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서울경제

[단독]'무리한' 국세청 '안일한' 기재부..하루아침에 탈세자된 체납추적 공무원

송종호 기자 입력 2020.10.11. 14:00 수정 2020.10.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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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비과세에 느닷없는 과세처분
부족한 세수 충당 위해 증세 실험 논란
기재부 뒤늦은 유권해석에 혼란 가중
기동민 "사회적 비용 대거 발생"지적
기동민 더불민주당 의원
[서울경제] #광역 지자체 체납세금 징수업무를 담당하다가 올해 정년퇴직을 한 A씨는 지난 6월 황당한 세금고지서를 받았다. 재직시절 숨겨둔 재산 등을 추적해 체납세금을 징수한 공로로 받은 포상금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며 과세 통보를 받은 것이다. 징벌적 성격의 가산세까지 추가됐다. A씨는 “이제는 퇴직해 연금소득으로 지내는 데 사전에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탈세자 취급을 받았다”며 “평생을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한다’는 신조 하에 체납 세금을 추적해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지자체의 5급 사무관 K씨는 2014년 정부합동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아 포상금을 받았다. 평가업무 담당 직원들과 포상금을 나눠 가졌는데 6년이 지난 올해 6월 누락 세금과 가산세를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K씨는 “잘했다고 상 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비리 공무원 취급을 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50년 이상 비과세였던 지방공무원 포상금에 국세청이 느닷없이 소득세를 부과하면서 정부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보편 증세’ 실험에 나선 게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비과세 대상이라는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과세처분을 철회하지 않자 현 정부가 급증하는 재정 소요에 무리한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는 형편에 빠졌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이마저도 기재부와 국세청 간 기 싸움에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모범 공무원이 하루아침에 탈세자 마냥 가산세까지 부과된 세금을 추징받아 조세심판원에 조세심판 청구를 하는 상황에서도 기재부와 국세청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재부와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지방공무원 포상금 과세처분 자료에 따르면 과세대상은 △세입징수포상금 △발표대회 우수자 시상금 △각종 평가 우수시상금 △퀴즈대회 포상 등 전방위적이다. 우선 올해 6월로 과세 제척기간이 도래한 2014년 분 포상금에 세금납부가 고지됐다. 2014년 분 뿐만 아니라 2019년까지 부과액이 고지되면 부과총액도 비례해 늘어날 전망이다. 과세에 불복한 공무원들이 조세심판청구를 제기한 상황에서 국세청은 심판원 결정 이후 나머지 귀속분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질과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국세청, 지자체 공무원 포상·상금 등 소득세로 해석
무엇보다 국세청이 지방공무원 포상금을 근로의 대가로 받은 성과금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소득세 누락분을 거둬들이겠다는 신호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기재부가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을 발표한 뒤 소득세 비과세·감면 제도 및 공제제도의 적정성을 따지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는 2018년 기준으로 38.9%다. 미국(30.7%), 캐나다(17.8%), 호주(15.8%)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보편 증세론에 대한 담론을 쌓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 정책모임인 더미래연구소는 상반기 세미나를 통해 “재분배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수의 기여에 의존하는 지금의 조세 구조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재 국내 고소득자에 대한 세수 의존도는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다. 근로소득과 종합소득을 합한 통합소득 기준으로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78.5%(2017년 기준)로 미국(70.6%), 영국(59.8%), 캐나다(53.8%)보다 월등히 높다.
33만 지자체 공무원 반발에 기재부 돌연 '정무적 판단'
그럼에도 정치권은 조세저항을 우려해 ‘증세’을 좀처럼 전면에 내세우지 못한 채 여론 추이만 살펴왔다. 이번 포상금 과세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약할 것으로 보이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범적인 적용을 시도한 셈이다. 현 정부 세입확충 기조가 탈루 세원을 추징하겠다는 점에서 국세청은 중앙정부 공무원, 민간 등과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지방 공무원에게도 일괄 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동민 의원실에 따르면 중앙정부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포상금의 50%, 공공기관의 경우 90%가량이 이미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기재부가 연초 국세청 법령 질의에 국세청 예규에 따르라고 답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예규상 포상금은 소득세법 제20조에 따른 근로소득에 해당한다. 상황은 국세청이 지난 6월 과세 처분을 실제 실행한 뒤 33만7,000명(2019년 기준)에 달하는 전국 지방공무원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기재부 내부에서도 ‘정무적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초 국세청의 법령질의에 국세청 예규대로 하라고 회신했던 기재부는 지난 9월이 돼서야 돌연 포상금과 성과금 등은 비과세 대상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럼에도 국세청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공무원 사회가 술렁이자 기재부는 아예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국세청 예규상 포상금은 소득세법 제20조에 따른 근로소득에 해당하지만 지방세기본법 및 각 조례에 따르면 또 비과세에 해당하는 상황이다. 결국 포상, 시상금 등의 법적 성격이 모호한 측면이 있으니 아예 비과세 기타소득으로 명확하게 소득세법 시행령을 정리 하겠다는 식이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까지 예고..혼란 가중 불보듯
기 의원실은 “중앙정부 공무원들의 경우 포상 대상자의 50%가량을 원천징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행령을 개정할 경우 반대로 지방공무원을 위한 혜택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미 2014년 분에 대한 과세를 한 상황에서 시행령을 개정할 경우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는 원칙상 2015년 이후 분에 대한 과세는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기 의원은 “지자체 공무원의 포상금은 소득세법에 따라 비과세 기타 소득에 해당해 근로소득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리한 과징을 밀어붙인 국세청과 오락가락한 기재부의 안일함으로 공무원 사기 저하는 물론 사회적 비용이 대거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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