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칭찬한 '기적의 치료제'..제약사 CEO는 '골프 친구'

김윤나영 기자 입력 2020. 10. 11. 20:59 수정 2020. 10. 1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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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일가족 3명은 리제너론 최대 주주인 회사 주식 보유
스스로 지원 금지했던 태아 유래 세포 사용 '자가당착' 논란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제약사 리제너론의 실험용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기적의 치료제’라고 치켜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임상시험이 채 끝나지 않아 아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제너론 최고경영자(CEO)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해충돌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회사의 실험용 치료제 개발에는 임신중절된 태아 유래 세포가 쓰여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보수 지지층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에도 놓였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리제너론사의 실험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기적”이라고 선전하면서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에 걸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리제너론이 개발 중인 약을 투여받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즉시 호전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했을 당시 코로나19 공식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와 덱사메타손도 처방받았기 때문에 어떤 치료제로 호전됐는지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조기 개발하기 위해 출범시킨 백악관 직속 ‘초고속개발팀(오퍼레이션 워프 스피드)’은 아직 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이 치료제를 이미 30만회분 구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홍보로 지난 5일 리제너론 주가는 7% 올라 전년 같은 기간 때보다 60% 이상 급등했다. 조지프 골드스타인 리제너론 이사장과 매리언 매코트 대표는 같은 날 보유하던 자사 주식 1만200주를 파는 스톡옵션을 행사했다고 NBC가 전했다. 두 사람이 챙긴 순이익은 각각 74만달러, 26만달러 등 총 100만달러였다.

레너드 슐라이퍼 리제너론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의 골프클럽 회원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라운딩을 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리제너론 주식을 산 적이 있다고 CNN이 밝혔다. 트럼프 일가족 3명은 리제너론사의 최대주주인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의 주식을 보유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리제너론은 ‘초고속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7월 미 정부 세금 4억5000만달러를 지원받았다.

리제너론의 실험용 치료제의 효과성을 측정하는 데 1970년대 임신중절된 태아 유래 세포(HEK-293)가 쓰이면서 윤리적 논란도 제기됐다. ‘낙태죄’ 부활에 찬성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6월 임신중절로 얻은 태아 조직을 학술연구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부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는 새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리제너론에 세금을 지원한 것은 새 정책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백악관 관계자는 “(새 정책을 발표했던) 지난해 6월 이전에 만들어진 세포이기 때문에 정책 위반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금지한 태아 유래 세포를 사용해 개발한 약물을 투여받은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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