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울산 주상복합 화재, 3층 야외 테라스 나무덱에서 발화"

백승목 기자 2020. 10. 1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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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조사 중..짐 챙기러 간 주민들 "포화 맞은 듯"
시, 긴급지원비 지급하고 고가사다리차 구입하기로

[경향신문]

화재 피해를 입은 울산 남구 삼환아르누보 아파트 주민들이 지난 10일 오후 불에 탄 집에서 챙긴 물건들을 가지고 아파트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 주상복합건물(삼환아르누보)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발화 지점은 ‘3층 테라스’로 밝혀졌다.

울산경찰청 전담수사팀은 11일 2차 합동 감식 중간브리핑을 열고 발화 지점이 3층 야외 테라스에 있는 나무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경배 울산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건물의 연소 형태, 그을림, 탄화 심도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했다”면서 “3층에서는 고온에서 발생하는 시멘트 박리 현상이 확인됐는데, 이를 고려해볼 때 감식 참여기관 사이에 발화 지점을 3층으로 특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이 시작된) 덱 위 벽면에 알루미늄 복합패널이 있다”고 밝혔다.

삼환아르누보 건물에는 3층 테라스 외벽부터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V’자 형태로 불이 번진 흔적이 있었다. 경찰·소방당국은 3층에서 시작된 불이 화재에 취약한 복합패널에 옮겨 붙으면서 급속히 확산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그러나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잔해물 분석과 수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재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입주민들은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후 삼환아르누보 출입구 옆 인도에는 60대 초반의 한 주민이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떡해~ 어떡해”라며 울먹였다. 옆에서 아내를 위로하던 남편은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다”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울산시는 경찰과 협의해 이재민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 간단한 물품 등을 챙겨 나올 수 있도록 했지만, 주민들 대다수가 별로 건진 게 없었다. 18층에 사는 김모씨(58)는 “장롱 속에 둔 인감도장과 타다 만 보험서류 일부만 겨우 챙겼다”고 말했다. 20층에 사는 박모씨(62)는 “마치 전장의 포화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면서 “시커멓게 타버린 가재도구를 보니 내 삶 자체가 무너져 버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3층 테라스 외벽에 ‘V’자 형태로 불길 번진 흔적 울산지방경찰청 수사전담팀과 관계 기관이 11일 울산 남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건물 화재 현장서 합동감식을 벌였다. 이날 감식 요원들이 발화 지점으로 밝혀진 3층 테라스에서 외벽에 불길이 ‘V’자 형태로 번진 흔적의 시작 부분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이 건물 127가구 390여명의 입주민들은 울산시가 임시 거주지로 마련한 남구 삼산동 소재 비즈니스호텔(스타즈호텔)을 비롯해 시내 5개 호텔과 모텔 또는 지인과 친척 집에 머물고 있다.

가장 많은 이재민(175명)이 머물고 있는 스타즈호텔 3층에 마련된 ‘울산시종합지원센터’에는 자녀 학습·피해보상·법률절차 등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잇따랐다. 최모씨(42)는 “불이 난 건물에서 전세로 살았는데, 이주하면 집주인에게서 전세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이 호텔 1층에 마련된 ‘대한적십자사 재난심리회복센터’에는 “불길이 치솟는 장면이 계속 되새겨지면서 심장이 뛰고 잠을 못 잔다”고 호소하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승현 심리센터 간사(30)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로 피해를 입어서 이재민들이 화가 많이 나 있다”며 “하소연을 들어주면서 위로하는 ‘심리적 응급처치’(PFA)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이재민들이 숙식 자료만 제출하면 우선 긴급지원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고층 화재에 대응할 고가사다리차를 내년에 구입할 방침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첨단장비 확보와 함께 고층건물에 대한 종합적인 화재 대응계획을 세우고 훈련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교육청은 이재민 자녀 52명에게 교과서·교복·노트북 등을 지원하고,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을 위한 긴급돌봄교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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