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60년만의 외출'..한센인 주민이 직접 일상 찍은 사진 선보인다

홍인철 2020. 10. 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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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60년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어디 사는 누구'라는 말조차 못 한 채 응어리를 안고 살아야만 했습니다."

사진들은 한센인 가족이라는 이유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세상 한 귀퉁이로 내몰린 채 60년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만종 마을주민 9명이 지난 3년간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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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대명원 마을 주민, 17∼23일 서울 인사동서 50점 전시
"사진 찍는 즐거움에 눈뜬 주민과 호흡하는 순간순간이 큰 의미"
한센인들이 직접 준비한 한센인 마을 사진전 [좋은 사진 모임 포트인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한센인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60년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어디 사는 누구'라는 말조차 못 한 채 응어리를 안고 살아야만 했습니다."

고향도, 가족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한 60년의 한(恨)을 예술로 승화한 뜻깊은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

강원도 원주의 한센인 정착촌 '만종 대명원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찍은 사진 50점이 17∼2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일반인과 만난다.

사진들은 한센인 가족이라는 이유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세상 한 귀퉁이로 내몰린 채 60년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만종 마을주민 9명이 지난 3년간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담았다.

사진전은 '한센인'이라는 낙인을 벗어던지고 '사진작가'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당당히 자신들의 마을과 살아가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

카메라 촬영법 배우는 만종 대명원마을 주민 [좋은 사진 모임 포트인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평균 나이 80세가 넘는 고령에도 주민들은 기초적인 카메라 조작법부터 촬영법까지 열심히 공부를 해왔다.

더 나아가 틈날 때마다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고 애정 어린 눈길과 직접 부대끼며 살아온 원주민들만의 따뜻한 시각으로 동네 모습과 이웃의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했다.

사진전은 '만종 대명원마을 아카이브'라는 프로젝트로 의기투합한 인터넷 카페 모임 '좋은 사진 모임 포트인'의 도움이 컸다.

전북, 서울, 강원 등지의 사진작가 1천800여명을 회원으로 둔 '좋은 사진 모임 포트인'은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만종 마을의 역사성에 주목했다.

세상 사람들의 끈질긴 오해와 따가운 눈빛 때문에 외부노출을 극도로 꺼리며 살아온 마을 어르신들을 상대로 오랜 설득 노력을 끝에 어렵게 사진 동행을 허락받았다.

이후 40여 명의 사진작가가 번갈아 가며 일주일에 한두 번씩 꾸준히 마을을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카메라 조작법 등을 교육했다. 한 달에 한두 번씩은 어르신들과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인화해 마을회관에서 사진 품평회를 겸한 작은 전시회도 꾸준히 개최해 왔다.

'사진'은 주민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고, 외지인과 카메라 앵글에 배타적이었던 만종 대명원마을 문화를 변화시켰다.

주민과 작가들의 간극이 좁혀지면서 주민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머니에 카메라를 넣고 다니며 '만종'을 기록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정성 어린 밥상을 차려 참여 사진작가들과 나눠 먹으며 '식구' 같은 정을 나눴고, 사진작가들은 마을잔치와 장수 사진 촬영 등 이벤트를 준비해 적막 속에 살아온 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한센인들이 직접 촬영한 만종 마을 사진전 [좋은 사진 모임 포트인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마을 주민 허정자(83·여) 작가는 "처음엔 사진전을 열 수 있을까 싶었지만, 선배 작가들 도움을 받으며 열심히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마을의 사소한 풍경도 달리 보였다"며 "사진 덕분에 마을에 활기가 넘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전 개최에 앞장선 노은향(55) '좋은 사진 모임 포트인' 회장은 "만종 대명원마을이 갖는 역사성과 기록성에 욕심이 동해 시작한 프로젝트지만,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사진 찍는 즐거움에 눈뜬 원주민들과 호흡하는 매 순간순간이 더 큰 의미가 됐다"고 말했다.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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