑작스런 원격수업 도입
학부모 등 63% 원격수업 불만족
교육 격차, 획일적 교과과정 등 문제
디지털 활용한 미래 교육 방안 모색해야
서울시, 13일까지 관련 시민 제안 받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도권 등교 재개 첫날인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강동구 한산초등학교를 방문해 4학년 학생들과 원격수업으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눈 뜨면 스마트폰으로 EBS 온라인 강의 잘 열리는지 확인하기
오전 8시 30분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30분간 출석 체크와 건강상태 확인(확인 안 된 학생들과 통화)
오전 9시 과제 질문과 확인
오전 11시 학적 업무, 문서 보고, 업무 관련 학부모들과 통화
낮 12시 배달음식으로 식사 후 수업 시작, 퀴즈, 질문과 답, 퀴즈 응답 기록
오후 3시~4시 30분 종례, 교과 선생님들 메시지 확인, 학생들과 통화 상담
오후 8시 연구회 선생님들과 화상회의
오후 10시 원격수업 준비
밤 12시 넘어 취침

한 중학교 담임교사가 지난 4월 블로그에 올린 원격수업 일과다.

한쪽에서는 교사가 본인 자녀들 수업을 제대로 챙길 틈도 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지난 9월 초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이건 원격수업이 아닙니다.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을 방치하실 예정이십니까?’라는 글은 많은 학부모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3만4000여 명이 동의를 끌어냈다. 초등 3학년생 아이를 둔 워킹맘이라는 청원인은 “원격수업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 스스로 유튜브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며 “공교육에 편입된 우리 아이들은 올 1년 내내 방학이다. 공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버렸다”고 성토했다.

이어 청원인은 “학부모 스스로 학생자가진단을 하고 온라인 수업에 로그인을 하고 전 학년이 똑같이 주어진 링크만 들여다본다. 우리 아이들을 더는 방치하지 말고 진정한 원격수업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6월 광주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원격수업 전환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11일 오후 교육부는 12일 이후의 학사 운영 방안을 발표한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등교수업 확대 방침을 밝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이에 따라 언제 다시 수업 방식이 바뀔지 모른다. 온라인 원격수업에 대한 지속적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서울시는 원격수업 해법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 지난 7일 ‘학교가 된 집-코로나 이후 교육의 미래’를 주제로 온라인 시민제안 워크숍을 열었다. 원격수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시민과 함께 논의하는 장이었다.

토론에 참여한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디지털 세계가 날 것 그대로 제도교육에 들어오면서 학교 현장에 균열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우선 온라인 교육을 갑자기 도입하면서 자율성을 강요받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기기 마련 등 하드웨어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교사·학부모·학생의 역할을 세심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신 연구원은 “너무 바쁘다는 교사, 학습공동체를 꾸려 수업을 고민하는 교사가 있는 한편 편한 것 같다며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교사도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달 8~15일 교사·학생·학부모·시민 15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2학기 원격수업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교사·친구와의 소통에 대한 불만족도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신 연구원은 “한 반에 20명인 아이들이 줌(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한마디씩만 해도 정상적으로 수업하기 어렵다”며 “만남과 대화, 소통이 없는 상황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늘려가는 방향이 최적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분 단위로 일정을 쪼개야 하는 교사와 EBS만 보게 한다는 학부모 간 신뢰 문제도 있다고 분석했다. 대면 수업 때와 같은 내용과 양을 수업하는 획일적 교육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신 연구원은 “진도를 위해 체하더라도 집어넣고 보는 관행에서 개별 학생의 수준·속도·흥미가 고려되기 어렵다”며 “초등생들을 우선 등교시킨 덴마크 등과 다르게 고3을 우선 등교하게 한 우리나라는 아이들 안전과 배움의 결손에 대한 우려보다 입시문제에 천착해있는 것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오전 학교 시간부터 학원에 불러 온라인수업을 관리해주는 사교육 형태까지 등장하는 등 교육격차도 문제”라며 맞춤형 수업에 대한 교사 재량권 부여와 평가지침 유연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학급당 학생 수와 학교 규모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온라인 대학 미네르바스쿨에 재학 중인임지엽 학생은 토론에서 “유튜브 링크를 던져주고 읽어봐 이게 아니라 이 유튜브가 어떤 내용을 얘기하고 있고 왜 봐야 하는지 교사가 질문을 제시해주면 동기부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미네르바 스쿨에 있는 학습경험 전담팀을 소개했다. 전담팀이 학교의 사회화 기능을 온라인으로 어떻게 가져올지 구상하고 교사는 수업과 학생면담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김묘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대표는 “기존 교육이 지식, 강의식, 주입식, 경쟁 추구 중심이었다면 디지털을 활용한 미래 교육은 태도와 지혜, 대화식, 토론식, 경쟁과 협력의 균형 등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내용은 서울시 유튜브(https://youtu.be/U9ayS8C6zG0)에서 볼 수 있으며 오는 13일까지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에서 미래 교육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서울시는 토론 내용과 시민 의견을 정책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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