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비자로 오면 되잖아"..유승준 소송에 쏟아진 가짜뉴스[팩트체크]
가수 유승준(44·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의 비자 신청을 외교부가 다시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15년 LA총영사관이 유승준의 F-4(재외동포체류)비자 신청을 거부한 것에 대해 법원은 거부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지난 7월, 5년만에 유승준은 한국 입국을 위해 F-4 비자를 재신청했지만 외교부는 다시 거부했다. 유승준 측은 지난 5일 외교부를 상대로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외교부는 "대법원 판결이 재량권 행사를 하라는 것이었다"며 "대법원 주문에 따라 재량으로 유승준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비자 재신청과 새로운 행정소송을 계기로 유승준 관련 뉴스가 다시 쏟아지면서 가짜뉴스들도 다시 돌아다니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한국에 오고 싶다면 관광비자로 올 수 있는데 굳이 F-4 비자로 오려는 것은 각종 혜택을 받고 경제활동을 통해 이득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가짜뉴스다.
유승준이 관광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단 얘기는 '가짜뉴스'다. 이런 '관광비자 입국가능설'은 과거 유승준의 입국 시도 논란이 있을 때마다 반복돼왔지만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잘못된 주장이다. 최초 출처는 한 유튜버의 방송 내용이다. 이 유튜버는 △관광비자 가능설 △미국 세금회피용 국내 활동설 이라는 두 가지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한 사실처럼 퍼뜨렸다.
미국인은 무비자로 관광 및 상용목적으로 '90일간의 단기 체류'가 가능하다. 따라서 미국인에게 짧은 기간 동안의 '관광비자'라는 건 별도로 필요없다. 90일을 넘는 체류기간이 필요한 경우에만 별도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유승준은 2002년 1월 미국 국적 취득 직후인 2월, 이미 미국인 여권으로 '90일간의 무비자 단기 체류'를 이용해 비자신청 없이 입국하려다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바 있다. 당시 병무청장은 '병무청의 국외여행허가를 받고 출국 한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한 유승준의 입국 자체를 금지해달라'며 사실상 '괘씸죄'를 적용해달라고 법무부장관에게 요청했다.
당시 법무부장관은 유승준을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호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제4호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 해석해 '입국금지결정'을 했다. 이는 법무부 내부 전산망인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입력돼 2020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대법원은 이미 파기환송을 결정한 판결문 마지막 페이지에서 "(재외동포체류자격 F-4비자의 근거법인)재외동포법에서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춰 봐도 재외동포(유승준)에 대한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입국금지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무부가 유승준에게만 '무기한 입국금지'를 하고 있는 점이 사실상 잘못됐다고 지적한 셈이다.
만약 외교부가 F-4 비자를 내 준다 하더라도 또 다시 인천공항에서 법무부가 심사하는 입국심사대에서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 '입국금지 명단'을 근거로 입국이 거절 될 수 있다. 2002년 2월, 공항에서 입국하지 못하고 미국행 비행기를 바로 타고 떠난 유승준은 법무부의 이 '입국금지결정'이 바뀌지 않는 한 법무부 직원에 의한 공항 입국심사에서 입국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
유승준에 대한 입국거부는 사실상 '비자'의 문제가 아니라 '입국금지' 철회가 핵심이다. 법무부는 2003년 '장인상(喪)'을 당한 유승준에 대해 3일간 특별히 입국을 허락했던 때를 제외하곤 18년간 입국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 유승준은 '무비자 90일 체류'도 막혀 있고 어느 비자를 신청해서 비자를 받더라도 입국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관광비자 입국가능설'은 법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 유승준 비난만을 위해 만들어진 유튜브발 가짜뉴스다.
이 역시 엉터리 '관광비자설'을 퍼뜨린 유튜버 등이 내놓은 가짜뉴스다.
세무업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홍근 변호사(세무사·법무법인 한별)는 "국내에서 소득이 발생하면 미국에선 세금이 없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면 미국보다 세금을 더 적게 낼 수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유승준 같은 외국인은 183일 이상 국내에 체류하면서 영리활동을 하면 국내법에 의해 납세의무를 지게되고 183일 이하로 일시적으로 있다면 미국에 세금을 내게 되는데 어떤 경우에도 한 쪽의 세금을 내는 방법으로 탈세하는 없다"며 "미국에 있는 재산이나 중국 등 해외에서의 수입까지 한국 세율을 적용해 절세하는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유승준이 한국이 들어와 영리활동을 할 가능성도 적지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어떤 경우에도 세금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현재 상태보다 더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미국세법은 미국인의 해외소득을 미국에 신고하도록 하고 외국에 납부한 세금은 공제해준다. 물론 미국은 외국과의 세율 차이만큼 추가 세수입을 갖는다. 따라서 유승준처럼 해외 활동을 하는 연예인은 세금을 중국 등 해외와 미국에 나눠낼 뿐 세금을 줄이지는 못한다. 한국에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유승준이 183일 이상 체류한다면 한국세법이 우선 적용돼 부과가 되지만 미국과 나눠낼 뿐 어떤 경우에도 세금이 줄진 않는다. 중국 수입도 공제를 거칠 뿐 전체적으로 세금이 줄어들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오히려 유승준이 한국으로 국적을 옮긴다면 미국은 국적을 포기한 해부터 10년 간 추가 과세를 한다. 그 경우에는 유승준이 오히려 미국인 신분을 유지하는 것보다 손해를 본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유승준은 한국에 와서 활동하는 방법으로 미국 세금을 피하거나 줄일 수 없다.
유승준에게 F-4외에 다른 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재외동포 신분인 유승준이 다른 '특별한' 방문 목적이 있지 않는 한 F-4비자를 신청하는 게 가장 정상적인 과정이다.
외국인 출입국업무 전문가인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재외동포를 위한 F-4외엔 유학비자나 투자비자 정도를 고려할 수 있지만 유학이나 투자를 하려는 게 아닌 이상 현재 유승준의 상황에 맞는 비자는 F-4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승준에게 F-4비자를 줘도 '영리활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배 변호사는 "비자발급에 있어 조건부라는 건 없다"며 "유승준 스스로 국내 대학원 등에 진학하면서 유학비자를 신청하거나 거액의 투자를 조건으로 하는 투자비자를 '일부러' 신청하지 않는 한 재외동포에게 주는 F-4비자를 신청한 유승준에게 영리활동을 금지하는 등의 조건을 걸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에겐 '유승준'과는 달리 법무부에 의한 '입국금지결정'이 내려져 있지 않다. 국적 포기 병역회피자들도 모두 단기체류로는 고국 방문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들은 만 41살이 넘으면 재외동포 체류자격으로 F-4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장기 체류도 가능하다.
결국 유승준만 국민정서법과 국민 감정을 거스른 '괘씸죄' 위반에 의한 '입국금지결정'이 18년간 적용돼왔다. 배 변호사는 "비자를 안주는 건 적법절차로 하면 되겠지만 입국금지 걸어놓고 한국에 영원히 못 오게 한다는 건 과하다"며 "범죄 저지른 외국인조차 추방이 되더라도 5년 뒤엔 법적으론 재입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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