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與 연루되면 순한 양" 이혁진·강기정·고민정때 그랬다

나운채 입력 2020. 10. 12. 05:01 수정 2020. 10. 1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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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4월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 및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들에 대한 주요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은폐나 축소 등 우려가 제기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현 정권 관련 수사를 맡으면 검찰이 순한 양이 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이뤄진 검찰 인사 등에 비춰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도 있다.


“靑 수석에 5000만원” 법정서 진술

이른바 ‘라임 사태’의 핵심 관계자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5000만원을 전달하려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수천명의 피해자를 낳은 펀드사기 사건의 주범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 고위 인사에 로비를 시도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그는 지난 4월 구속된 뒤 검찰 수사팀에 이런 내용을 진술했다고 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같은 진술이 파악됐음에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가 철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출신의 한 인사는 “이 대표가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강 전 수석을 직접 불러 조사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진술 신빙성이 있는지 철저히 검증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당시 수사팀의 진술 확보는 대검찰청에 보고되지 않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김 전 대표의 증언을 다룬 언론 보도 뒤에서야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강 전 수석은 “너무 터무니없는 사기, 날조”라고 의혹을 부인하며 김 전 대표와 이 대표를 각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입구. [연합뉴스]



옵티머스 로비 의혹…수개월 전 포착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은 금융권을 넘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범위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5월22일 작성된 옵티머스 내부의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서는 ‘이혁진(전 대표) 문제의 해결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 돼 있고, 펀드 설정 및 운용 과정에도 관여가 돼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정황은 검찰 수사팀이 수개월 전 관계자 진술 및 문건 확보를 통해 확인했다고 한다. 다만 이는 최근에서야 대검에 보고됐고, 윤 총장은 “금융사기는 물론, 로비 의혹 부분까지 포함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수사팀이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의 로비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조서에 적지 않았다거나 대검에 ‘늑장’ 보고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러나 수사팀은 “피의자신문조서에 명백하게 남겼다”며 “수사 진행에 따라 범죄 혐의가 소명되는 로비스트의 수사경과 등을 대검에 계속 보고했다”고 반박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고민정, 선거법 위반 ‘무혐의’…실무자만 기소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15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관련 선거 공보물에 허위 사실을 적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동부지검은 공보물을 제작한 실무자만 재판에 넘겼고, 야당 측에서는 ‘실무자가 후보를 패싱하는가’라며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고 의원뿐만 아니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윤건영·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선거법 위반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 이채익·홍석준 의원은 기소됐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기소유예 결론이 나왔다. 기소유예란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 등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 검찰 로고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연루되면 검찰 순한 양” 자조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권이 의혹에 연루되면 검찰 수사가 미진하거나 여러 '잡음'이 불거진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도 자조적인 반응이 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여권 인사만 연루가 되면 수사팀이 순한 양이 되는 반면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는 무리하게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 취임 이후 검찰 인사 및 조직 개편 등에 비춰봤을 때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 또한 제기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난 검찰 인사로 정권이나 여권에 불리한 수사를 하는 검사들은 모두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며 “수사는 과정뿐만 아니라 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의 면면도 살펴봐야 한다. 수사 결과의 신뢰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능력 있는 검사들이 중요 수사 부서에서 배제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전했다.

나운채·강광우·김민상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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