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시장, '코로나'보다 '재고'가 더 무섭다

이예슬 2020. 10. 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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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부담에 따른 출혈 경쟁 심각
백화점서도 할인판매 비중이 절반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들이 방한의류를 고르고 있는 모습. 2018.10.23.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지난 몇 년간 성장이 정체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매년 증가하는 재고 부담으로 인한 대규모 할인 출혈 경쟁에 멍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으로 혼산(혼자 산행)을 즐기는 젊은 층이 늘고 있긴 하지만 레깅스로 대표되는 애슬레저(운동+레저) 의류와 경쟁하며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각 업체가 공개한 매출을 보면 업계 1위 노스페이스가 지난해 매출 4107억원을 기록하며 2018년에 이어 유일하게 4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매출 상위 4대 브랜드(브랜드 매출 미공개 기업 제외) K2, 블랙야크, 네파, 아이더는 매출 및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리 수의 감소를 나타냈다. 블랙야크는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 상위 브랜드들의 실적 부진은 국내 아웃도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 2조5963억원이던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18년 2조5524억원까지 줄어들며 완만한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5년간을 살펴보면 2조5000억원대 규모에 머무르고 있다.

여기에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 마무트를 비롯해 10여개의 크고 작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사업을 접으며 반등 가능성도 낮게 점쳐지고 있다. 규모가 큰 의류기업의 경우 LF가 라푸마의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스포츠(구 빈폴아웃도어)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를 갖고 있는 그룹계열회사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의 코오롱스포츠만 남은 상황.

성장이 정체된데다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져 올해는 더욱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무차별한 할인 정책과 제살 깎아먹기식의 출혈 경쟁이 아웃도어 시장의 정체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로 업계의 히트 아이템이었던 롱패딩의 경우 2018~2019년 가을/겨울(F/W) 시즌부터 수요예측 없는 무분별한 과잉생산으로 재고 문제를 양산하는 골치덩어리로 전락했다.

A 브랜드는 정가 90만원대의 프리미엄 롱패딩을 제품 출시 반 년 만에 60%가 넘게 할인된 헐값에 판매해 가격 거품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B 브랜드는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무신사에 입점하면서 신제품을 선보이는 대신 최대 80%에 달하는 할인율로 재고를 소진하는 행사로 활용하는 등 업계의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무리한 대규모 생산과 넘쳐나는 재고로 인한 출혈 경쟁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지속되는 할인 행사에 대한 피로감과 가격 정책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이러한 현상들이 지난 몇 년간 반복되면서 시장 질서까지 위협해 기술 개발과 소비자 트렌드에 기반한 예측 생산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합리적 가격으로 선보이고자 하는 브랜드에게까지 피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해 따뜻한 겨울 날씨에 이어 코로나19 여파가 더해져 신제품 판매는 뒷전이고 현재 쌓여있는 재고를 처리하는것조차 버거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올 들어서는 백화점에서까지도 아웃도어 업체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주요 백화점의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 구성은 행사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행사 매출 비중은 노스페이스 14%, 네파 32%, 코오롱스포츠 43%, K2 45%, 블랙야크 45%, 디스커버리 48%, , 아이더 60%를 각각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도 명품 매출은 10%대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인 것처럼 가격 인상을 거듭하면서도 선전하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의 전략을 아웃도어 업계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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