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지지율 지지부진 국민의힘 왜? 이상돈 "국민 거부감 여전한데 정권 찾아오겠단다"

이희수 2020. 10. 12. 14: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합리적 보수' 그가 보는 국민의힘 현주소

"‘깽판' 친지 이제 5년밖에 안돼
대선, 두번은 쉬어야 할 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 어려워
안철수? 지난 지방선거 3등 한 사람
실력·전문성이 보수 장점인데
국민의힘, 그 정체성을 잃어버려"

국민의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여권발 악재가 쏟아지는데도 그렇다. '야당의 시간'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다를 건 없다.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공개된 리얼미터의 10월 첫째주 주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2.3%포인트 하락한 28.9%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35.6%로 1.1%포인트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심은 왜 국민의힘으로 향하지 않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꼽히는 이상돈 전 국회의원을 최근 만났다.

이상돈 전 국회의원[사진=매경DB]
그는 보수 논객이면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앞장서 비판했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19대 총선 승리에 힘을 보탰지만 새누리당과는 이별을 했다. 이후 국민의당·바른미래당·민생당으로 이어지는 정치 여정 속에서도 이 전 의원은 합리적 논거에 기반한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그가 국민의힘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한 이유다.

이 전 의원은 "여전히 국민들의 정서적인 거부감이 상당한 것을 자신들만 모른다"고 일갈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는 물론 2022년 대통령 선거도 어렵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향후 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지난번 선거에서 3등 한 사람을 불러서 후보 시킬 거면 그냥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권에 불리한 이슈가 계속 불거지는데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내림세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위치를 너무 모른다. 당 출신 대통령이 2명이나 감옥에 가는 '깽판'을 친 지 5년밖에 안 지났다. 내가 보기에 보수와 진보의 고정층은 논외로 하고 30% 중도층은 국민의힘에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있다. 정부·여당에 대해서는 어떤 건 잘했다, 못했다는 논리적인 판단을 한다.

반면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논리를 따질 것도 없는, 한마디로 쳐다보기도 싫어한다. 광야에서 수련하며 최소한 (대선) 두 번은 쉬어야 할 거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정권을 찾아오겠단다. 수련은커녕 기본적인 자세가 안 돼 있다. 정부·여당은 완전히 야당 복(福)이 터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가 계속되는 건가.

▷누적된 결과다. 2010년 지방선거 결과를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했다. 당시 진보신당(정의당 전신)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면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자리를 민주당에 빼앗겼을 것이다. 2012년 총선 때도 수도권 유세를 나가보면 찬바람이 느껴졌다. 그때 어떻게든 이런 추세를 차단시켰어야 했다. (차단을) 못한 다음부터 수도권에서 계속 지고 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도 쉽지 않다고 보나.

▷나는 어렵다고 본다. 선거는 '조직'과 '바람'이다. 국민의힘은 서울에서 강남권을 제외하고 시·도·구의원 자리를 다 내줬다. 강북권에서는 하도 떨어지니까 조직이 다 와해됐다. 이 상태에서 이기려면 인물이 압도적이거나 심판론이 제대로 불어야 한다. 지금 두 가지 요건이 다 안되지 않나.

사람은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고, 현 정부의 오점이 많은데도 국민의힘에 기대가 가지 않는다. 민주당에서 추미애 장관 같은 사람을 후보로 내면 한번 해볼 만할 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합류한다면.

▷그럴 일 없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3등 한 사람을 불러내서 할 거면 국민의힘은 당 간판을 내려야 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 대표가) 절대로 같이 안 할 거라 본다. 안철수는 별안간 어울리지 않는 (정치인이) 됐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와 저녁 자리에서 만나봤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과 식사하며 담소 나누는 것을 가장 못하는 이가 안철수였다. 제3지대에 대한 여망이 컸는데….

-김종인 위원장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까.

▷원래 부산시장 선거에서만 성과를 내면 됐는데, 서울시장 선거가 걸려서 완전히 지뢰밭이 됐다. 서울시장만 가져오면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만두고 당 대표로 나서면 된다. 하지만 내년에 이기는 게 어렵지 않겠나. 내년 선거에서 지면 뻔한 거 아닌가.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나와라 내가 들어간다' 할 거다. 이러면 대선은 뭐 (끝나는 거다).

-보수 야권에서 눈에 띄는 차기 대선 주자가 있나.

▷나는 김종인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는 게 제일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그가 되면 대한민국이 제대로 설 거다. 물론 현실적으로 돼야 말이지만.

-김 위원장에게 대권 생각이 있다고 보나.

▷당연히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이 보기에 박근혜·문재인·안철수보다 본인이 훨씬 더 잘하리라고 생각할 거다. 독일의 콘라트 아데나워도 73세에 총리가 됐다.

-여권의 차기 대권 잠룡은 누가 될까.

▷내게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친구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제자다. 사실 이재명 지사는 마음이 편할 거다. 이번에 대선 나갔다가 안 되면 경기도지사에 또 도전하면 된다. 그렇다면 차차기는 되리라고 볼 거다.

국민의힘이 문제다. 차기는 고사하고 차차기가 조금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그나마 다음 대선에서 두 가지 의미를 찾자면 누가 돼도 대화가 되는 사람이라는 것과 여권 주자가 돼도 이젠 친노·친문이 아니라는 거다.

-앞으로 보수가 나아갈 길은.

▷진보의 장점이 다양성이라면 보수의 장점은 실력과 전문성이다. 압도할 만한 실력을 가지고 정부와 여당의 실정을 날카롭게 지적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 보수 정당의 면면을 보면 진보의 다양성에 휘말려 정체성을 잃은 것 같다. 진보가 청년을 받으면 우리가 더 많이 받자는 식이다.

그나마 21대 국회에선 윤희숙 의원 정도가 경제 지식을 토대로 의정 활동을 하는 것 같다. 국감 기간에 신문에 나온 내용을 가지고 말하는 의원들을 보면 창피하다. 새로운 것을 발굴해야 하는데 대중 관심을 받는 데만 집중하면 방법이 없다.

[이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