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도 "산재 적용 제외 신청 강요당해"

채윤태 입력 2020. 10. 12. 15:26 수정 2020. 10. 1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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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아들이 일하는 택배 대리점에 찾아갔던 김삼영(78)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이번 과로사에 대해 씨제이대한통운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올해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 8명 가운데 5명이 씨제이대한통운 소속"이라며 "씨제이대한통운은 추석기간 분류작업 인력 투입 약속도 지키지 않고 갖가지 꼼수와 편법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 더 이상 뒤에 숨지 말고 그동안의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실질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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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12일 규탄 기자회견
"올해 사망한 8명중 5명이 CJ대한통운 소속..
추석 택배 분류작업 인력 지원 약속도 안 지켜"
업무 도중 숨진 김씨, 산재 혜택 못 받아
대리점 소장 강요로 산재 제외 신청서 작성
택배노조, 추모 차원서 오는 17, 24일 배송 중단
12일 오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서울 노원구 을지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 김원종님 추모 및 씨제이(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채윤태 기자

명절에 아들이 일하는 택배 대리점에 찾아갔던 김삼영(78)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힘들다”는 말 한 번 없던 아들이 하루 400개에 달하는 택배 물량을 분류하고 배송하느라, 끼니도 챙기지 못하고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12일 오전 서울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48)씨의 부검을 마치고 나온 김씨는 과로에 시달리던 아들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했다. “코로나19 전 명절에 아들이 일하는 택배회사에 따라가 봤어요. 가서 보니, 아무리 택배기사가 개인사업자라지만 밥먹을 시간도 없는 거에요.” 아들 김씨는 매일 새벽 6시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10분 안에 세수를 마치고 5분 안에 간단한 아침을 먹고 출근했다. 아침 7시에 택배대리점에 도착하면 오전 11∼12시까지 택배를 분류, 상차 작업을 했다. 아무리 빨라도 밤 9∼10시는 돼서야 집에 왔다. 그래도 힘들단 말 한 마디 없던 아들이지만 올해 추석 연휴 즈음부터 부쩍 “힘들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숨지기 전날인 7일 밤에도 원종씨는 밤 9시30분에 귀가했다. 이튿날인 8일 집을 나서며 아들이 “아빠, 오늘은 어제보단 조금 늦을 거야”라고 말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어제보다도 더 늦는다니까 부모 심정이 어땠겠습니까. 아들이 그렇게 말하고 나가서 사고를 당한 거에요.” 말을 마친 김씨는 오열했다.

이날 오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고 김원종님 추모 및 씨제이(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씨가 일했던 씨제이대한통운 강북지사 송천대리점엔 택배 분류인력이 없어 택배기사들이 직접 분류작업까지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정부와 택배업체들이 추석 연휴기간 택배 분류를 위한 전담인력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터미널에는 어떤 지원도 없었다. 원종씨를 포함한 13명의 택배노동자들이 40만원씩 돈을 모아 2명의 분류 전담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했다는 것이 이 대리점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원종씨를 포함한 3명의 택배노동자는 분담금 40만원을 내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직접 분류 작업까지 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 도중 세상을 떠났지만, 김원종씨는 산재 인정도 받을 수 없다. ‘산업재해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김씨와 같이 일했던 동료들은 “지난 9월 소장이 13명의 대리점 노동자를 모아놓고, 사실상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신청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이번 과로사에 대해 씨제이대한통운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올해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 8명 가운데 5명이 씨제이대한통운 소속”이라며 “씨제이대한통운은 추석기간 분류작업 인력 투입 약속도 지키지 않고 갖가지 꼼수와 편법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 더 이상 뒤에 숨지 말고 그동안의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실질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는 이날부터 2주동을 김원종씨의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오는 토요일인 17일과 24일엔 노조 소속 전국 택배노동자 4500명가량이 배송을 중단할 계획이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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